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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줄 베끼려고 한 권을 읽는다"고 말한 이는 누구였던가. 인용(quote)은 익숙한 글쓰기 수법 중 하나다. 글세계에서 이 '지적 절도'는 쉽게 용인되고, 때론 장려된다. 인용은 지식 축적도를 재는 방편이다. 물론 그 분량은 수정과에 띄운 잣 몇 알 정도면 족하다. 지나치면 이런 말이 나온다. "대체 네 생각은 뭐야. 당신 얘기를 하란 말이야."

여기 책 한 권이 있고, 거기 이런 문장이 있다.

"종교가 정치와 무관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종교를 모르는 사람이다(1). 절대 권력이 절대로 부패한다는 명제에서 하나님인들 자유로울까(2). 종교는 서민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탁월한 도구다. 종교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살해하지 않도록 지켜준다(3)."

종교에 대해 꽤나 시니컬한 태도다. 돈을 다루는 방식도 비슷하다. "돈이 없다는 것이 모든 악의 근원이다(4).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위선이다(5). 돈에 관한 한 모든 사람이 같은 종교를 믿는다(6)."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는 인용문과 저자(엘리엇 부)가 쓴 문장을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가.

번호가 붙은 문장의 주인은 1 간디, 2 조지 디컨, 3 나폴레옹, 4 마크 트웨인, 5 알베르 카뮈, 6 볼테르. 저자의 말은 하나도 없다. 생전 마주친 일이 없던 6명의 말을 따서 저자는 아주 인상적인 문장을 만들었다.

저자는 돈·인생·신·예술·국정운영·불안 6가지 주제를 272명의 말을 인용해 풀어냈다. '이 책의 공저자들'이란 챕터에는 공자·괴테·간디·뒤샹 등 익숙한 이름부터 레게 가수 밥 말리, 영화 '스타워즈'의 캐릭터인 요다까지 등장한다. 저자는 한 번에 책 스무 권을 동시에 읽는 기이한 독서법을 친구의 입을 빌려 '비선형적 독서(non-linear reading)'라 명명했다.

각기 다른 개성이 쏟아낸 언어가 ▲선별 ▲조합 ▲배치의 과정을 통해 독특한 개성을 가진 '화자'의 언어로 재탄생한 것이다. 저자는 자기 말을 한 줄도 쓰지 않고 (책 제목도 알베르 카뮈 것이다) 멍청한 정부와 탐욕스러운 종교, 돈에 대한 이율배반, 허무한 예술지상주의를 씹고, 조롱한다. 침 튀겨 이런 주제에 대해 말하고, 쓰는 '순진한 필자들'에게 한 방 먹이는 태도다. 그런데 이런 '지적 피학'이 즐겁다.



식료품을 사러 갔는데 20분 거리에 있는 다른 마트에서 1만원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면 기꺼이 발품을 팔 것인가. 그렇다면 20분 거리에 있는 백화점에서 145만원 짜리 양복을 144만원에 판다고 가정해보자. 양복을 사러 백화점을 옮겨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유럽 출신 지식인 단체인 ’취리히 마인즈’ 설립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롤프 도벨리는 신간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내린 결정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때가 잦은지 낱낱이 찾아냈다. 식료품과 양복 구매 실험이 대표적 사례.

책 에 따르면 걸어가야 하는 거리도 같고, 할인해주는 금액도 동일한데 양복을 사러 백화점을 옮겨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 145만원에 비해 1만원이 사소해 보이는 ’대비 효과’ 때문에 이러한 비합리적인 소비 경향이 되풀이된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첨 단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번번이 어리석어 보이는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뭘까. 수렵과 채집 활동이 전부인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정보가 넘쳐나고 취사선택해야 할 상황도 급증하면서 ’생각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닌데 로또 번호를 직접 선택하려고 하는 ’통제의 환상’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합리적 결정 50여 가지가 사례별로 소개한다.



공금횡령은 비난하면서 회사 물품은 쉽게 갖다 쓰는 사람, 아이의 거짓말은 나무라면서 사고보험금은 실제 피해보다 높게 청구하는 사람, 수임료나 치료비에 불필요한 비용을 얹는 사람…. 많은 이들이 '사소한' 부정의 파도 속에 헤엄치며 살아간다. 저자는 우리 안의 부정직이 일상 속에서 어떤 식으로 꿈틀대는지, 그 '이무기'를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우 리 내면엔 늘 두 동기가 싸운다. 남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사회적 욕구와 속여서라도 이득을 얻으려는 이기적 욕심. 이 둘 사이에서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은 균형을 잡느라 애쓴다. 자신의 도덕적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부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준선은 무엇인지 파악하려 끊임없이 노력한다. 일종의 '모럴 다이어트'다. 점심·저녁에 적게 먹었으니 간식은 잘 먹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전반적으로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어느 정도의 부정과는 타협한다.

