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알라디너들이 그렇겠지만, 다른 사람 집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장이다. 당장 가서 무슨 책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지만 친한 사이가 아닌 한 다짜고짜 책장 앞으로 달려가는 건 예의가 아닌 법. 하하호호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장으로 갈 기회만 호시탐탐 노린다. 그러다 드디어 그 기회가 오면 책을 살펴보며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한다. 



하지만 남들에게 내 책장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내 책장을 보고 날 판단할테니까. 



와우! 어쩜 이렇게 내 맘이랑 똑같지!!





이 부분에서도 한참 웃었는데 특히 여기! 나의 경우는 부인 대신 남편 또는 가족이 되겠다. 예전에는 책 읽으면서 옆에서 말하면 건성으로 대충 대충 응,응 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다. 책 읽을 때 옆에서 뭐라고 하면 대답이 나오질 않는다. 아니 나한테 말했는지 들리지도 않는다. 코로나로 가족들이 집에 있으면서 이런 나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내가 자기들을 무시한다나 어쩐다나. 하지만 어쩌라고 난 이미 중독자인걸.




이 그림을 보자 이 사진이 생각났다.



샌디에고 중앙 도서관에 있는 이 글귀 The greatest gift is a passion for reading.

이 글귀를 보자마자 바로 친정아버지가 떠올라서 마음이 찡했다.

항상 책을 손에서 놓치 않으셨던 아버지께 받아서 나의 아이들에게 준 귀한 선물. 책에 대한 열정. 


내가 이 글귀를 봤을 때만 해도 내 아이들 모두 책을 좋아했고 특히 큰 아이는 "제발 책 좀 그만 읽어!"라고 잔소리를 해야 할 정도였는데 (어릴 적 그 말을 제일 싫어했던 내가 아이에게 할 정도!) 이제는 세 아이 모두 일 년에 한 권 읽을까 말까 한다. 하지만 언젠가 그 열정이 다시 돌아올 날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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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2-16 07: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한테 바라는 거 그거 딱 하나인데요(아닌가요?@@) 그게 참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저만이라도 열정을 가지려고요. 옆에서 활활 불타오르면 쳐다보지 않을까 싶어서요. 근데 어쩌나요. 제가 그냥 성냥이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다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1-02-16 07:49   좋아요 2 | URL
옛날에는 책 읽고 서로 권해주고 욕하고 막 그랬는데 지금은 제가 막 이거 넘 좋아 꼭 읽어!! 라고 막 난리쳐도 오케이 맘 하고는 끝... 그래도 딸들은 대답은 하죠. 아들놈은 대꾸도 안 해요. ㅜㅜ

단발머리 2021-02-16 07:55   좋아요 3 | URL
저는 읽는 책 이야기를 얼마나 하는지요 ㅋㅋㅋㅋㅋㅋ최근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읽었거든요. 저희집 아이들이 그 책을 싫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1-02-16 08:0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저 엄청 공감합니다. 저희집도 그래요. 어떤 때는 내가 책 이야기를 시작하면 가족들이 갑자기 싹 사라진다는...

붕붕툐툐 2021-02-16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쿡은 중앙도서관에 저리 멋진 말이 써있군요~! 완전 감동이에용!!

psyche 2021-02-16 08:06   좋아요 1 | URL
제가 사는 도시의 중앙 도서관이 한 9년? 전쯤 멋지게 다시 지었거든요. 그때 아이들 데리고 갔서 봤어요. 안에도 잘 해놓아서 가끔 갔었는데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못 가네요. ㅜㅜ

붕붕툐툐 2021-02-16 13:07   좋아요 1 | URL
으힝.. 코로나 나쁘다..ㅠㅠ

scott 2021-02-16 1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미쿡도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 츨입이 힘들어 졌군요. 책을 사랑하는 아버지 프쉬케님 그리고 아이들,,,,[ The greatest gift is a passion for reading.]이문구가 프쉬케님 가족 가훈이네요. ^.^

psyche 2021-02-17 02:00   좋아요 1 | URL
네 캘리포니아는 작년 3월 이후 거의 락다운 해서요. 도서관은 오랫동안 닫았다가 이제는 들어가지는 못하고 예약한 책 픽업만 가능해요.
그 생각을 못했는데 scott 님 아이디어 덕에 저희 집에도 가훈이 생겼네요. 고맙습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1-02-16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우리집 아이들 셋도 어쩌다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이 된 건지???
청소년기 들어서면서.....ㅜㅜ
책 안 읽는 성인이 되면 어쩌나??걱정이에요...그래놓곤 요즘 저도 책을 잘 안 읽고 있는데 할말 없어 웃음이!!!ㅋㅋㅋㅋㅋ
저런 문구가 새겨진 도서관에는 한 번 가서 책을 읽어 보고 싶네요...가슴 벅찰 것 같아요^^

psyche 2021-02-17 02:03   좋아요 0 | URL
요즘 아이들이 다 그런가봐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책 보기를 돌같이 하는... 제 큰 딸은 정말 걸어다닐 때도 책을 읽는 아이였는데 심지어 전공이 영문학... 그런데도 이제 책을 거의 안 읽더라고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