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스가 여키스영장류연구센터로 찬텍을 만나러 갔을 때, 찬텍은미동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찬텍이 수화로 말했다.
"엄마 린, 차에 가자 집에 가자."
그녀는 찬텍에게 아프냐고 물어보았다.
찬텍은 "아프다" hurt 라고 대답했다.
"어디가 아프니?"
찬텍은 "마음"feelings 이라고 대답했다."

타자에 대한 환대가 혐오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얼마 뒤 존 트림피인문사회대학 학장은 ‘찬텍 프로젝트‘의 종결을선언한다. 그는 이 결정이 습격 사건과 관련이 없다면서도 "찬텍의 몸집이 너무 커지고 빨라져, (찬텍을 위해) 증축하려고 하는 시설 또한 적당하지 않을 것 같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보건원NH, 국립과학재단NSF 지원하는 연구 프로젝트였다. 마일스는 반대했지만 결정권이 없었다.
이 사건 뒤 찬텍은 채터누가를 떠나야 했다. 찬텍은 다시 그가 태어난 감옥 같은 케이지로 돌아갔다. 마일스가 찬텍과 함께 산 지 8년째 - P302

어떻게 보면, 찬텍은 괴물이었다. 인간도 아닌 오랑우탄도 아닌, 반인반수, 인류학계에 휘몰아친 1960~1970년대의 수화 연구 열풍은 이런 유인원을 열 마리 이상 탄생시켰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은 네댓 살만 되면 인간 어른보다 훨씬 센 힘을 갖는다. 화가 나서 생긴 약간의 완력에도 사람은 크게 다칠 수 있다. 그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과학자들은 그들을 집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버렸다. 말하는 유인원들은 어정쩡한 삶을 살다가 지금 연구실의 좁은 시멘트 방에서, 동물 보호소에서 아픈 과거를 삼키며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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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는 원주민의 몸에도 흐르지만, 동물의 몸에도 흐른다.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과 아메리카들소와 늑대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원주민과 사자와의 관계를 분석하면 이들의 신체를 식민주의가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 생태계의 지배계급은원주민과 동물의 삶터를 점령하고, 그들을 계몽해야 할 야만으로 치부하며, 그들의 몸을 자신의 정치체제에 복속시킨다.
사실 짐바브웨 사자를 멸종 위기에 빠뜨린 건 영국 제국주의다. 제국주의는 아프리카의 사자를 비롯해 코끼리, 침팬지, 고릴라를 잡아 동 - P277

물원에 처넣거나 박제해 서재, 박물관의 진열장 안에 넣었다. 동물들은그렇게 멸종 위기의 나락에 빠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영국의 연구기관이 황제의 사자에게 GPS를 달고 서구의 언론이 앞장서 야생동물 보전을 설파한다. 사자 세실도 영국 식민주의자 세실 로즈의 이름을 따왔다.
그는 남아프리카를 통치하던 식민지 관료였으며, 짐바브웨에서 다이아몬드를 채광하는 사업가였다. 만약 일본인 연구자들이 지리산 반달곰에 ‘이토 히로부미‘라는 이름을 붙이고 GPS를 달아 실시간으로 관찰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분개할 것이다. - P278

아프리카 야생에 대한 지배는 식민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바뀌었다고 댄 브로킹턴은 말한다. 식민지 시절 닥치는 대로 사자를 잡아들였다면, 지금은 쿼터를 주고 사냥허가권을 판다. 보전의 외피를 둘러쓰고이윤을 창출한다. 놀라지 마시라. 주류 학자들은 스포츠 사냥이 야생 보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기준에서는 진보적으로 보이는 세계자연기금도 스포츠 사냥을 반대하지 않는다. 옥스퍼드대학 야생 보전팀조차도 ‘지속가능한‘ 스포츠 사냥을 주장하는 미국의 이익 단체 ‘댈러스사파리클럽‘에서 일부 후원을 받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외국인 갑부에게 사냥 허가권을 주고 번 돈은 가난한 아프리카 경제에 기여한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여기에 대체로 수긍한다. 정부는 토지 소유주에게 자신의 땅을 민간 사파리로 바꾸도록 권장한다. 짐바브웨에서는야생동물의 경쟁자인 가축의 방목지 27만 제곱킬로미터가 민간 사파리로 바뀌었다. 귀족 사냥 여행의 주 고객은 미국과 유럽 등 옛 제국주의나라의 갑부들이다. 짐바브웨는 독립했지만 잡혀가는 동물, 잡아가는 인간은 달라지지 않았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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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방법 : 평균 비교 vs. 역사서술 방식