부정행위에는 심리적 거리도 한몫한다. 자신과 부정행위 사이에 단계가 많을수록 타협이 쉬워진다. MIT 기숙사에서 실험을 해봤다. 냉장고에 절반은 콜라 6개들이 팩을, 다른 절반은 현금을 접시에 담아두었다. 콜라는 72시간 안에 모두 없어진 반면, 지폐는 그대로였다. 복도에는 콜라 자판기가 있었다. 콜라가 목적이라면 지폐로 빼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돈은 꺼리고 만만한 콜라만 쉽게 집어갔다.

오늘날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융 비리가 쉽게 일어나는 것도 실물과의 연관성이 멀어져 양심에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요컨대 부정의 대상이 심리적으로 멀고 추상적이며, 규정이 모호할수록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로 마제국에는 '메멘토 모리' 관행이 있었다. '당신도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개선장군이 거리 행진을 할 때 노예 한 명이 이 말을 반복해서 귓가에 속삭였다. 자만심을 경계하기 위한 장치였다. 저자는 우리에게도 그 비슷한 도덕적 각성 기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MIT와 예일대에 '명예수칙' 준수 서명을 시켰더니 부정행위가 없었다. 무신론자도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하게 하면 거짓말 확률이 떨어진다. 심지어 무인판매대 앞에 사람 눈 이미지 사진만 둬도 결손액이 줄었다. 유혹의 순간에 누군가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도 정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통적으로 참회나 기도, 고해성사 같은 종교적 장치들이 사회의 부패를 막는 기능을 해왔다. 저자는 오늘날에도 유혹의 순간에 개입하는 작은 각성 장치 하나가 장황하고 거창한 설교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앞서 '상식 밖의 경제학' '경제 심리학' 등의 저서로 경제 생활 속의 '비이성'을 헤쳐보였던 저자의 최신작. 이번엔 경제 분야를 넘어 일상 속의 도덕적 가식과 허세를 들춰냈다. 무겁고 심각할 수도 있을 주제를 고치 삼아 경쾌하게 풀어내는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굶주린 시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철없는 발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역사서 어디에도 그가 한 말이라고 나와 있지 않다. 이는 당시 프랑스 혁명군들이 퍼뜨린 루머(소문)였던 것이다. 사치와 허영의 대명사로 낙인 찍혀 있는 앙투아네트도 바로 이 점에선 루머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사실 루머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확산 속도와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현대사회에서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루 머에 관해 수십 편의 논문과 보고서, 연구자료 등을 발표한 세계 최고 루머 전문가인 저자(미 로체스터 기술대 심리학 교수)는 책에서 다양한 사례를 동원하며 루머의 메커니즘을 철저하게 파헤친다. 저자는 소문이 만들어진 뒤 퍼지고 사람들이 이를 믿게 되는 과정 등을 자세히 설명하며 루머를 둘러싼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현상을 냉철하게 분석해 보여준다. 소문에 대한 시비판단을 보류하고 본질과 위력을 중립적으로 분석한 책은 루머공화국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저자에 따르면 커피 자판기 주변과 회사의 흡연실, 학교 화장실, 인터넷 채팅방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루머가 존재한다.

소 문이 난무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루머라는 자연스러운 현상 속에 숨어 있는 비정상적인 힘이다. 저자는 책에서 이러한 소문의 영향력을 ▲사람의 눈을 가린다 ▲위험을 경고한다 ▲미래를 예측한다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한다 등 4가지로 정리해 설명한다.

소문이 생기고 퍼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루머의 속성을 알면 어느 정도 통제는 가능하다.

소 문과 뒷담화, 도시괴담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불명확함·애매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루머를 통제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는 책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평범한 사람도 루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현대사회의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



‘남고, 아깝고, 원하는…’ 자기 일상의 시시콜콜한 불편함과 욕구에 주목해 이를 자기만의 작은 기업으로 발전시킨 이들이 있다. 평범한 아줌마를 ‘셰프’로 만든 4000원짜리 주먹밥 프로젝트 ‘집밥’, 집에 쌓인 책을 대신 보관해주며 대여도 하는 ‘국민도서관 책꽂이’, 퇴화된 ‘작업 본능’을 깨우려는 일반인을 위해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과 전문 공구를 비치한 공동작업실 ‘테크숍’….

책 의 부제는 ‘인터넷과 공유경제가 만들어낸 백만 개의 작은 성공’이다. 제목처럼 일상의 작은 공간,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성공들을 소개한다. 이 주인공들은 요즘 누구나 향유하는 인터넷과 작은 정보기술(IT)의 도움으로 이전 시대에 상상할 수 없던 결과물을 내놓았다. ‘커다란 작음이란 역설이 가능한 세상이 왔다. 당신도 빨리 움직이라. 변화는 시작됐다’고 책은 말한다. 매일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포털 사이트를 대하며 단순한 ‘유저’로 살 것인가, 이를 이용해 인생을 바꾸고 좋은 사람들과 더 많은 가치를 공유할 것인가 중에서 선택하기를 직설 아닌 예증을 통해 권한다.

