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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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NOON세트] 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 (지음) |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펴냄)

125. 난 두 세계 사이에 어 있어서, 어느 세계에도 안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살아가는 게 좀 힘이 듭니다. 당신 같은 예술가는 나를 시민이라 부르고, 시민들은 나를 체포하고 싶은 유혹을 느낍니다.

토니오 크뢰거의 성장 배경과 토마스 만의 성장 배경은 쌍둥이이라 할 만큼 똑 닮아 있다. 단편 "토니오 크뢰거"가 토마스 만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진 이유일 것이다.

남미 출신의 어머니와 독일 혈통의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혼혈로 태어난 토니오 크뢰거의 외모는 금발에 파란 눈동자를 가진 주변의 친구들과는 다르다. 이름부터 남다르다. 남미식 이름인 '토니오'와 '크뢰거'라는 전형적인 독일 성으로 이쪽과 저쪽에 어중간하게 걸쳐져 있는 그의 처지와 다름이 없다. 학교 공부와 시민에 걸맞는 취미 생활에는 관심이 없고 시 쓰기를 좋아하는 토니오 크뢰거를 아버지는 못마땅하게 여기고 어머니는 이런 아들에게 관심이 없다.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한스와 잉에를 동경하고 짝사랑하며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바램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의 쾌락에 안주하는 그들의 삶보다 시를 쓰며 예술가의 길을 가는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보통 가까운 사이에 서로 이름을 부른다. 격식을 차리거나 마음의 거리를 두고 싶을 때는 성을 부르거나 이름에 성을 붙여 풀네임으로 부른다. 집안이나 배경을 두고 사람을 평가할 때도 이름보다는 성으로 부른다.

토니오 크뢰거가 학교을 다닐때 그의 친구들은 그를 '크뢰거'라고 불렀다. 한스는 둘이 있을 때는 이름인 '토니오'라고 불러주며 '돈 카를로스'에 관심을 보이지만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을때는 '크뢰거'라 부르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크뢰거 가'의 일원일 뿐 개인 '토니오'로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무리에서 밀어내어지는 심리적인 배척과 남미 출신의 어머니로 인한 혼혈이라는 특이성이 그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 직후 재혼을 하고 떠나버린 어머니, 이후 고향을 떠난 크뢰거는 작가로 큰 성공을 거둔다.

예술가적 자질과 현실의 안주, 혼혈로 갖게된 이국적인 외모로 토니오 크뢰거가 느끼는 혼란과 내면의 갈등은 그를 외롭게 만들었다. 작가로 성공한 이후 방문한 고향에서 그가 살던 대저택이 도서관으로 변한 데서 느끼는 이질감과 한스와 잉에가 부부가 되어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본 토니오 크뢰거는 충격을 받는다.

머물던 호텔에서 수배된 사기꾼으로 의심받는 것은 그의 외모 때문이었을까? 남과 다른 외모가 공격과 배척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되지만 의심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던 크뢰거가 경찰의 심문을 받아햐 했던 이유를 낯선 이방인이자 남다른 외모 외에는 딱히 찾아볼 수 없다.

믿었던 단 한 사람에게 배신 당한 외로움에 우는 왕 '돈 카틀로스'에게서 토니오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토니오 크뢰거가 토마스 만 작가 자신이 투영된 모습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예술가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이방인 적 삶이 외롭다고 호소하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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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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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NOON세트] 행복한 왕자

오스카 와일드 (지음) |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사랑은 지혜보다 낫고 부귀영화보다 귀하며, 인간 딸들의 발보다도 아름답소. 불도 사랑을 태워 없애지 못하고 물도 사랑을 꺼버리지 못한다오.

본문 "어부와 그의 영혼" 중에서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부와 그의 영혼", "별 아이" 오스카 와일드의 4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사랑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각기 다른 사랑을 통해 교훈을 주고 있다.

겉모습은 화려한 보석과 금으로 뒤덮여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왕자라고 불리우는 동상의 심장은 납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도시의 온갖 추악함과 비참함이 다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에서 행복한 왕자는 절대로 행복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이 보이는 겉모습의 화려함에도 보이지 않는 내면은 겉과 달리 불행할 수 있다. 부자라고 해서 다 행복한 것은 아니므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 외모의 행복한 왕자와 가진 것이라고는 자유로운 날개짓뿐인 제비. 둘은 자신들이 가진 전부를 타인의 행복을 위해 내어놓았다. 그리고 서로의 곁을 지키며 제비는 죽음을, 행복한 왕자는 심장이 깨지는 상실을 맞는다. 이런 숭고한 희생을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면 무엇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들은 남자는 노래의 아름다움만을 인정할 뿐, 아무 쓸모가 없다고 말한다. 사랑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없이 탄식만을 했던 남자에게 그렇게 말할 권리가 있을까? 타인의 감정과 기치관마저 자신의 잣대로 재고, 평가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나의 감정은 인정 받고 공감 받기를 바라는 것인가.

