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과학 - 과학이 열리던 날,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김병민 지음 / 사월의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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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우리에게 안겨준 선물은 참으로 많지만, 과학이 인간의 욕망과 탐욕과 얽히면, 그건 재양이 되기도 한다. <숨은 과학>은 머리말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물 속에 숨은 진실을 하나씩 벗겨가는 책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른세 명의 과학자는 대부분 잘 알려진 과학자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 서른세 명의 과학자의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진 않다. 머리말에서 "과학은 한 사람의 위대함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숨은 과학자들의 무수한 논쟁과 탐구를 통과해 우리가 아는 그 사람으로 수렴했을 뿐이다."라고 저자가 말했듯이, 이 서른세 명의 과학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들의 뼈를 깎는 듯한 노력을 단지 대표하고 있다고 말해도 되겠다.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과학 이야기를 단순히 과학에서 발견한 사실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그 과학이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만나면 어떤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매 장마다 경고판이 붙여 놓았다. 이를테면 DDT가 준 축복도 있었지만, DDT가 정작 우리에게 남겨놓은 것은 저주였고, 화석연료가 인간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지만, 또 한편은 기후 위기라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양날의 검이었다는 사실도 책 전반에 걸쳐 밝혀 놓았다. 


이 책은 무엇보다 잘 읽히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마치 책을 읽어주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잘 읽힌다. 74쪽에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미래의 본질"이라고 말할 만큼 저자는 과학 뿐만 아니라 인문학의 중요성을 깊이 알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이 인문학 서적을 주로 내는 출판사, <사월의 책>에서 출간된 이유가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과학이 놓여있지만, 정작 저자가 과학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건 인간에게 과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총 6부로 되어 있다. 각 부의 제목이 이를 암시한다.


1부 세상을 알다

2부 세상을 보다

3부 세상을 오해하다

4부 세상과 맞서다

5부 세상에 도전하다

6부 세상을 살아가다


과학과 사회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에도 한두 가지 옥의 티가 없는 건 아니다. 2쇄가 나온다면 아래의 내용이 수정되었면 한다.


19쪽. "19세기에는 레이저와 광학기구를 사용해 빛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을 시도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레이저는 아무래도 오타로 보인다. 레이저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1960년이다.


42쪽 "엄청난 온도와 에너지로 가득한 '플라즈마 스프'라고 하는 상태에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을 겁니다."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이 플라즈마 스프는 오늘날 핵물리학에서 연구하고 있는 쿼크-글루온 플라즈마와 관련 있다. 이 뜨거운 플라즈마 상태에서는 양성자와 중성자 모두 쿼크와 글루온으로 풀어져 있다. 그렇다고 굳이 이 부분에 엄격한 잣대를 댈 필요는 없다. 저자가 여기서 이야기하려고 한 건, 우주 초기에 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연을 강조하고 싶었던 거니까 말이다.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미래의 본질이기 떄문입니다. - P74

인류는 지구라는 부동산을 임대해 사용하는 세입자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 P130

우리가 누리고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일상은 희생 양극과 같은 그들이 없었다면 철의 부식처럼 사라질지 모르는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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