IT와 기업이라는 딱딱한 이야기에 얹은, 소설을 마주하듯 촘촘한 현장성과 디테일, 저자의 감성이 읽는 맛을 더한다. 본문만 치면 200쪽이 채 안되는 가벼운 분량과 명료한 디자인도 책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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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6 08: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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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피난처는 야자수가 즐비한 이국적 풍경의 섬나라?
- 내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 피난처는 어떤 섬나라라고 말하면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그런데 그 섬 이름이 맨해튼이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 게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조세 피난처 역시 섬에 있는데, 바로 영국에 있는 런던이란 도시다.

다국적 기업들은 복수의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끊임없이 자본을 포장·재포장하는 수법을 썼고, 출처가 세탁된 자금은 전 세계를 유람한다. 그 결과 검은돈은 합법적인 자금으로 탈바꿈한다.

2010년 IMF 추산에 따르면 케이만군도 같은 조세피난처에 소재한 금융센터 자산 계정은 총 18조달러다. 세계 총GDP(국내총생산)의 3분의 1 수준. 2008년 미국 연방회계감사원(GAO)은 미국 100대 기업 가운데 83개 기업이 조세피난처에 자회사를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금융자본이 역외시장에서 활보하는 건 철저한 비밀주의와 불투명성 때문이다. 어떤 부자가 A 조세피난처의 모 은행에 거액을 예치했다고 치자. 하지만 그 계좌는 B조세피난처에 설립된 신탁회사 명의로 돼 있을 것이며 그 신탁 관리자는 C조세피난처에, 신탁 수혜자는 D조세피난처에 위치한 다른 기업일 수 있다. 증거를 잡아내기도 어렵고, 배후 인물을 찾아내기 위해 회사 변호사를 부르면 고객 비밀 보호를 이유로 입을 닫아버린다. 역외시장이 커지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돈의 서류상 흔적을 지워주는 '마법사'도 번창한다. 저자는 KPMG, 딜로이트, 언스트앤영,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등 4대 회계법인과 애플비, 캐리올슨, 무랑오잔 같은 다국적 법무법인을 '역외마법서클(offshore magic circle)'이라고 불렀다.

저자는 이런 역외 금융체제가 가난과 불평등을 고착화한다고 주장한다. 세수 규모는 일정한데 기업·부자들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떼어먹는다면 서민이 그 나머지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 간 빈부 격차도 심화시켰다. 연구 단체인 GFI(글로벌금융건전성) 프로그램의 2009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6년 개발도상국이 불법적인 금융 거래로 입은 손실액은 8500억~1조달러에 이른다. 개도국이 해외 원조로 받은 총액이 1000억달러임을 감안할 때 부자 국가들이 앞에선 1달러를 베풀고, 뒤로는 10달러를 빼앗아가는 셈이다.

저자는 조세피난처가 만들어낸 역외체제의 해악을 막을 방도를 몇 가지 제시했다. 먼저 자국의 금융시스템 안전을 걱정하는 나라들은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규제가 좀 느슨할 뿐이라거나 OECD 회원국임을 내세운다고 봐주지 말고 '거칠게, 제대로 거칠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영국계 조세피난처를 거친 검은 자금이 모여드는 런던 시티(런던의 금융 중심가)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역외 탈세를 한 고객이 감옥에 간다면 그를 도운 관리 책임자와 신탁관리인, 변호사, 회사 명의 소유주(바지사장)도 마땅히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아마존닷컴의 창시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48)의 삶과 경영 방식에 집중한다. 잡스, 게이츠에 비해 국내에 덜 알려졌지만 인터넷 쇼핑 체계를 중심으로 세계 IT 지도를 재편한 거물이다. 아마존닷컴 서비스와 킨들 시리즈가 덜 보급된 한국의 독자에게, 해외 IT 생태계에서는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CEO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야기는 흥미로운 장면으로 시작된다. 베조스는 아마존닷컴 설립 두 달 뒤인 1994년 9월 22일, 미시시피 주 옥스퍼드의 오프라인 서점 운영자 리처드 호워스의 서점 창업 강좌를 듣는다. 서점의 실수로 더럽혀진 고객의 차를 직접 닦아준 호워스의 서비스 이야기에 크게 감동받은 베조스는 이를 아마존닷컴의 대량 온라인 고객서비스의 모태로 삼는다. 그날 강사였던 호워스는 훗날 “(온라인으로 일하는) 베조스는 고객의 자동차를 직접 닦아준 경험이 한 번도 없을 것”이라며 투덜댔다.

