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펴냄)
거짓말을 많이 하면 진실을 말했을 때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게 된다.
-<고스트 라이터> 본문 82페이지
평소 착하게 살아온 것도 아니면서, 오히려 주위에 민폐가 되고 범죄를 저질러 온 사람들이 죽음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죄를 뉘우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일을 보고 듣게 되는 일이 있다. 다른 사람의 가슴에는 지워지지 않을 상처와 고통을 남겼으면서 정작 자신은 그 죄를 몇 마디 반성의 말과 몇 방울 참회의 눈물로 모두 지워버리고 가벼워지려는 듯이.
유족과 피해자들은 용서하지 않았는데 스스로를 용서하고 신에게 용서받았다며 처음부터 죄를 짓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피해자의 상처는 아물기는 커녕 곪고 썩어들어간다.
뇌종양으로 3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은 헬레나 로스가 마지막 소설에 범죄의 고백을 담으려는 의도 또한 그러한 것이지 않을까란 생각에 이 까칠한 여자에게 조금도 정이나 연민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비밀을 꺼내놓기 전까지는.
로맨스 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며 연이은 흥행 성공으로 명성과 부를 가졌으나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여자, 헬레나 로스. 그녀는 다정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딸을 가진 여자이지만 사랑하는 법도 누릴 줄도 몰랐던 여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딸의 안전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그녀는 그저 '엄마'였다.
헬레나의 죄책감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 '살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에 적힌 이름들을 침묵하고, 베서니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다.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왜 죄를 지은 자가 아니라 양심을 가진 자여야만 하는걸까? 헬레나의 신경질적인 까칠함과 예민함이 죄책감과 자기혐오에서 나온 행동이었다니 스스로를 벌주는 시간에 외롭고 괴로웠을 그녀가 가엽다.
그녀의 마지막에 그녀를 이해해줄 수 있었던, 그녀에게 잠깐의 행복을 맛보여줄 수 있었던 친구 마크 포춘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출판사 미래지향의 지원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