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하늘을 건널 때, 이 외로운 행성이 내 눈을 붙잡네."

"아니야, 가사가 틀렸잖아. '외로운 행성(Lonely planet)'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행성(Lovely planet)'이야." 모린이 지적했다.

모린의 말이 맞았다. 난 노래 가사를 틀리게 부를 때가 많았다. 그런데 왠지 '외로운 행성'이 더 그럴듯하게 들렸다. 좀 더 전문적이고 진지한 이름을 짓고 싶었지만, 론리 플래닛은 사람들이 절대 잊지 않을 이름이었다. 

 -p. 66 중에서

 
   

'론리 플래닛'이란 이름에 대한 토니 휠러의 예견은 적중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여행책, '여행자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가이드북의 출판사명이 노래 가사에서 비롯되었다니,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론 기막히게 어울리는 조합이라 감탄스럽기도 합니다. 

'론리 플래닛'의 창업자이자 산 증인 토니와 모린 부부의 삶을 담고 있는 <론리 플래닛 스토리>. 원서로는 이미 개정판까지 나와 있다는 이 책은. 두 사람이 론리 플래닛이라는 출판사를 만들게 된 계기부터 사업 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의 모든 것을 보여 줍니다.

책에 따르면, 론리 플래닛의 시작은 이들이 20대 초중반의 나이였던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행에 대한 열망에 가득찼던 부부는 중고차에 몸을 싣고 런던에서 출발, 아시아를 횡단하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6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호주에 도착해 보니, 수중에 남은 돈이라곤 단돈 27센트. 두 사람은 불안에 시달리기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였고, 그 결과 '론리 플래닛'이 탄생하기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토니와 모린 부부의 론리 플래닛도 위기와 기회의 순간들을 거쳐 후반으로 갈수록 기반을 다져가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 과정에서 빚어진 다양한 여행 무용담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바퀴벌레 구별법이나 소매치기 대응법과 같은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에피소드들이 가득 담겨있으니까요. 이외, 여행 가이드북에 관한 이들의 원칙과 신념을 알 수 있는 부분들과, 토니와 모린 가족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접하다 보면, 총 479페이지라는 두께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정보 습득이나 대리만족도 있겠지만-'여행에 대한 도전정신 함양'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조건이 열악했던 30년 전에도 지구를 반 바퀴나 여행한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이라면 나도 가능하겠어'같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언젠가 꼭 가봐야겠다고 여행지를 찜하면서 읽으면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지구상 어디를 가도 꼭 필요한 서바이벌 품목'으로 뽑은 세 가지가 여권, 돈, 론리 플래닛 여행 가이드라고 합니다. 세계 추세를 보면 여권은 전자여권으로, 돈은 신용카드로 점차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데, 론리 플래닛의 미래는 어떠할까요? 1천여 페이지가 넘는 '인도 가이드북'을 전자 기기를 통해 볼 수 있게 될까요? 비단 론리 플래닛뿐 아니라 모든 도서의 미래와도 연관된 문제라 생각하면 우려와 기대가 교차함은 어쩔 수 없네요.

* 막간 Quiz. 론리 플래닛 여행서에는 우리나라 동해의 해역 명칭이 동해, 일본해 중 어느 것으로 표기돼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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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외 주목할 만한 여행 관련 신간 2권을 더 소개해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은 역사가 깊으면서도 아름다운 전세계의 광장 100곳을 엄선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장소가 중심이 되는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10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100>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흡사 올컬러 백과사전을 연상케 하는 장정과 무게감은 물론 내용면에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현재의 광장이 가진 아름다운 모습에 지난한 역사가 오버랩되며 감동은 깊어갑니다.

들고 다니기 힘든데 집에서만 봐야 하느냐, 서울 시청 앞 광장은 왜 없느냐, 하고 딴지를 걸어 보지만 이러한 기획의 도서들이 계속 나와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쁠 따름입니다.

 

<스위트 로드>

 제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봄직한, 김영모 제과명장이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자타가 인정하는 워커홀릭인 만큼 단순한 여행이 아닌, 수대에 걸쳐 전통을 잇고 있는 일본 제과점들 방문을 목적으로 하여 그 결과물을 <스위트 로드>에 펼쳐 놓았습니다. 교토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가고시마, 구마모토 등 시골에 있는 제과 명가까지 빼놓지 않고 다녀 온 순례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제과점의 위치와 인기제품, 관련 사진, 주인의 인터뷰가 적절히 배치돼 있어 책 속의 장소를 직접 찾아가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프렌차이즈 베이커리의 어딜가나 똑같은 빵이 아닌, 모양도 맛도 개성있는 쇼트케이크와 몽블랑 등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다면 앞으로 일본 여행시 제과점 방문은 필수사항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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