책은 아마존닷컴 고객서비스 부서 직원들의 살인적인 업무량을 미화하지 않는다. 프린스턴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베조스를 다소 냉철하고 신경질적인 존재로 묘사한다. 어려서부터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했으며 부하 직원의 면전에서 화를 내고 손을 내젓는 다혈질 상사이자 가혹한 경영자라 평하기도 한다. 베조스는 개인 시간을 들여 일하는 프로그래머에게 월급 인상분 대신 중고 나이키 운동화를 주고, 고객 e메일이 밀린 서비스 부서에 메일 1000건당 현금 보너스 200달러를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제프 베조스 리더십의 비밀을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창조하기’ ‘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늘 처음처럼의 마인드 갖기’의 네 가지로 압축 분석하며 좋은 경영인의 본보기로 제시한다.



‘중력의 법칙’, ‘상대성의 법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피터팬’, ‘동물농장’, ‘E.T.’ ‘구글’, ‘해리포터’…. 이들의 탄생 배경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얼핏 보기에도, 아니 곰곰이 톱아봐도 이 말들에서 공통분모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책 ‘콰이어트’를 펼쳐보시길. 정답은 세상에 이들을 탄생시킨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내향적인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아이작 뉴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르셀 프루스트, 조지 오웰, 스티븐 스필버그, 래리 페이지, J K 롤링 등은 모두 자신의 내면 세계에 깊이 접속해 그곳에서 보물을 찾아냈던 것이다. 이 책은 외향적인 성향이 왜 각광받고 외향성을 왜 롤모델로 떠받드는 시대가 됐는지를 살피고, 홀대받아온 내향적인 성향의 숨은 능력과 강점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책에 따르면 외향적 기질이 환영받기 시작한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짧다. 20세기 초, 2차 산업혁명으로 야기된 도시화와 대규모 이민은 외향적 기질에 강력한 힘을 불어 넣는다.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새롭게 정착한 미국은 이제 막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사회적 경쟁이 가속화된다. 1790년대 미국인 중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은 고작 3%였고, 1840년에는 8%뿐이었다. 하지만 1920년이 되자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도시 거주민이 됐다. 이제 미국인들은 작은 마을에서 친분을 쌓으며 일하던 이웃이 아니라 난생 처음 보는 낯선이들과 만나 이윤 추구를 위해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외향성은 이 시점에서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첨예한 경쟁사회에서 남들보다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돼야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미국이라는 힘을 등에 업고 점차 지구촌 전체로 퍼지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런 흐름을 문화역사가 워런 서스먼의 말을 인용,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로 전환됐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고민하던 ‘인격’의 시대에서,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하는 ‘성격’의 시대로 가치관이 변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외향적인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를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전통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인은 웅변술을 최고의 능력으로 여겼으며, 로마인은 화려한 사교생활로 가득한 도시로부터의 추방을 최악의 처벌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콰이어트>가 외향적인 사람을 비난하고 내향적인 사람을 찬양하는 책은 아니다. 게다가 사람의 성향은 두부 자르듯 나눌 수 없다. 사람에게는 두 성향이 모두 있을 수 있기에, 어느 한쪽을 억누르지 않고 긍정해야 한다. 외향성의 남편과 내향성의 아내가 있다고 하자. 남편은 금요일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 하지만, 아내는 단둘이 보내고 싶어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에게 ‘틀렸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성향을 인정하고 절충점을 찾는 편이 낫다.

“사랑은 필수지만, 사교성은 선택”이라고 케인은 말한다. 인간은 서로에게 공감해야 하지만, 그 방식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각자 자신에게 적절한 조명이 비치는 곳을 찾아보자. 누군가에게는 브로드웨이의 스포트라이트가, 누군가에게는 책상 위의 스탠드가 적절할 것이다. ‘반사회적’이란 말은 종종 비난의 의미로 사용되지만, 이제 존재의 내면을 들여다보길 즐기고 상황의 변화를 예리하게 관찰하는 성찰적인 사람에게 붙이는 찬사가 될 수도 있다고 <콰이어트>는 말한다.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 세계 경제 위기와 혼란으로 확산되자 경제학자와 정부 기관들은 원인 분석에 매달렸다. 저자는 ‘매달렸다’를 ‘매달리는 척했다’로 독해한다. 당시의 분석이 월스트리트와 기관들의 고질적인 유착에 의해 왜곡됐으며, 근본적으로 기존의 경제학 자체가 과학의 지위를 넘보기에는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자유시장 이론은 검증되지 않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40∼80년대 경제 이론의 변천사를 살펴보며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규제 완화를 부추겨 시장을 망쳐왔다고 주장한다. 칠레를 예로 들며, 칠레 경제의 일시적 성장은 자유시장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독재체제와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그 바탕이 됐다고 분석한다.

책 말미에 저자가 드는, 생명공학의 산물인 가상의 식물 ‘X작물’의 예는 흥미롭다. 농지면적당 수확량이 많고,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하며 정력제와 강장제 기능까지 있는 X작물을 맹신하다 뒤늦게 그 부작용을 깨닫지만 이미 재편된 농업 시스템을 되돌릴 수 없듯 현재의 금융 위기에서 시스템 전체를 갈아엎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상기시키며, 선진국들은 이미 채무 기술(debt technology)에 돌이킬 수 없이 중독돼 있다고 말한다.

