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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개인적, 경제적, 사회적인 모든 상황들을 떠올려 볼 때, 역시 '지난하다'는 표현 외엔 딱히 떠오르지가 않아요. 특히 올해는 유명을 달리한 유명인들이 많아 전반적인 분위기가 더욱 암울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이클 잭슨의 죽음은 전 세계인들에게 추모의 대상이었고, 많은 이들이 그의 장례식을 생중계로 지켜 보며 눈물을 흘렸지요. 누구나의 죽음이 그렇듯이 시간이 흘러 잊어가던 중에 영화 속에서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등장한 영상물이고, 공연의 총감독이 감독이 된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을 통해서죠. 이미 막을 내린 영화지만 그 감동이 고스란히 마음에 남아 기록해 봅니다.   



영화는 당초 7월부터 50일간 월드 투어 공연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디스 이즈 잇'의 리허설 장면들을 보여 줍니다. 언뜻 특정 줄거리가 없어 지루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들어봤을 그의 주옥같은 곡들이 흘러 추억을 상기시킬 뿐 아니라, 실제로 공연 되었더라면 적어도 근년 내 가장 인상적인 공연으로 남겨졌을 것이란 확신이 들 정도로 퍼포먼스가 훌륭했기 때문에.   

세포 하나 하나, 뼈마디 한 조각까지 음악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그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든 생각은 열정과 인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분명 리허설인데도 본 공연만큼이나 열정적인 그를 보면서 절로 감탄사가 나왔음은 물론입니다. (업무적으론 '이래서 리허설이 필요하다'는 말이 어찌나 와닿던지.) 흔히 '인생을 한 편의 공연같다'고 비유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편의 성공적인 본 공연을 위해 무미건조한 일상을 견뎌내고 있잖아요. 언젠가는 성공한 사업가, 부자가 되길 바라며 '고작 일상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살아갑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고작' 리허설만으로도 감동을 만들어 낼 줄 아는 그를 통해 잃어버린 열정을 상기하게 됩니다. 온갖 추문들이 있다 해도 결국 마이클 잭슨의 음악 인생은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DVD로 나온다면 단숨에 구입해 하루 종일 돌려 보거나 많은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네요. 그럼 조금씩은 힘을 얻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본업으로 돌아와, 지금 조금 더 열정을 얻고 싶다면 <다시 가슴이 뜨거져워라>의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아나운서보다 여행작가로 더 이름을 알리고 있는 손미나 씨의 아르헨티나 여행기입니다. 책의 성격은 일본 여행기인 <태양의 여행자>보다는 처녀작인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 더 가깝습니다. 그녀의 스페인어권 문화에 대한 기본 소양과 관심이 글 속에서 자연스레 배어 나옵니다. 특히 두려움 없이 스스로의 호기심에 호응하고 도전하는 '손미나'이기에 가능한 일화들이 무척 재미있게 읽히고, 우연히 만난 탱고 춤을 추는 한국인 남자의 사연은 굉장히 기억에 남습니다.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과연 저를 이해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말씀드리죠. 저는 전라도 광주에서 살고 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어느 날,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 꼭 와보고 싶던 남미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 달 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와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와서 지내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정말 볼 것도 많고 재미난 곳인데 제 눈에는 단 한 가지밖에 들어오지를 않았습니다. 그건 모두 탱고에 관한 것들이었죠. 무엇보다 탱고 음악에 완전히 매료된 채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다른 구경은 하지도 않고 탱고 연주를 들으러 다녔습니다. 그리고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또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그는 뚫어지게 커피 잔을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제 인생은 전과 같지 않았습니다. 일도 할 수가 없었고 친구들도 만나기가 싫었고 오로지 탱고에 관한 생각밖에는 없었어요. 그 어떤 말로도 당시 저의 마음을 표현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잘 설명한다 해도 이해할 사람이 없을 거구요. 그래서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되었죠. 이상한 얘기 같지만 여행 전의 제 삶은 모두 의미를 잃었습니다. 진짜 제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다 비로소 저의 인생을 찾은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며 말씀드렸습니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그는 결국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가 '카를로스'라는 이름으로 탱고에 바치는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결정적인 무언가를 만난 것 자체가 드라마 같은 이야기지만, 그러한 것을 놓치지 않고 선택해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는 모습에 더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행복을 의미하는 파랑새는 우리 주변에 있다고 하죠.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떠났던 날이 바로 오늘,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라고 하네요. 너무 멀리 가지 마시고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훈훈하게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일상이 보다 풍요로워지길 역시 바라며 저도 파랑새를 쫓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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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눈을 뜬다. 벽지도, 커튼도, 가구도, 방 모양도 처음 보는 것들이다. 내 방이 아니다.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오가는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서울에서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심지어는, 공기마저 다르게 느껴진다. 김승옥 단편소설의 한 장면과 같이, 눈을 떠 보니 내 코는 방 벽에 바싹 닿아 있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살펴보니 과연 낯선 곳이었다. 잠결에서 깨어 '아, 난 여행을 떠나왔지 집에서 아주 먼 곳으로' 하고 깨닫는 순간까지 몇 초가 더 흐른다. 짧지만 막연한 시간이다 

...... 