단지 꽃보다 보석에 마음을 빼앗긴 교수의 딸만을 비난할 것인가?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분노하여 그토록 절실하게 갖고자 했던 붉은 장미를 내던져 짓밟히게 만든 학생의 그 사랑은 참사랑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목숨을 다했던 나이팅게일의 맹목적인 사랑은 숭고하고 옳았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한 사랑이었던 걸까, 무엇을 사랑했던 걸까?

사랑의 감정을 사랑했던걸까, 상대를 사랑했던걸까?

사랑의 정의에 대해 짚어보게 한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영혼을 잘라내야 했던 어부.

마음을 갖지 못한 영혼이 세상을 떠돌며 악을 행하고 즐거움을 느낀다. 영혼과 마음을 분리했다는 게 특이하고 신선했다. 1년에 한번씩 돌아온 타락한 영혼이 지혜와 부귀영화로 어부를 유혹하지만 그의 큰 사랑을 이겨낼 순 없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낼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마지막 욕망은 왜 이겨내질 못했을까? 인간은 갖지 못한 것을 갈구하는 욕망만은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인어의 죽음앞에 그 사랑이 왜 영원하지 못했느냐고 어부에게 묻고 싶다.

아름다운 외모도 추악한 마음이 깃든다면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다라는 것을 별 아이를 통해 말한다. 모성마저 부정한 오만함은 별 아이가 세상 사람들을 판단했던 외모로 그를 벌했다. 눈 높이식 죄와 벌이라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사랑과 그 사랑의 깊이. 자신의 방식이 아닌 사랑이 아니라고 해서 그 사랑이 거짓은 아니지만 희생 하는 사랑이 맹목적인 희생은 아닌지, 타인의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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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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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NOON세트] 동물 농장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열린책들 (펴냄)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인간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인간은 다른 인간보다 특별하다"는 말을 비틀어 표현한 조지 오웰의 비꼬는 유머가 스탈린은 사뭇 아팠을 것이다.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의 정치 풍자가 가득한 '동물 농장'은 연이은 출간 거부로 하마터면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우화의 대표격인 소설이지만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의 우화인 이유다.

농장 주인인 존스 씨는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스 2세를 나타낸다. 메이저 영감은 레닌, 스노볼은 트로츠키,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빗대고 있다. 이들은 모두 러시아 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인물들로,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사건들도 대부분 러시아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바탕으로 했음을 알 수 있다.

메이저의 꿈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몰아내야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가르침을 나폴레옹,스노볼, 스퀼러는 동물주의 공산주의의 사상으로 만든다.

반란을 일으켰던 근본적인 이유는 배고픔이었으나 소설 말미에 이르러서도 동물들은 배고픔을 벗어나지 못한다. 동물 농장의 발전을 기대하며 만든 대부분의 위원회는 실패로 돌아가지만 학습 동아리만 남은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지식을 가진 자만이 지식을 갖지 못한 자를 이용할 수 있다는.

동물 농장과 바깥 세상을 이어주는 중개인으로 변호사가 등장한다. 체제가 다른 두 곳을 이어주는 것이 자본주의라는 것은 공산주의가 보이는 큰 아이러니다.

나폴레옹 일당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협박과 공포를 조장해 다른 동물들의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했다. 정치 광고, 찬양, 세뇌, 강압에 동물들이 보이는 반응은 제각각이다.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쪽의 편에도 서지 않은채 무관심과 방관을 보이는 벤자민과 같은 부류는 실천 능력이 없다. 클로버는 자각하려 하지만 씌여진 계명을 떠오르지 않는 기억보다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복서.

죽도록 일만 하다가 진짜 죽어버린 복서. 복서의 삶이 가장 안쓰럽다고 느낀 나와 달리 아들은 돼지들 만큼이나 나빴던 것이 복서라고 말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지성과 누구보다도 셌던 힘. 그런 상황을 벗어날 힘과 지성을 모두 가지고 있었으면서 "나폴레옹은 항상 옳다"며 진실을 바로 보려하지 않고 곡해했기 때문이란다. 동물 농장이 독재 상태로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지식인들의 무조건적인 충성.

자신이 하는 노동이 독재자인 나폴레옹에게만 이득이 되고 다른 동물들에게는 오히려 피해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본다면 깨어나려 노력했던 클로버가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 초 6이었던 아들에게서 오히려 배움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권력이 한곳으로 모이는 독재.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역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삼권분립'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시향하고 있다.

우리가 뉴스를 보며 정경유착, 검찰개혁, 검경분리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목소리를 드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깨어나려 하고 상황을 자각하려 하는 '클로버'들이 많아져야 한다.복서와 같은 무조건적인 충성심만이 옳은 것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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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세상 속 둘만을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내가 둘이 되어 살아가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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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세상 속 둘만을 위한 책

데비 텅 (지음) | 최세희 (옮김) | 윌북 (펴냄)

14. 각자 할 일을 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 좋다.

같은 공간에서...

내가 참 좋아하는 상황이다.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함께 있고는 싶지만 취향이 다른 우리 부부. 같은 공간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끔 대화하고 가끔 눈을 맞추며 시간을 보낸다. 항상 무언가를 함께 해야한다는 의무감과 강박없이도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좋다. 한집에 같이 산다는 것이 가진 큰 장점 중의 하나다.