책의 제목 ‘이콘드(Econned)’는 현실과 떨어져 이상화된 경제학의 논리에 함몰된 금융 시스템을 비판하는 말. ‘이콘(Econ)’은 경제학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는 이콘의 정의 같은 경제학 개념들에 순종하지 말고 대신 반복되는 금융 혼란과 기업들의 모럴해저드를 줄이기 위해 금융 시스템의 ‘상호 연결성’을 줄이는 한편으로 불법 금융 행위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목의 ‘똥배’가 불룩한 뱃살을 의미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똥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식품이 밀이라는 것도 이젠 상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밀이 중독, 금단, 망상, 환각 등 정신 질환과도 연결된다면 믿겠는가. 이 책 ‘밀가루 똥배(Wheat Belly)’는 밀의 중독성이 담배의 니코틴만큼이나 지독하다고 경고한다. 책에 따르면 밀 섭취는 헤로인 중독 현상과 비슷하며, 밀에 들어간 음식을 끊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감정 기복이 덜해지며, 집중력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또 밀이 들어간 음식과 작별한 사람의 30% 정도는 금단 현상을 경험한다. 아울러 밀은 정신분열증과도 연관이 있으며, 자폐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도 간여한다.

“1세기 전의 밀과 비교했을 때,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밀은 셀리악병을 유발하는 글루텐 단백질을 다량 발현”시킨다. 셀리악병은 소장에서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소화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또 저자는 “밀은 자당보다도 더 높은 수준으로 혈당을 끌어올리며, 중독, 금단, 망상, 환각 등의 정신질환과 연결될 뿐 아니라 정신분열,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도 간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밀을 끊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감정 기복이 줄어들며, 집중력 향상과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의 부정적 역할은 이밖에도 많다. 저자는 밀이 “당뇨병과 심장병을 일으킬 뿐 아니라, 우리 몸의 산성도를 높여 골다공증과 골절을 유발하며, 여드름을 비롯한 각종 피부 발진을 일으키고 탈모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책의 제목에서도 암시하듯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밀은 강력한 식욕 촉진제로 작용”하면서 “똥배와 허리 군살의 주범”이 된다. 밀은 ‘똥배’에 필수적인 고혈당을 일으켜 고인슐린을 유발하고, 고인슐린은 내장지방 축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많이 먹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체중 때문에 고민스럽다면, 원인은 결국 밀”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처럼 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담배의 니코틴과도 같은 밀과 단호히 이별해야 한다”며 “당신의 삶에서 밀을 완전히 제거한다면 단순하지만 엄청난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의 말미에는 밀을 끊기 위한 일상적 매뉴얼과 단식 프로그램, 금단 증세에 대처하는 요령 따위를 덧붙였다. 그래서 이 책은 얼핏 실용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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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7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방블르스 2012-07-07 19: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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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저만 잘났다. 툭하면 소리 지르고 싸움을 건다. 친구도 없다. 그래도 공부는 늘 1등이니, 식구들은 아무 말도 못한다. 그 아이는 “공부는 예술”이라며 늘 혼을 실어 공부한다고 말한다. 등수는 따라온 것뿐이라며.

애플의 모습이다. 스티브 잡스가 또 그렇다. 애플은 잡스의 디엔에이를 그대로 받아 자란 나무다. 잡스는 자아도취적이며, 변덕스럽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할 줄 모른다. 애플이 그렇다.

애플은 또 현대 경영학의 검증된 이론을 완전히 거스른다. 정보공유란 단어가 없다. 온통 비밀스럽다. “애플 직원들은 회사에 목수가 나타나면 뭔가 중요한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직감한다. 새로운 벽이 세워지고 거기에 문이 생기며 보안장치가 마련된다. 투명했던 창문은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코팅 처리된다.”

지은이의 관심은 ‘못된’ 애플을 드러내자는 게 아니라 이런 기업이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되었는가에 있다. 그리고 욕을 먹는 바로 그 못된 짓들에서 비결을 찾는다. ‘아니오’라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것은 애플 제품 개발의 핵심 교리이다. 좋은 제품은 배려에서 나올 수 있지만 세계 최고는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 누더기가 되는 일쯤은 있을 수 있다. 애플은 직원들끼리 궁극적으로 꼭 알아야 할 것만 공유한다. 제품에 악착같이 필요한 기능만 남기는 철학과 같은 맥락이다. 관심을 꺼야 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해야 최고가 나온다.

애플 직원들은 일을 즐긴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최고 시기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애플에서 일하던 시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내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었다, 그런 회사에서 일한다는 직원들의 자부심은 잡스가 남겨준 유산이다. 그것은 애플을 지탱해줄 가장 강력한 경쟁력의 원천일 것이다.”



