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흙과 피 vs 흘린 땀과 흘린 피
또는 법적 시민권 대 육체적 유대

내 생각으로는 성원권과 현존에 대한 이러한 기준의 차이는 명확하다. 그러나 아프리카 남부를 살펴보면 이 두 원칙은 서구 정치 이론이 흔히 가정하는 것보다 더 역동적인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곳에서는 현존과 성원권이 종종 훨씬 더 유연하게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사회에서는 ‘피와 흙‘이 배제의 원칙으로 작용해왔다. 잘못된 혈통을 가졌거나 잘못된 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추방되거나 배제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아프리카 남부 지역의 사회는 지금은 늘 그렇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longue durée 역사적으로 외부인을 배척하지 않았다. 오히려 때때로 ‘사람이 재산‘이라며 외부인을 통합하는 수단을 매우 정교하게 고안했다. 그리고 그러한 ‘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그들은 흙으로 상징되는 영토와 피로 상징되는 인간적 요소를 소속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좀 더 유연하고 유쾌한 개념을 전통으로 이어오고 있었다. - P60
외국인들은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면서 그들의 땀이 흙에 스며들고, 혹은 함께 고난을 겪으면서 흘린 피가 함께 살아가는 생생한 정신적 단결의 원천이 되어 어떤 장소에 지속적인 애착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관건은 어디서 태어났는지, 부모가 누구인지와같은 법적인 시민권이 아니라 가뭄을 함께 겪고, 같은 땅에땀을 쏟으면서 공유된 물리적 존재가 만들어낸 육체적인 유대라는 점이다. 이처럼 오래된 정치적 전통에서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물리적인 존재는 실제로 성원권과 통합된 단일체가 된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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