낯선 여행지에서 낮에 잠들었다가 눈을 뜬다는 것. 그건 어떤 여행지의 특별한 곳을 찾아가 보고, 감동하는 것만큼 독특한 설렘이 있는 일이다. 그냥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것일 뿐이지만, 그렇게 눈을 뜨면 다시 처음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처음부터 다시 솟는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그리고 내가 깨어난 그 곳, 그 나라를 사랑하게 된다. 나만의 시간을 사랑하게 된다. 그동안의 나쁜 기억, 힘든 기억은 모두 잊고 머리속은 텅 비워진다. 그 안에 뭔가 더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채울 수 있을 것만 같다.  

                                                                                           -「낮잠」중에서

휴일의 공원에서 책을 펴놓고 앉아 몇 번이나 '맞아, 맞아'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는지 모릅니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어림도 없을 낯선 여행지에서의 낮잠은 물론이고 여행을 일상으로 만드는 작은 카페, 공원, 헌책방, 동물원 가기도 그렇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챙기기까지...개인적으로 꿈꾸는 여행과 가까워 즐겁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획일적이지 않고 보통의 여행과 달리 느릿 느릿한 여행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였습니다.   

수 년간의 여행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낸 이우일씨의 <좋은 여행>. 단편으로 이뤄진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에피소드 속에 드러나는 그만의 여행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행자의 특권을 남발하지 않고, 비록 실수로 벌어진 일이긴 하나 아홉 시간의 낡은 기차 여행을 불만없이 받아들인 그의 가족을 보며 여행자가 지녀야할 낙천적인 자세의 미덕을 배워 봅니다.  

키득키득 웃다보면 캄보디아 여행기에 이르게 되는데 제3세계 국가를 여행하며 겪는 고민까지 드러납니다. 캄보디아의 소수민족이 문명의 이기에 전통을 내어주고 빈민처럼 사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삶은 내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그. 그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나도 우리도 행복해져야겠다고 말하는 그에게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새로운 여행 방식을 찾는 날 역시 머지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여행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공정여행 가이드북'이라는 타이틀을 부제로 달고 있는 책, <희망을 여행하라>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비교적 생소한 개념인 '공정여행'은 '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내가 여행에서 쓴 돈이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되고, 그곳의 자연을 지켜주는 여행'이라고 합니다. 

만약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여전히 세상을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은 단 14명뿐이다. 그중 8명은 유럽인이고, 2.8명은 아시아와 호주사람이고 나머지 2.2명은 북미(미국, 캐나다)인이며 마지막 남은 1명이 아프리카와 남아케리카, 그리고 중동이라는 거대한 세 지역을 모두 합한 한 사람이다.  
만약 한 대륙의 인구가 100명이라면 서유럽인 69명이 여행하는 동안 아프리카 사람은 1~2명이 여행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지구촌을 살아가는 나머지 86명의 사람에게 여행이란 평생을 두고 갈망하는 이룰 수 없는 소원 같은 것이었다.  
...... 
만약 우리가 쓰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그 중 40만 원은 비행기에, 그 중 20만 원은 여행사에 나머지 20만 원은 우리가 머무는 호텔에서 먹고 마시고 쓰는 수입품을 들여오기 위해 다시 1세계로 흘러가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머무는 숙소가 다국적 호텔이나 리조트라면 우리의 여행이 떠나기 전 모든 비용을 여행사에 지불한 패키지여행이라면 현지에 남는 돈은 더욱 작고 미미해지는 것이다.  
투어리즘 컨선은 우리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를 여행할 때 여행에서 쓰는 돈 중 70~85%는 외국인 소유 호텔이나 관광 관련 회사들에 의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현지의 공동체에 돌아가는 것은 단지 1~2% 뿐이라 했다.
                                                                                                                                         -「여는 글」중에서