도킨스가 제안하는 상상 실험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주아주 오래전 우리가 태어나기 한참 전으로 되돌아가는 상상을 해보자. 당신 사진을 한 장 꺼내놓고, 그 위에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 고조부의 사진을 차례로 쌓아가는 상상 실험이다. 고조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1억8500만장째 사진엔? 우스꽝스럽게도 물고기 한 마리가 찍혀있다. "그렇다. 당신의 1억8500만 세대 전 할아버지는 물고기였다!" 진화가 워낙 점진적이어서 한두 장의 사진으로는 그 과정을 전혀 발견할 수 없지만, 사진이 쌓여 갈수록 호모 에렉투스, 유인원, 원숭이를 닮은 포유류 등을 거쳐 물고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진화의 어느 순간 갈라져 나온 지구의 모든 생물들은 결국 '친척'이다. 세상의 어떤 신화보다 훨씬 경이롭지 않은가?"(53쪽)

책은 최소 원자에서 시작해 무한 우주까지 광범위한 자연현상을 설명한다.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을까' '사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왜 밤과 낮, 겨울과 여름이 있을까' '세상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각 장에 하나씩 총 12가지 질문을 던진 뒤, 신화나 종교가 내놓은 답을 먼저 꺼내고 과학이 내놓은 답을 비교해 보여준다.

가령 무지개에 대한 설명을 보자. 추마시 부족 설화에 의하면 무지개는 여신이 인간들을 섬에서 대륙으로 이사시키려고 하늘에 건 다리이고, 길가메시 서사시에선 무지개가 신이 인간에게 다시는 대홍수를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의 징표다. 이에 대해 도킨스는 뉴턴의 실험을 끌어와 '과학의 답'을 들려준다. 뉴턴은 프리즘이라는 삼각형 유리를 통해 무지개를 만든 뒤 흰빛은 모든 색깔의 빛이 섞인 것임을 증명했다. 무지개에 대한 탐구는 빛의 스펙트럼을 통해 별들의 위치는 물론 우주의 기원을 알아내는 데까지 나아간다.

과학적으로 입증돼야만 하는 현실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시적 마법'이란 표현을 썼다. "현실 세계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마법에 비하면 초자연적 주술과 무대 속임수는 하찮은 싸구려로 보일 뿐이다." 철저한 과학 신봉자다운 말이다.


책은 세계 빈곤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 지금까지의 경제학자들과 다른 시각을 들이댄다. 많은 국제적 원조에도 빈민이 줄지 않는 이유는 정부나 비정부기구들이 그들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가난은 곧 굶주림’ ‘가난한 사람에게는 식량이 중요하다’는 1차원적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이 비합리적이고 게으르며 무능하다는 생각부터 버리라고 저자는 주문한다. 책에 따르면 빈자들은 건강과 재테크 등 여러 분야에서 미래보다는 현재에 유익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빈자들이 치료가 아닌 예방에 무신경하다고 해서 건강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가 이들에게 미래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대신 ‘선거공약식’ 물량 원조만 반복한 탓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저자들의 제안은 꽤 실용적이다. 곡물 원조보다는 임산부와 유아에 영양제를 공급하는 것이 가난한 이들의 영양상태 개선에 효과적이며, 빈곤층의 보험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미래소득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충족적 예언’이다. 쉼 없는 노력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작은 아이디어가 언젠가 가난의 뿌리를 근절할 수 있다는 확신 없이, 변화는 찾아오지 않는다.

세계 곳곳을 현장 조사한 배너지와 뒤플로는 소박한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넛지(nudge).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것이다. 두 사람은 우선 '무작위 대조실험'이란 방법으로 개선책을 찾아봤다. 인도의 우다이푸르 지역이 대상. 이 지역 주민들은 아이가 돌이 지나기 전 집 밖에 나가면 악마의 눈에 띄어 일찍 죽는다는 미신이 있었다. 연구팀은 마을을 선정하고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는 예전 방식 그대로 놔두고, 두 번째는 간호사가 예방접종을 독려했다. 마지막 그룹은 아이를 데리고 예방접종을 받으러 오면 콩 2파운드를 주고, 필수 예방접종 5가지 모두 받으면 스테인리스 쟁반세트를 줬다. 6개월이 지나자 '콩·쟁반 그룹'의 접종 완료율은 38%. 두 번째 그룹은 17%, 첫 번째 그룹은 6%였다. 세계적 기준엔 못 미치지만 콩과 쟁반은 미신도 어느 정도 깨는 의미 있는 유인책이 된 것. 저자들은 "넛지 방식은 특히 주어진 일의 혜택에 확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작물을 수확해 판 돈을 금방 써버리는 바람에 비료를 뿌릴 철에는 돈이 없는 케냐의 농민을 위해 실시한 '비료 상품권', 차(茶)·군것질·술·담배 소비를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자립할 수 있는 소액을 대출해주는 인도의 소액금융 등의 사례는 자제심을 강제해 저축으로 이어지게 하는 효과를 얻었다. 그 밖에도 배너지와 뒤플로는 정부, 지자체, NGO, 개인이 각각 빈곤퇴치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양초제조업자 아들인 벤저민 프랭클린에서 아칸소주 촌뜨기인 빌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미국사회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의 전형으로 여겨져 왔다. 통계들은 이를 증거한다. 미국 400대 부자 중에서 부를 물려받은 이가 1980년대 중반에는 200여명이었지만, 2004년에는 37명뿐이었다. 2005년 현재 미국인 4분의 3은 계급 상승 기회가 30년 전과 같거나 그보다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연줄과 배경보다도 성실과 교육이 성공의 주요 요소라는 믿음은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을 이룬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믿음과 실제 현실과의 거리다. 한편에선 계급의식 및 언어가 퇴조하는 ‘계급의 종말’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계급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지는 계급 재편성이 이뤄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소득을 다섯 단계로 나눴을 때 1980년대에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올라가는 가족은 1970년대보다 줄었고, 1990년대에는 더 줄었다. 미국의 사회이동이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활발하지 않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한다.