닉슨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해임된 대통령이다. 그래서 닉슨의 사임은 실제로 일화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화라는 이유가 관찰의 중요성을 감소시키는 것일까? 드물고 색다른 사건이 갖는취약성은 인정해야만 한다. 뒤에서 보겠지만, 내가 관찰한 침팬지 중 하나는 유사한 상황 하에서 닉슨과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물론 말로 표현한부분은 빼고). 그러한 사건들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사건이만들어지는 과정이나 각 개체들의 개입 방법, 그리고 이전의 것과 비교해서 그 상황에 특별한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하루하루 기록하는 것이필요하다는 사실을 초기 연구를 통해 배웠다. 단지 침팬지들의 행동 빈도를 세고 평균을 내는 대신 연구 프로젝트에 역사 서술 방식을 도입하고자 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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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가토 요코 지음, 윤현명 외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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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청일전쟁(1895)의 승리로 한국에서는 일본의 압도적인 우위가 확립된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근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모색하고 있었고, 러시아와 일본이 한국을 둘러싸고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상황이 전개된 것입니다(1897년 대한제국 수립). 자, 이쯤에서 러시아가 삼국간섭(1895)을 통해 일본에 압력을 가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의 중국은 청을 가리키는데, 청의 정치를 움직이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홍장이었습니다.
한편 러시아의 중국 정책은 어떠했을까요? 이홍장의 대러시아 접근정책에 호응하듯이 러시아의 대중국 정책도 활발해집니다. 조금 전에 러시아는 한국보다 만주에 흥미를 가졌다고 말했는데, 정말로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남쪽, 즉 중국 동북부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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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가토 요코 지음, 윤현명 외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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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국 단체가 미군 포로병사 398명의 명부에서 사망한 미군 병사 비율을 지역별로 산출했습니다. 그 데이터를 보면 일본과 독일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독일군의 포로가 된 미군 병사의 사망률은 1.2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일본군의 포로가 된 미군 병사의 사망률은 37.3퍼센트를 넘었습니다. 상당한 차이입니다. 포로를 대우하는 일본군의 방식이 굉장히 가혹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P430

전쟁 중의 일본은 국민의 식량에 가장 신경 쓰지 않은 국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패전에 가까워질 무렵 일본 국민이 섭취하는 칼로리는 1933년시점의 60퍼센트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일본은 1940년을 기준으로 농민이 41퍼센트나 있었던 나라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일본의 농업은 노동집약형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농민에게는 징집유예가 거의 없었습니다. 공장의 숙련 노동자에게는 징집 유예가 있었지만 말이지요. 비료 사용법, 해충방지법 등 농업 기술을 가진 농업학교 출신자도 전부 군인이 돼야 했습니다. 그러자 농업은 기술도, 지식도 없는 사람이 담당하게 됐고, 농업 생산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1944년에야 정부는 농민 중에도 기술자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징집 유예를시행했습니다. 물론 때는 늦었습니다.

반면 독일은 달랐습니다. 독일은 일본보다 더 심하게 국토가 파괴됐습니다. 그러나 1945년 3월, 즉 항복 2개월 전 시점에 에너지 소비량이1933년보다 10~20퍼센트 증가했습니다. 전시체제 이전보다 좋아진 셈입니다. 독일은 국민에게 배급하는 식량을 절대로 줄이지 않았습니다. 국민이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식량 확보를 우선으로 한것입니다.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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