쉽게 풀이하자면 여행으로 얻는 혜택을 그 지역에 다시 환원하고 나보다 남을 위한 배려를 우선한다는 개념이 아닐까요. 지금도 지구상 곳곳에서는 관광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원주민의 거주지와 생업을 뺏고 리조트와 사파리 여행지로 변모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개발된 관광지는 여행자들로 붐비겠지만 정작 관광으로 인해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은 다국적 호텔이나 여행사로 향하게 됩니다. 원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역할은 일용직 노동자, 객실 청소부, 단순 노무직 또는 수공예품 생산자가 고작입니다. 실제로 히말라야에서는 빈곤한 이들이 고산병에 시달리며 하루 300루피(약 5천원)의 돈을 벌기 위해 때로 목숨을 걸고 트레킹의 포터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행지에서 사용하거나 보는 것, 얻는 것 등 많은 일들을 현지인에게 빚지고 있지만 여행자가 관광산업의 구조를 훤하게 알지 못하는 한, 현지인에게 도움을 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간 볼 수 없었던 관광산업의 부조리한 이면을 알려주는 한편 '인권, 경제, 환경, 정치, 문화, 배움'이라는 측면에서 여행의 새로운 면면들을 보여줌으로써 여행자가 다양한 여행 방법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공정여행의 방법으로 1년에 네 차례 바다를 가르며 지구의 환경, 인권, 빈곤문제 등을 배우는 피스보트라는 일본의 NGO를 소개하고, 국경을 넘는 배움을 가르치는 제천 간디학교를 예로 들기도 합니다. 여행서이면서 인문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네요.

'공정여행'이 너무 어려워 보인다구요? 부족함은 제 소개의 모자람으로 생각하시고, 책에 실린 아주 쉬운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공정여행자가 되는 10가지 방법 

1. 지구를 돌보는 여행 - 비행기 이용 줄이기, 1회용품 쓰지 않기, 물을 낭비하지 않기 
2. 다른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여행 -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 여행사를 선택하기
3.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행 - 아동 성매매, 섹스관광, 성매매 골프관광 등을 거부하기
4.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가이드, 교통시설 이용하기
5.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 과도한 쇼핑 하지 않기, 공정무역 제품 이용하기, 지나치게 깎지 않기
6. 친구가 되는 여행 - 현지 인사말을 배우고 노래와 춤 배우기, 작은 선물 준비하기
7.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 생활 방식,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기
8. 상대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여행 - 사진을 찍을 땐 허락을 구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여행
9. 기부하는 여행 - 적선이 아니라 나눔을 준비하자.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단체에!
10. 행동하는 여행 -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  

출판사에서 마련한 도움의 기회도 있습니다. 이벤트를 통해 공정여행의 첫 발을 내딛어 보세요.



여전히 '좋은 여행'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확실한 답을 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휴식과 재충전' 같은 답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에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하나 분명한 것은 '공정여행'이 보다 보편적인 여행 방식이 되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좋은 여행'을 찾기 위한 여정을 지속하다 보면 세계 곳곳에서 지금보다 훨씬 자주 희망을 보게 되리라는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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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0127 2009-07-0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방이 찡그리고 있는데 내가 즐거울 수 없듯이 공정여행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휴가마저도 바쁘고 정신없이 다녀야 한다면 그건 진짜 휴가가 아니겠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알라딘가정/여행/좋은부모MD조현정 2009-07-06 17:46   좋아요 0 | URL
네, 휴가만큼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대하면 좋겠어요. 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우리나라 비경(秘境)을 안내한다. 

'조선후기 시조작가 안민영은 서부진화부득(書不盡畵不得)이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의 산하가 글로도 표현할 수 없고 그림으로도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는 뜻이다.-들어가는 글 중' 

책장을 스르륵 넘긴다. 그야말로 풍경화같은 절경을 담은 사진들이 눈에 들어와 박힌다. 봄부터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목차 순서대로 우리나라 각지의 사계절 풍경이 펼쳐지고,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복받은 일이구나' 새삼 감탄하게 된다. 사진뿐 아니라 여행지 소개 글에도 문학적 감수성이 묻어난다. 틈틈이 등장하는 그 지방과 연관된 문학 작품 이야기 역시  반갑다. 김동리의 <역마>에 나오는 화개천과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안개나루'라고 표현된 대대포구의 안개 등을 접하다 보면 짐을 꾸려 문학 답사라도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지마다 뒤편에 한 장씩 실려 있는 1박 2일 추천 코스는 떠나려는 이의 등을 떠밀어 주는 격이다.  