이 책에서 활용하는 계급 판별의 기준은 교육, 소득, 직업, 재산이다. 이 네 기준들이 서로 결합하여 한 개인의 계급적 위치를 결정하고, 이는 다양한 불평등을 낳는다. 학력·소득·직업·재산의 정도에 따라 건강, 수명, 배우자 선택, 종교, 교육 기회, 소비, 거주 등을 포함한 일상생활의 뚜렷한, 결코 쉽게 건널 수 없는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이 차이에 담긴 불평등의 현실을 이 책은 옴니버스 영화를 보듯 생생히 묘사함으로써 미국사회 불평등이 어떻게 구조화되고 재생산되는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책이 주는 선물의 하나는 책을 읽으면서 문득문득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미국사회와 우리 사회는 분명 삶의 방식과 사회생활이 적잖이 다르다. 그러나 책에서 펼쳐지는 불평등의 풍경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갖게 한다. 교육에 모든 것을 걸지만 계급 상승의 사다리는 사라지고, 강남과 강북으로 대변되는 주거 지역에 따라 지리적 재배치가 진행되며, 명품소비와 이를 추종하는 짝퉁소비, 그리고 짝퉁소비마저 허락돼 있지 않는 하층계급 소비문화의 풍경은 바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지 않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은 미국과 유사한 불평등 구조에 이미 도달해 있다. 보론에서 신광영 중앙대 교수가 밝히고 있듯이, 2009년 미국과 한국에서 상위 10%의 임금과 하위 10%의 임금 비율은 각각 4.86과 4.74를 기록했다. OECD 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나라 1위와 2위였다. 지난 4월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가운데 전체 소득에서 상위 1%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은 17.7%로 1위를, 한국은 16.6%로 2위를 차지했다. 사회 양극화와 계급구조화에서 우리 사회는 이미 ‘미국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불평등의 해법에 대해선 암시만 할 뿐 충분히 펼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불평등을 가져오는 원인들을 다시 생각하면 해법은 분명하다. 하층 계급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부여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동시장을 개혁하며, 소득 및 재산에 대한 전향적인 조세정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그 대안이다. 불평등을 치유하며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튼튼한 복지국가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것 이외의 다른 방도는 없다. 사라져가는 계급 사다리를 다시 건실하게 만들고, 더 많은 기회, 더 많은 평등, 그리고 이를 통한 더 많은 정의를 성취해 가는 것은 민주화 25년을 맞이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한 시대적 과제다.


랜더는 고학력의 리버럴한, 혹은 리버럴한 체 하는 백인을 과녁으로 삼는다. 그들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줄 의료서비스에 모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무상의료를 열렬히 지지한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이 건강할 때만 그렇다. 자기가 MRI를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상황이 닥치기 전까지 말이다. 자식이 없을 때, 공립학교를 지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랜더의 글은 중산층 백인들이 '쿨'하게 보이려는 과시욕을 음악, 음식, 패션, 영화, 드라마 같은 일상에서 찾아낸다. "스테레오검이나 플럭스블로그가 없다면 죽어버릴 거야." "조애너 뉴섬이 오늘날 가장 독창적인 아티스트야." 독자들은 스테레오검이나 조애너 뉴섬을 몰라도 전혀 불안해할 필요 없다. 생소한 인디음악을 즐길수록 음악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일 뿐이다. 이 책엔 이런 리스트가 150가지나 실려 있다.

이들은 선댄스, 토론토, 칸 영화제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주류'에 속하는 것을 혐오하기 때문이다. 거의 강박적으로 외국 영화와 인디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보다 낫다고 말한다. "요즘은 세르비아 영화에 푹 빠져 있거든요. 밴쿠버 영화제의 세르비아 영화 회고전은 정말 대단했어요" 하는 식이다.

