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린트 - 이기적 인간은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가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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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력 사냥

이처럼 연구자들은 치아와 뼈 화석을 조사해 요리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발의 해부 구조를 조사해동물을 장거리 추적하는 일과 관련 깊은 달리기 행동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인간은 마라톤 선수가 될 능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포유류 중에서 독특하다. 비록 짧은 거리를 달릴 때는 반려동물조차 이길 수 없지만, 우리는 오랜 시간 달리는 데 유용한 온갖 적응 형질을 지니고 있다(지구력에 유용한 느리게 씰룩거리는 근섬유, 장시간 힘을 쓸때 체온 증가를 조절하는 능력 등). 53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수렵채집인은 그저 먼 거리까지 뒤쫓는것만으로 영양을 잡을 수 있다. 이를 "지구력 사냥persistence hunt"이라고 한다. 사냥감은 사냥꾼이 안 보이는 곳으로 달려 달아난다. 하지만 - P532

사냥꾼이 이를테면 8시간 동안 추적해 계속 따라갈 수 있다면, 사냥감은 질주 행동을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지쳐 쓰러질 것이고, 사냥꾼은그냥 다가가 창이나 올가미로 잡을 수 있다. 나는 체질인류학자 댄 리버먼Dan Lieberman이 바로 이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본적 있다. 사냥꾼은 커다란 쿠두kudu (영양에 속한 종으로 평소에는 다가가면 위험하다)에게 그냥 걸어가 마시멜로인 양 꼬챙이를 박았다. 사자나 표범이 같은먹이를 뒤쫓을 때 쓰는 것과 전혀 다른 전략이다.
비록 지구력 달리기가 이런 사냥 방식에서 중요하긴 하지만 필요한 것은 해부 구조의 진화만이 아니다. 인간은 특정한 동물을 사냥감으로 정한 뒤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잘 찾아서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매번 새 구두를 볼 때마다 이번에는 이 개체, 다음에는 저 개체, 이어서 또 다른 개체 하는 식으로 요령 없이 뒤쫓다가는 자신이 먼저 지쳐 쓰러질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문화가 개입한다. 동물 추적 능력(발자국, 배설물, 부러진 나뭇가지, 행동에 관한 지식을 토대로 한 능력)은 여러세대에 걸쳐 공들여서 습득하며, 세심하게 가르치고 전달된다(유능한사냥꾼이 되기까지 여러 해가 걸리는 이유다). 이 문화적 발명이 이루어짐으로써 장거리 달리기에 알맞게 일어난 신체 변화는 적응성과 유용성을 띠게 된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화석 기록에 보존된 발의 해부 구조 변화를 토대로 다른 면에서는 쓸모없었을 느리게 장거리를 달리는능력이 언제 출현했는지, 그리고 추적이라는 문화 행위가 언제 출현했는지까지 추론할 수 있다. 54유전자-문화 공진화의 또 한가지 매우 좋은 사례는 성인들의당 내성 lactose tolerance 이다." 젖당은젖의 주요 당 성분이다. 아기는젖당분해효소(유당분해효소)인 락테이스actase (락타아제)를 써서 모 - P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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