10여 년간 관광전문기자로 일한 지은이가 펼쳐놓는 계절별 8곳, 총 32곳의 아름다운 우리나라 여행지. 가보지 못한 곳에선 새로움을, 가본 곳에선 미처 알지 못했던 의미를 다시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겠다. 표지 사진처럼 시원스레 바람에 흐트러지는 청보리밭 바다가 그리운 계절이다. 

 더 많이, 더 알뜰하게, 더 걸으며 알고 싶은 우리나라

 

<대한민국 여행사전>은 '아름다운 우리나라 가고 싶은 1,000곳!'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다. 자그마치 1,000곳이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그토록 많은 여행지가 숨어있단 사실도 놀랍고 그 여행지를 찾아낸 노력도 가상히 여길만 하다. '이책사용설명서'를 보면 '이 책은 독자들이 여행 가고 싶을 때 목적지를 쉽게 결정할 수 있게 도움을 주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여행지는 문화유산 기행, 체험.학습여행 등 20가지 테마에 따라 나뉘어져 있고 '지역별 찾아 보기'를 말미에 두어 독자들을 배려하고 있다. 여행지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구하기 보단 두고두고 훑어 보거나 내가 사는 고장의 여행지를 찾아 보기 좋게 되어 있다.  

<알뜰 여행지 75>는 가격대별 여행지를 추천한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왕복 버스비에 식사 가격까지 포함 단돈 1만원 이하로 여행이 가능한 종로 5가역 광장시장부터 10만원대 1박 2일 강릉 유람선관광까지 여행 경비에 맞춰 여행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지 가격이 궁금한 이들에게도 참고로 할만한 책이다. <길 위에서 놀다>는 김화성 기자가 2년간 직접 밟아온 길들을 소개한다. 요즘 여행 트렌드는 드라이빙도 자전거 라이딩도 아닌 걷기라고 한다. 제주 올레길은 물론이요, 지리산 둘레길에 동해 해안길까지 마음껏 걸을 수 있는 길들이 가득하다. 덧붙여 얼마 전 무턱대고 걷기에 동참한 후 뼈저리게 깨달은 것은 챙 넓은 모자, 쿠션 좋은 운동화는 필수 지참해야 한단 사실이었다. (꼭 챙기세요!)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국제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제주도. '제주 올레' 코스가 생겨나며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그 외에도 제주도에는 볼 것, 할 것이 무궁무진함을 알려주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제주도 비밀 코스 여행>은 어느날 갑자기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가 생활자가 되어 버린 지은이가 살며 여행하며 들려주는 지역 안내기이다. 거의 매페이지마다 실려있는 풍부한 사진 자료가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흥미로웠던 장소는 한가로운 옹포리 바닷가 마을, 녹차 박물관이 있는 서광 다원, 이중섭의 집과 박물관, 돌고래 쇼를 볼 수 있는 퍼시픽 랜드, 야밤의 러브 랜드, 섬속의 섬이라는 우도,...    

반면 '제주도의 푸른밤' 노래와 더 어울리는 책은 <낭만 제주>다. 지은이가 그만의 그녀와 함께한 제주 여행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여행가이드로 삼기에는 친절하지 않아 보이지만 제주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손색 없을 듯 하다. 여행에서 맛집을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차원에서 소개하는 먹을거리에 얽힌 한소절. 

   
 

화이트 비치호텔을 지나자마자 바다가 보였다. 정말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낚시꾼들이 루어를 던져 놓고 앉아 맥주나 소주를 홀짝거리는 모습을 TV에서 본 일이 있어서, 나는 "우리 아까 회 뜬 거 그냥 여기서 먹고 갈래?" 하며 제안을 했다. 공공장소에서 민폐 끼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녀가 웬일인지 '오케이' 사인을 주었다. 두리번거리다가 방파제 옆 매점에서 소주 한 병을 사왔다.  

적당한 오후에 방파제에 대충 걸터앉아 회 접시를 무릎에 올려 두고 먹는 그 맛. 이제껏 우리 둘이 함께 먹은 요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맛으로 남았다. -p. 213 중에서

 
   

 겨울의 북유럽과 예술의 도시 파리 

북유럽하면 떠올랐던 건, 눈으로 가득찬 산림과 영화 '카모메 식당'을 통해 본 핀란드의 헬싱키 같은 단편적인 이미지. <윈터홀릭>은 국내에는 생소한 북유럽을 친숙하게 여기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스칸디나비아에 속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를 비롯해 핀란드, 아이슬란드, 러시아까지 6개국의 여행담을 들려준다. 홀로 여행하는 자의 감성을 담담히 내비추는 글도 좋지만 책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종종 유아 그림책에서 만나는 귀퉁이를 각지지 않게 깎아 만든 장정이 귀여운데다 페이지수를 늘린데 기여했을 적당한 글 사이 간격도 좋다. 시원스레 읽히는 글을 따라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나면 머릿속에는 어느새 '스칸디나비아에 꼭 가보자'는 다짐 하나가 떠오른다.   

