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번리의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클레어 지퍼트.조디 리 그림,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절판


그 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자 가문비나무 숲이 나타났는데 숲이 너무나 울창해서 하늘 한 조각, 햇살 한 줄기도 보이지 않았다. 소녀들은 저녁 어스름 같은 어둠 속을 걸어갔다.-151쪽

데이비는 미끄러져 레몬 파이 위에 정면으로 쭉 뻗어 버렸다. 블라우스는 빨면 되지만 파이는 완전히 망쳐 버린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바람은 불지 않는 법이다. -202쪽

언젠가 앤은 마릴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결국 정말로 즐겁고 행복한 나날이란 굉장히 멋지고 놀랍고 신나는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그런 날들인 것 같아요."-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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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구판절판


빗발은 점차 굵어졌고, 몇 번이나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창문을 흔들었다.
"루트가 걱정이네요."
"누가 쓴 책에, 아이를 걱정하는 것이 부모에게 부과된 최고의 시련이란 말이 있었지."-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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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큰 나무
고규홍 지음, 김성철 사진 / 눌와 / 2003년 4월
절판


대개의 큰 나무들은 신성한 나무로 받들여져서,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당산나무로, 혹은 삶에 지친 몸을 쉴 너그러운 정자나무로 오랫동안 사람의 곁을 지켜왔다. 지금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큰나무들이 그 같은 역할을 해왔고, 그래서 수백 년을 아름다운 자태로 살아왔다. 또 놀잇감이 그리 많지 않던 옛날에는 어린아이들의 가장 좋은 놀이터이기도 했다. 나무를 기어오르며 숨박꼭직을 하고, 배가 고파지면 나무의 꽃이나 열매를 따먹으면서 놀 수 있었다.-137쪽

나무 앞에서 우리는 춤을 췄다. 덩실덩실. 절로 춤을 추게 한 나무는 높은 언덕 마루턱에 홀로 서 있는 반송 한 그루였다. 언덕 아래 큰 길가에서부터 눈에 들어온 둥근 공 모양의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기뻐 춤을 췄고, 언덕을 허위허위 올라 나무 가까이 다가서서는 그리도 고운 자태의 나무가 크기 또한 작지 않은 것이 놀라워 춤을 췄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무 밑둥치에서부터 셀 수 없이 많은 줄기가 사방으로 고르게 뻗어 나온 신비로운 나무의 생김새는 우리의 춤바람에 신명을 더해 주었다. 즐거웠다. 이르봄, 나무 주변의 언덕 위로는 아직 초록의 새싹이 돋아나지 않았지만, 소나무의 한 종류인 반송의 푸른 잎은 나른한 봄볕에 반짝이고 있었다.-147쪽

나무가 한자리를 지키며 수백 살씩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신비한 일이 아니다. 정작 신비로운 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말없이 한자리에서 자라나는 나무들은 세월의 연륜이 쌓일수록 줄기는 점점 더 늠름해지고, 가지는 더 넓게 퍼진다. 나이가 들면서 차츰 젊었던 때의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사람과는 사뭇 다르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넓은 들이나 산꼭대기에 홀로 선 나무들은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줄기가 거센 바람을 맞아 부러지거나 썩기도 한다. 그러면 부러진 자리 옆으로 새 움을 틔워 줄기를 만들고, 썩어 구멍난 곳은 네 스스로 감싸안으면서 시치미를 뚝 떤 채 그 자리에서 새로운 나무로 거듭 태어난다.-214쪽

큰 나무를 찾아 나서는 일은 이 땅의 자연에 묻혀있는 사람살이의 알갱이를 찾는 일이며, 아울러 나무를 키워낸 산하의 강인한 땅힘을 찾아내는 일이다.-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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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큰 나무
고규홍 지음, 김성철 사진 / 눌와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가 빈번하게 하는 말이 있다. 나무가 한자리를 지키며 수백살씩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아름다움을 키워내는 모습은 100년도 채 살아내지 못하면서 젊었을 때의 아름다움 마저 지켜내지 못하는 사람하곤 다르다고 말이다.

최소 150해를 살아온 나무부터 최대 1500해를 살아온 나무들을 영접하고 나면 나무들의 생과 더불어 그 세월 동안 살아왔었던 사람들을 향한 나무들의 보이지 않는 시선에 경외감을 느낀다. 또한 그 큰나무에 의지해온 사람들의 생을 접할 때마다 나무와 사람이 둘이 아니라 하나였음을 알게 된다.

 나라 안의 어느 큰나무를 보더라도 사람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제각각 소원을 빌기도... 마을 안녕과 풍요를 빌기도... 자손들의 영화를 빌기도 해 사람들의 마음과 바램을 담은 큰나무들은 우리의 조상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의 마음과 바램들이 내려앉은 가지가지가 무거워 버거워하는 큰나무들도 더러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무에게 마음과 바램을 얹어놓은 것을 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관리와 보호가 소홀한 큰나무들이 종종 있으니 말이다. 사진 속의 큰나무들을 보면 그들이 살아온 세월이 단순히 생존의 세월이 아니었음을, 사람들의 바램과 기원이 담긴 나무였음을, 그들에게 얽힌 전설과 이야기들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나무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다.

 작가의 적극적인 큰나무 소개 덕분에 아마도 한번쯤 떠나볼까하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찾아가는 길이 쉬워 보이진 않지만 그 복잡한 길을 따라서 큰나무를 만나게 되면 그 아름다움에 덩실덩실 춤을 출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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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뜸의 거리
코노 후미요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11월
절판


기쁜가요?
10년이 지났지만 원폭을 떨어뜨린 사람은 나를 보고
"해 냈다! 또 한 명 죽었다." 하고
잊지 않고 생각해줄까?-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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