베스트 프렌드와 6년의 연애끝에 결혼을 했다는 데비 텅. 나와 남편은 4개월의 짧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베스트 프렌드와 결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혼해서 살면서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가기도 하는 것 같다.

질투없는 응원과 격려, 다름과 차이를 비난하지 않고 인정하며 우리 부부가 살아온 16년은 서로를 베스트 프렌드로 만들어 주었다. 성격도 취미도 어느 것 하나 닮은 점도 공통된 관심사도 없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살기에 10년 남짓 말다툼조차도 없이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다. 급하고 불같은 성격의 내가 남편에게 만큼은 고분고분 한 것을 보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신기해 한다. 그럴만도 하지. 나도 내가 신기하고 신통하고 그러니까.

함께 한 세월이 길어질수록 예전의 열정적인 사랑보다는 흔히들 "정으로 산다, 전투애로 산다"고 한다. 아무렴 어떤가! 사랑이든 정이든 전투애든 함께 나누는 감정이 따뜻하고 긍정적이라면 포괄적 의미의 사랑이 아닐까?

나에게 남편은 흔히들 얘기하는 남의 편이 아니라 하나뿐인 내편이고 베스트 프렌드이다. 함께하는 취미는 없지만 남편의 취미를 함께하는 사람들 속에 내가 잘 섞이고 나의 여가를 나누는 사람들 속에 남편이 잘 어우러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깊은 애정과 관심이 있기에 그런게 아닐까?

양보와 배려는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뺏기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 둘만을 위한 책' 본문에서처럼 사소하게는 한편의 영화일 수도 있고 때로는 이 사람에게가 아니라면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바로 너니까, 바로 당신이니까. 기꺼이.

"고마워. 당신이라서. 내 옆에 있는게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라서." 이미 백번쯤 말한것 같지만 내일은 백한번째로 또 말해줘야지!

일상을 감사하게 만들어준 "소란스러운 세상 속 둘만을 위한 책"도 고마워~

데비 텅과 나는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 분모를 제외한다면 닮은 점을 찾기 힘든 타인이지만 읽는 내내 박수를 쳐가며 "어머, 이건 내 얘기잖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그녀의 사생활을 담아낸 책인데 왜 나는 내 얘기 같은 것인지.

세대와 언어를 뛰어넘는 공감대. 책이 주는 놀라운 선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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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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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NOON세트]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불리우는 <노인과 바다>.

네 번의 도전 끝에서야 완독을 했던 책이다. 다른 고전 문학에 비해 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십대 때의 첫 도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으로 끝까지 읽지 못했었다. 그 후의 도전들도 지루함과 매끄럽지 않은 번역, 두번의 실패가 선입견이 되어 세번째에도 역시 끝까지 읽지 못했었다.

네번째에 가서야 이뤄낸 완독은 읽었다는 속시원함보다 나만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겠는 답답함이 있었다.

느낀 것이 한가지 있다면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 한 번 더 읽으면 속시원히 알아질까? 그렇게 다시 읽게 된 "노인과 바다"다.

삶은 마음대로, 마음 먹은대로 되어지지 않고 살아지지 않는다. 바다의 깊이에 따라 정확하게 미끼를 던지는 노인에게는 운이 따라 주지 않아 84일을 빈 배로 돌아와 놀림감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어부들의 마구잡이 낚시에는 풍성한 수확이라는 운이 따라주는 것이 그러하다.

13. 아무도 노인의 물건을 훔치지는 않겠지만, 돛과 무거운 낚싯줄은 집으로 가져가는 편이 나았다. 노인은 마을 사람들이 그의 물건을 훔쳐 가지 않으리라 확신했지만, 갈고리와 작살을 배에다 놔두는 것은 쓸데없는 유혹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참으로 선하게 살아온 노인의 인생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거대한 뼈만 배에 달고 온 그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있고, 바다에 나간 노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그를 찾아 나섰을 것이다. 노인을 대하는 소년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노인을 향한 소년의 관심과 사랑은 단순히 아이가 보이는 사랑이라기 보다 마치 신이 조건없는 사랑을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바다에서 상어들과 고군분투하는 노인을 보며 무언가를 느꼈어야 하겠지만 글쎄...나는 그 노인이 안쓰럽긴 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인생은 살아가야하고 살아낼 수밖에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죽고 나서 가족도 없이 지내는 노인이 망망대해에서 힘겨루던 큰 고기와 적이 되고 친구가 되기도 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깊은 외로움을 보았다.

삶이 아무리 비극적이고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실패자는 아니다. 의지와 확신을 가지고 맞선 노인이 그러하듯이.

물론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고 해서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싸움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은 패배자로 살지 않게 한다.

노인의 꿈에 나왔던 사자. 그 사자가 의지와 정신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나에게도 나의 내면에도 사자가 있을까?

​<노인과 바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독서의 더 깊은 이해와 인생에 대한 깊이있는 사색, 공감력이 필요하겠다는 개인적인 반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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