눈 내린 핀란드의 자연은 한편의 서정시나 쇼팽의 피아노곡을 연상케 한다. 이곳은 드넓은 국토에 비해 사람이 사는 땅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래서일까. 그저 있는 그대로 휑하니 펼쳐진 대지는 여행의 긴장감을 늦추고 편안함을 선사한다. 도중에 잠이 들고 깨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기차는 로바니에미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칠흙 같은 어둠 너머로 간간이 툰드라 숲의 실루엣이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기차가 곧 로바니에미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플랫폼에 내려서니 확실히 헬싱키와는 피부에 느껴지는 공기의 감촉부터 다르다. 더 차갑고 적막한 느낌, 다시 낯선 도시에 다다랐음을 느낀다. -p. 95,96 중에서

이 책의 지은이는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으로 이탈리아로 건너가 사진 공부를 마치고 사진작가로 일하던 여성이다. 5년간의 피렌체 생활에 만족하며 살던 그가 프랑스로 가게 된 건 남자친구의 제안 때문으로 '친구따라 강남간다'가 아닌 '남자친구따라 프랑스' 가게 된 셈이다. 그것이 프랑스만큼이나 화려한 <파리 탱고>라는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된다. 일찍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베르 두아노 등 수려한 사진으로 남긴 대가들로 인해 보다 매력적인 도시가 된 파리를 현(現) 작가의 시점에서 다시 보여준다. 물랭 루즈, 예술가의 아틀리에, 댄스 등 예술가의 시선으로 본 파리의 일면을 담은 사진과 글을 통해 독자를 파리 중심지로 초대한다. 

클레리코는 어떻게든 파산을 모면하려고 고군분투했고 그사이 물랭 루주 무용수는 관객이 듬성듬성 앉은 무대에서도 계속 춤을 추었다. 2000년에는 새로운 쇼 '페리'에 800만 유로의 투자를 유치했다. 모든 것이 다시 성공 무드를 탔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영화감독 바즈 루어만은 툴루즈 로트렉 시절의 물랭 루주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를 기획했다.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한 영화 <물랭 루즈>가 2001년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물랭 루주 무용수 몇몇이 이 영화 속에 등장했다. 영화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물랭 루주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긴 밤이 지나갔다. 이제 무용수는 유명인의 자리를 되찾았고, 홀을 가득 메운 관객 앞에서 하룻밤에 두 차례씩 공연을 하게 되었다. -p. 123,125 중에서  

 기발한 일본 여행 속으로!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전에는 해적판 만화를 보면서 왠지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고, 드라마와 영화는 접하기도 쉽지 않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세월이 흘러 일본 영화를 극장에서 마주하고 오다기리 죠니, 우에노 쥬리니 일본 배우들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말하노라면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이런 말 자체가 너무 뻔할만큼 일본 문화가 일상적이 된 지 오래인데다 일본의 만화, 드라마, 영화에 열광적인 이들도 많은 요즘이지만.  

이번엔 그들을 위한 도쿄 여행책이 나왔다. <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도쿄나비> 에서 유쾌한 수다를 선보였던 정박사, 아니 정숙영의 <도쿄 만담>이 그 주인공이다. 얼마전 국내에서도 제작, 방영됐던 <꽃보다 남자>의 일본 드라마에 나왔던 배경이며 <홍차왕자>, <노다메 칸타빌레>, <춤추는 대수사선> 등 책이나 영상으로 접했던 장소 21곳을 실제로 찾은 기록을 담았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를 순례하듯 방문하는 일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굉장한 열의가 담긴 여행담을 읽다 보면 한 번쯤 가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 것 같다. 좋아하는 작품의 실제 배경을 쫓는 즐거움과 함께 새로운 작품을 소개받는 기쁨까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최홍이 돌고 돌았던 이노카시라공원과 <죠제 ,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죠제와 츠네오가 찾았던 바다가 가고 싶어졌고, 죠제네가 찾았던 동물원은 직접 찾아서 언젠가 한 번 가보자고 마음 먹게 되었다.

