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내가 중, 고등학교 다닐 때는 체력장 점수가 20점이 만점이었다.(지금도 고입, 대입에 체력장 점수가 있나요?) 15점은 기본 점수이고, 그날 출석하고 아무것도 안 해도 16점이었는데 나는 고입 체력장 때 모든 종목을 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고도 16점을 받았다. 그런 학생은 전교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데 그게 바로 나였다는.... 나는 그때 피아노를 치고 있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못하는 나를 보신 담임 선생님은 내가 혹시 손에 부상을 입을까 봐 대충 하고 있는 줄 아셨다. 아닙니다. 저는 나름 최선을 다한 거예요. 흑


이 운동 못하는 DNA는 정말 강력한지 울 아이들은 모두 운동을 못한다. 어떻게 세명 모두 운동을 못할 수가 있지? 남편은 맨날 자기가 소싯적에는 운동 좀 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말이 뻥인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확률적으로 이럴 수가 있나.


셋 중에서도 특히 엠군이 제일 못한다. 미국에서는 청소년기 남학생들에게 운동이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재미라도 느끼라고 이런저런 운동 클래스를 들었었는데 매번 엠군은 선생님과 엄마들에게 귀여움?? 을 독차지했다. 왜냐고? 만화에 나오는 그런 일이 꼭 일어나거든. 공을 찼는데 공은 그대로 있고 아이는 엉덩방아를 찧는 다든지, 공을 쳤는데 공이 뒤로 간다든지 뭐 이런 일들이 언제나 일어났다. 다들 웃음을 참으면서 나한테 와서 어머 네 아들 정말 귀엽다고.... ᅮ. ᅮ 

농구 클래스를 할 때는 시즌 마지막 시합이 거의 끝날 갈 때 심판이 중간에 시합을 멈추고 엠군에서 공을 준 적도 있다.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공을 만져보지 못했었거든. 그게 너무 안타까웠는지 심판이 공을 주고 아이들 비키게 해주었으나 역시 그때도 공은 골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팀 스포츠 하면 축구가 최고하면서 축구도 몇 시즌 했었는데 엠군은 당연히 수비를 맡았고, 시합 내내 엠군이 하는 일은 골키퍼 옆에서 골키퍼랑 수다 떨기. 땅에 쪼그리고 앉아 풀 뽑기, 땅에 그림 그리기 뭐 이런 일이었다. 시합 중에도 주로 걸어 다니는 녀석이 갑자기 뛰길래 어 웬일이지? 했더니만 갑자기 앉아서 뭘 줍는다. 시합 끝난 다음에는 없어질까 봐 빨리 뛰어가서 주었다네. 주로 그렇게 주은 것은 돌멩이였고 가끔 들꽃도 꺾었다.



Hunger를 읽다 보니 저자가 어린 시절 축구시합 중에 골대 근처에 앉아서 민들레 꺾은 이야기가 나온다. 


To this day, my family loves to recount the story of me sitting near the goalpost, picking dandelions in the middle of a game. (p65)


푸하하. 내 아들 놈만 그런 건 아니네. 하지만 위로는 안된다. 흑


이렇게 웃는 장면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내용은 가볍지 않다. 아니 너무 무겁고, 마음이 답답해서 책을 계속 읽어가기가 힘들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아프고 화나지만 또한 부모의 눈으로도 보게 되니 또한 두렵다. 차라리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이 없었거나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그러니까 그렇지 하면서 편하게 읽었을텐데...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내가 놓치고 있는 사인이 있는 건 아닐까? 자꾸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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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3-2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함께 주문한 다른 책이 준비가 안되는 바람에 아직 배송 전이에요.. 저도 얼른 읽고싶어요...

psyche 2018-03-22 23:23   좋아요 0 | URL
역시 다락방님 사실 줄 알았어요 ㅎㅎ저는 진도가 잘 안나가네요.다락방님이 먼저 읽으실지도...

cyrus 2018-03-2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육 시간에 나름 열심히 뛰었는데 제대로 뛰지 않았다고 핀잔 들을 때 속상해요. 그래서 저는 체육 시간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ㅎㅎㅎ

psyche 2018-03-22 23:24   좋아요 0 | URL
저는 좋아하지 않은게 아니라 완전 싫어했어요. 제일 싫어하는 과목. 수학보다도 영어보다도 ㅎㅎ

라로 2018-04-22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수는 기억이 안 나지만 체력장에서 가장 낮은 점수(16점) 받은 사람 저두요. 100미터 달리기 할 때 선생님이 저보고 발자국 세면서 오냐고 했어요. 저는 땀이 나도록 최선을 다해서 뛰었는데 말이지요. ㅠㅠ 오래 매달리기는 잡자마자 떨어지고 윗몸일으키기는 했지만 점수에 포함 안 되는 갯수를 했나 뭐 그럴거에요. 치욕의 고3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ㅎ
저와 남편은 들다 몸치인데 그나마 해든이 말고는 그럭저럭 한듯요. 해든이는 아직 축구만 했는데 골키퍼와 얘기하고 앉아서 그림그리고, 해든이 축구 경기 비디오를 돌려보는 것 같군요. ㅎㅎㅎㅎ 해든이는 더구나 다른 애들은 다 뛰는데 혼자 스키핑해서 가고 그랬어요. ㅠㅠ 그래도 엠군은 귀엽기나 하죠. 저희 해든이는 키도 큰 녀석이 그러니 정말~~~~!
어떤 책인지 모르지만 저는 아직 읽을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방금 자원봉사 하고 왔어요. 발바닥이 아파서 잠이 금방 들지 않아서 북플에 왔다가 님의 글 읽고 웃다 울다합니다.

psyche 2018-03-23 00:09   좋아요 0 | URL
아 라로님은 몸이 날렵하실거 같은데 저랑 같은 과시군요 ㅎㅎ

근데 어떻게 자제분들은 다 성공을....부러워라. 해든이도 관심이 없어 그런거지 못하는 건 아닐거 같아요. 저희집 엠군은 지금이야 하려고도 안하지만 하려고 할때도 몸이 도저히 안따라주는 거거든요. 저를 똑 닮았어요... 안타깝게도....저는 잘하기는 꿈도 꾼적 없고 친구들이랑 어울릴정도만 되기를 바랐는데 흑흑. 학교에서 하는 피트니스 테스트 맨날 페일이에요. 거기에 살까지 쪄서 더욱...

그리고 저 책은요.록산 게이의 메모아인데 나쁜 페미니스트에도 잠깐 그 이야기가 나오는데요.그녀가 12살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일이 있어요. 근데 부모님들이 모르시더라구요. 성추행 정도가 아니고, 그냥 성폭행도 아니고 집단 성폭행이었는데요. 그게 부모님과 사이가 안좋거나 그런게 아니고 매일 저녁 같이 앉아서 밥먹으면서 대화하고 그러는 집인데요.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안타깝기도 하고 엄마한테 말해! 라고 혼자서 속으로 막 이야기 하고.... 이제 이런 내용을 보면 자꾸 내 자식이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부만두 2018-03-23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몸치, 이렇게 언니는 전생의 제 쌍둥이인걸로....

헝거 책만 사놓고 안읽었어요. 피플지 인터뷰만 봤는데 너무 속상하고..

psyche 2018-03-23 23:03   좋아요 0 | URL
그러게 우리는 진짜 쌍둥이라니깐 ㅎㅎ 그래도 유부만두는 아이들 한명은 운동을 잘 하니 부럽네.

사실 요즘 모든 책이 다 눈에 안 들어와. 빨리 학교 발표가 다 끝나야 할텐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