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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NOON세트]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불리우는 <노인과 바다>.
네 번의 도전 끝에서야 완독을 했던 책이다. 다른 고전 문학에 비해 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십대 때의 첫 도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으로 끝까지 읽지 못했었다. 그 후의 도전들도 지루함과 매끄럽지 않은 번역, 두번의 실패가 선입견이 되어 세번째에도 역시 끝까지 읽지 못했었다.
네번째에 가서야 이뤄낸 완독은 읽었다는 속시원함보다 나만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겠는 답답함이 있었다.
느낀 것이 한가지 있다면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 한 번 더 읽으면 속시원히 알아질까? 그렇게 다시 읽게 된 "노인과 바다"다.
삶은 마음대로, 마음 먹은대로 되어지지 않고 살아지지 않는다. 바다의 깊이에 따라 정확하게 미끼를 던지는 노인에게는 운이 따라 주지 않아 84일을 빈 배로 돌아와 놀림감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어부들의 마구잡이 낚시에는 풍성한 수확이라는 운이 따라주는 것이 그러하다.
13. 아무도 노인의 물건을 훔치지는 않겠지만, 돛과 무거운 낚싯줄은 집으로 가져가는 편이 나았다. 노인은 마을 사람들이 그의 물건을 훔쳐 가지 않으리라 확신했지만, 갈고리와 작살을 배에다 놔두는 것은 쓸데없는 유혹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참으로 선하게 살아온 노인의 인생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거대한 뼈만 배에 달고 온 그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있고, 바다에 나간 노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그를 찾아 나섰을 것이다. 노인을 대하는 소년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노인을 향한 소년의 관심과 사랑은 단순히 아이가 보이는 사랑이라기 보다 마치 신이 조건없는 사랑을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바다에서 상어들과 고군분투하는 노인을 보며 무언가를 느꼈어야 하겠지만 글쎄...나는 그 노인이 안쓰럽긴 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인생은 살아가야하고 살아낼 수밖에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죽고 나서 가족도 없이 지내는 노인이 망망대해에서 힘겨루던 큰 고기와 적이 되고 친구가 되기도 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깊은 외로움을 보았다.
삶이 아무리 비극적이고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실패자는 아니다. 의지와 확신을 가지고 맞선 노인이 그러하듯이.
물론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고 해서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싸움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은 패배자로 살지 않게 한다.
노인의 꿈에 나왔던 사자. 그 사자가 의지와 정신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나에게도 나의 내면에도 사자가 있을까?
<노인과 바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독서의 더 깊은 이해와 인생에 대한 깊이있는 사색, 공감력이 필요하겠다는 개인적인 반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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