일러스트, 만화, 사진으로 정리한 일본 철도 여행기가 책으로 나왔다.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은 JR 패스(Japan Rail Pass) 21일권을 들고 한달 여간 일본 열도를 누빈 지은이의 일정을 쫓는다. 유후인처럼 널리 알려진 온천 지역 외에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루키의 여행법>에서 추천한 나카무라 우동이 있는 가가와현, 다자이 오사무의 생가가 있는 가나이역과 같이 일본 문화와 연관된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400쪽을 살짝 넘는 페이지 수가 킥킥 대며 웃다 보면 금새 넘어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열차의 구조와 에키벤(열차 도시락), 각 지역의 명물을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보여준다. (하단의 본문 이미지 참조)   

일본 철도 여행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면 <낭만의 일본 기차 여행>을 참고로 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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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ihye333 2009-06-09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좋아하는데 이런책들이 유용할것 같네여~~

알라딘가정/여행/좋은부모MD조현정 2009-06-11 09:3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여행을 좋아하는데 자주 가지 못해서 책으로 위안을 삼아요.
여행책도 많이 보시고 저보다 여행도 많이 하시길 바랄게요. ^^

시끌북스 2009-08-1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가 있는 여행책은 참으로 흥미로와요~ 글도 글이지만 왠지 그곳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만화들.
 

살다 보면 해답 없는 질문을 놓고 제자리에 멈춰 서거나 헛바퀴를 빙빙 돌 때가 있습니다. 일테면 불안은 과연 영혼을 잠식하는가 라든지, '인간들은 안 변해. 스스로 변했다고 생각하지. 몸무게가 변하고, 얼굴이 변하고, 뭐 남자가 여자가 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진짜로는 안 변해.'라는 말이 정말 맞는지,...와 같은 어쩌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문제들. 하지만 막상 빠져 들게 되면 늪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데다 나름의 답을 찾아낸다 해도 결국 먹고 사는데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무서운 현실,을 깨닫을 때쯤엔 이미 영혼이 잠식당한 것 같죠.

이럴 땐 '길'에서 답을 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넌 어떻게 생각해?'하고 물어 보면, '사실은 아주 간단한 문제라고. 그건 말이지...'라고 길이 답해 줄리야 없겠지만; 걷다 보면 스르르 풀어질 때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여행에 큰 목적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일 자체를 싫어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가끔은 괜찮겠죠.)    

어쭙잖은 글은 접어 두고,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환율 상승의 여파로 해외 여행 수가 줄고 반대로 그 발길들이 국내 여행쪽으로 모아지고 있단 소식이 연일 들려 옵니다. 2009년 경제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 같고 그렇다고 여행을 못하는 것도 조금 억울한 일이죠. 그래서 찾아낸 것이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1월의 가볼만한 곳'입니다. '소원성취명소'를 골랐다고 하니 구정이 오기 전에 한 번 방문해 보면 어떨까요? 추천지는 아래 4곳입니다. ^^

1. 강원 삼척: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소원 빌러 삼척(三陟)으로 간다 

2. 경북 울진: 솔숲 지나 정자 올라 달님 보며 소원 비세 

3. 경기 안양: 병목골 깊은 계곡에서 만난 순교자-수리산성지 

4. 전남 고흥: 소원 한 점, 자애로운 남쪽 바다에 띄워 보내고 

지역을 소개하는 글이 시구같기도 하고 묘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생각만으로도 벌써 소원이 이뤄진 것마냥 풍요로운 기분이 듭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작년 한 해 동안에도 '대한민국 구석구석’이라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신문에 대한민국 곳곳을 소개했고 책으로도 엮어낸 바 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아래 좌측에 자리하고 있는 두 종의 여행서입니다.   

 

 

 

 

 

 

 

작년 여름에 나온 책이 <놀라운 우리나라 여기가 어디지?>로, 지은이며 사진가인 유정열 씨가 찍은 사진이 우리나라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합니다. 차례 역시 계절로 나누었습니다. 반면 후속작인 <구석구석 놀라운 우리나라!>는 조류학자 윤무부, 여행가 김남희 등 27인의 명사 참여로 이뤄졌습니다. 명사들이 소개하는 여행지를 따라가다 보면 각각의 특색이 엿보여 관심가는 이들과 몇 곳의 장소를 엮어 테마 여행을 계획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지를 훑어 보며 '1월의 가볼만한 곳'도 찾아 보았는데 모두 들어가 있지는 않네요. 그래서 보충해서 볼만한 책도 소개해 드립니다.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여행기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1,2권으로 한겨레, 세계일보, 동아일보 등 신문사 여행기자들이 꼽은 여행지가 엄선돼 실려 있습니다. 1권은 친구, 연인, 자녀, 부모님과 함께 가고픈 여행지로 꾸며져 있고 2권은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사진과 일러스트가 매력적이라 발췌해서 달력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혼자 생각해 봅니다.)  

<놀라운 우리나라> 시리즈에 비해 <여행기자들이...>의 첫 출간 시기가 빨랐는데, 2권이 나온 시기는 이번 겨울로 겹치게 됐네요. 그런데도 책의 개성이 달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특히 두 책에서 모두 추천하는 '봄의 진도'는 너무나 매력적이라 꼭 가봐야 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4월 진도의 본도에서는 신비의 바닷길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올 봄에는 바닷길 구경하러 진도로 가볼 일입니다.   

그럼 이제, 여행지도 정했겠다 떠날 일만 남았습니다. 여행은 떠나기 전이 더 설레고 즐겁다고 하죠?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대로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간절한 목표인데, 써놓고 보니 왠지 처절하네요. 그 전에는 언제나처럼 여행서를 뒤적이겠지만... 가끔 읽다 보면 여행 길에 들어선 것 같아서 정말 책 속에는 길이 있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아무튼 올 한해는 모두 소원 성취 하시고 모쪼록 여행 많이 하는 해가 되세요! 

 

*국내여행만으로 약간 섭섭하다면, 재미있는 여행 에세이로 맛보는 해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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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tbook 2009-01-2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운 우리나라 여기가 어디지?' 는 제가 한국관광공사의 TV광고를 보고 기획해서 나온 책입니다.
물론 한국관광공사 담당 공무원도 만났었구요. ㅎㅎ
저희 책 레츠룩 서비스 올려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제 블로그에도 놀러오세요.

알라딘가정/여행/좋은부모MD조현정 2009-02-09 15:47   좋아요 0 | URL
기획하신 분이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책 재밌게 봤어요. <러브 앤 프리>도 원체 좋은 책이었죠. 앞으로도 좋은 책 부탁드려요~블로그, 저도 리뷰 좀 올리고 해야겠단 생각이 번쩍 드네요. 종종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천국보다낯선 2009-02-04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은 씨의 <삶은 여행>이란 책이 있습니다..
제목 참 좋지요..
여행이 없었다면 아마도 저는 이미 미쳐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많은 것들을 얻습니다..
추억, 기억, 망각, 감동, 창작, 기쁨, 상상, 변화, 계발, 반성, 사진..
'여행'은 누구에게나 4단계가 있습니다..
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 변화..
누구나 여행 전은 '설레임'이 찾아오고, 여행 중에는 '감동'이 밀려오고, 여행 후에는 '애잔함'(아쉬움)이 남고, 이후로 살다보면 여러 여행을 통해 얻었던 것들로 인하여 '변화'(카타르시스;정화)가 있기 마련이지요..
만약 이와 같은 단계를 겪지 못했다면 여행의 기술이 부족한 탓이지요..
위 추천 여행지 중에서 제가 가본 곳은 '고흥'입니다..
고흥은 우리나라에서도 손가락으로 꼽는 청정해역이지요..
서울에서 고흥을 가려면 만만치 않은 시간과 거리를 감수해야 하지만, 죽기 전에 한 번 가봄직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주변 여행지까지 두루두루 엿볼 수 있답니다..
나로도, 소록도, 보성 차밭, 순천만 갈대밭(소설 '무진기행'), 송광사(삼보사찰 중 승보사찰), 선암사 등 좋은 여행지를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음식으로는 말할 것도 없이 '남도음식'이지요..
벌교 참고막(얼마전 TV '1박2일'에 나오던데), 남도 한정식, 쭈꾸미, 세발낙지, 간장게장 등 나열하다보니 침이 꿀꺽 넘어갑니다.. ㅎㅎ

알라딘가정/여행/좋은부모MD조현정 2009-02-09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외는 물론이고 국내에도 가보지 못한 곳이 참 많죠.
전라도는 특히 음식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인데, 고흥 역시 볼거리가 많다 하시니 여행할 목록에 추가하겠습니다.

별개로 요즘 다시 집어든 책은 <꿈꾸는 자만이 인도를 꿈꿀 수 있다>는 여행기인데 여행서도 볼 때마다 감상이 다르듯, 여행지도 방문 때마다 다른 감회를 안겨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여행은 다다익선이라는?!
 

   
 

"언젠가 하늘을 건널 때, 이 외로운 행성이 내 눈을 붙잡네."

"아니야, 가사가 틀렸잖아. '외로운 행성(Lonely planet)'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행성(Lovely planet)'이야." 모린이 지적했다.

모린의 말이 맞았다. 난 노래 가사를 틀리게 부를 때가 많았다. 그런데 왠지 '외로운 행성'이 더 그럴듯하게 들렸다. 좀 더 전문적이고 진지한 이름을 짓고 싶었지만, 론리 플래닛은 사람들이 절대 잊지 않을 이름이었다. 

 -p. 66 중에서

 
   

'론리 플래닛'이란 이름에 대한 토니 휠러의 예견은 적중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여행책, '여행자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가이드북의 출판사명이 노래 가사에서 비롯되었다니,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론 기막히게 어울리는 조합이라 감탄스럽기도 합니다. 

'론리 플래닛'의 창업자이자 산 증인 토니와 모린 부부의 삶을 담고 있는 <론리 플래닛 스토리>. 원서로는 이미 개정판까지 나와 있다는 이 책은. 두 사람이 론리 플래닛이라는 출판사를 만들게 된 계기부터 사업 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의 모든 것을 보여 줍니다.

책에 따르면, 론리 플래닛의 시작은 이들이 20대 초중반의 나이였던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행에 대한 열망에 가득찼던 부부는 중고차에 몸을 싣고 런던에서 출발, 아시아를 횡단하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6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호주에 도착해 보니, 수중에 남은 돈이라곤 단돈 27센트. 두 사람은 불안에 시달리기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였고, 그 결과 '론리 플래닛'이 탄생하기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토니와 모린 부부의 론리 플래닛도 위기와 기회의 순간들을 거쳐 후반으로 갈수록 기반을 다져가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 과정에서 빚어진 다양한 여행 무용담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바퀴벌레 구별법이나 소매치기 대응법과 같은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에피소드들이 가득 담겨있으니까요. 이외, 여행 가이드북에 관한 이들의 원칙과 신념을 알 수 있는 부분들과, 토니와 모린 가족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접하다 보면, 총 479페이지라는 두께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정보 습득이나 대리만족도 있겠지만-'여행에 대한 도전정신 함양'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조건이 열악했던 30년 전에도 지구를 반 바퀴나 여행한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이라면 나도 가능하겠어'같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언젠가 꼭 가봐야겠다고 여행지를 찜하면서 읽으면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지구상 어디를 가도 꼭 필요한 서바이벌 품목'으로 뽑은 세 가지가 여권, 돈, 론리 플래닛 여행 가이드라고 합니다. 세계 추세를 보면 여권은 전자여권으로, 돈은 신용카드로 점차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데, 론리 플래닛의 미래는 어떠할까요? 1천여 페이지가 넘는 '인도 가이드북'을 전자 기기를 통해 볼 수 있게 될까요? 비단 론리 플래닛뿐 아니라 모든 도서의 미래와도 연관된 문제라 생각하면 우려와 기대가 교차함은 어쩔 수 없네요.

* 막간 Quiz. 론리 플래닛 여행서에는 우리나라 동해의 해역 명칭이 동해, 일본해 중 어느 것으로 표기돼 있을까요?

답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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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외 주목할 만한 여행 관련 신간 2권을 더 소개해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은 역사가 깊으면서도 아름다운 전세계의 광장 100곳을 엄선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장소가 중심이 되는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10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100>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흡사 올컬러 백과사전을 연상케 하는 장정과 무게감은 물론 내용면에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현재의 광장이 가진 아름다운 모습에 지난한 역사가 오버랩되며 감동은 깊어갑니다.

들고 다니기 힘든데 집에서만 봐야 하느냐, 서울 시청 앞 광장은 왜 없느냐, 하고 딴지를 걸어 보지만 이러한 기획의 도서들이 계속 나와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쁠 따름입니다.

 

<스위트 로드>

 제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봄직한, 김영모 제과명장이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자타가 인정하는 워커홀릭인 만큼 단순한 여행이 아닌, 수대에 걸쳐 전통을 잇고 있는 일본 제과점들 방문을 목적으로 하여 그 결과물을 <스위트 로드>에 펼쳐 놓았습니다. 교토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가고시마, 구마모토 등 시골에 있는 제과 명가까지 빼놓지 않고 다녀 온 순례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제과점의 위치와 인기제품, 관련 사진, 주인의 인터뷰가 적절히 배치돼 있어 책 속의 장소를 직접 찾아가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프렌차이즈 베이커리의 어딜가나 똑같은 빵이 아닌, 모양도 맛도 개성있는 쇼트케이크와 몽블랑 등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다면 앞으로 일본 여행시 제과점 방문은 필수사항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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