이들은 유기농 홉만 사용하는 소규모 맥주집을 선호하고, 마라톤과 인디밴드를 즐기며, 건축에 관한 크고 두꺼운 책을 선물 받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애플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이 창의적이고 특별한 사람임을 만천하에 알리고자 한다. '창의적으로 이메일을 체크하고, 창의적으로 웹사이트를 검색하고, 창의적으로 DVD를 시청하기 위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같은 애플 제품을 사랑한다.

번역서는 '미국판 강남좌파의 백인문화 파헤치기'란 문구를 표지에 넣어 호기심을 유발한다. '백인은~' 하고 시작하는 랜더의 글이 지나치게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거나, 견강부회도 있어 불편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쿡쿡 하고 웃게 만드는 대목이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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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2012-06-0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경제경영/자기계발 신간평가단 파트장 키치입니다.
추천신간 체크 완료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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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블로그에  "새로 나온 책"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정리해 놓았다. 그중에서 4월에 나온 경제/경영 관련 책 5권을 정리한다. (이주의 새로 나온 책)


사람들은 집값을 얼마나 지불해야 할지 고민할 때, 매도 호가의 영향을 받는다. 만일 매도자가 부르는 값이 높다면 낮을 때보다 그 집이 더 가치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주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식을 살 때 자의적으로 목표주가를 정해 놓으면 별다른 수익이 없어도 이 목표주가에 근접할 때까지 주식을 들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별 의미 없는 숫자라도 한번 정해 놓으면 거기에 집착해 판단을 내리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 책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표현한다.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 듯, 처음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인 닻으로 작용해 이후 판단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저자는 “미지의 양을 추정하기 전 그 양의 가치를 추정해볼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추정치는 사람들이 미리 생각하고 있던 숫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닻의 이미지는 숫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결심하더라도 계속 남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새로운 개념의 경제학이지만, 그 중심엔 심리학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을 경제 및 사회활동의 주체로 정의한 행동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으로서의 인간, 그 인간의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을 조종하고 이끄는 ‘생각’이다. 카너먼이 노벨상을 받은 후 수많은 행동경제학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창시자의 책은 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해에서야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커너먼의 행동경제학에 관한 첫 대중교양서로 출간 당시 언론계의 극찬을 받았다.

카너먼은 이 책에서 인간의 모든 행동과 생활, 즉 인생의 근원인 생각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설명한다. 직관을 뜻하는 ‘빠르게 생각하기(fast thinking)’와 이성을 뜻하는 ‘느리게 생각하기(slow thinking)’가 바로 그것이다. 달려드는 자동차를 피하는 동물적 감각의 순발력이나 러시아의 수도를 떠올리는 것처럼 완전히 자동적인 개념과 기억의 정신활동이 ‘빠르게 생각하기’다. 반면 전문가의 해결책이나 복잡한 수학문제의 정답처럼 머릿속에 즉시 떠오르지 않는 문제의 답을 심사숙고해 노력하는 사고방식이 ‘느리게 생각하기’다.

이 책의 명대사 하나. “세상은 생각보다 미스터리하다.” 여기에 붙은 진짜 명대사 또 하나. “인간이야말로 생각보다 미스터리하다.”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첫 번째 실패에서 다음 실패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윈스턴 처칠의 이 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제임스 다이슨(64)일 것이다. 이름부터 토머스 에디슨(1847~1931)과 비슷한 다이슨은 자신보다 꼭 100년 전 태어났던 에디슨처럼 평생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성공을 일궈내 ‘영국의 스티브 잡스’가 됐다. 잡스가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던 것처럼 그는 자기 회사에서 쫓겨난 뒤 새 회사 ‘다이슨’을 차려 세계 전자업계를 뒤집어버렸다.

1990년대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다이슨은 유별난 발명가 경영자 정도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2000년대 모터로 작은 바람을 만들어 주변 바람이 모이게 해 더 큰 바람을 일으키는 ‘날개가 없는 선풍기’를 선보이면서 다이슨은 진정한 혁신의 상징이 됐다. 공대를 나온 것도,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던 다이슨은 제조업이 처절하게 몰락한 영국에서 가전업체를 차려 세계적 거대 기업들을 물리쳤고, 자기 발명품을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적 지위를 갖는 디자인 아이콘으로 올려놓았다.

신이 공학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했기에 다이슨은 ‘진정한 물건’의 가치를 역설한다. 물건은 안 만들고 돈만 이리저리 옮기면서 이익을 내는 금융자본이, 단기 실적만 추구하는 경영자가 제조업을 몰락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공학과 디자인은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다. 공학과 디자인은 장기적으로 회사를 되살리고, 더 나아가 국가를 되살리는 힘이다. 하지만 런던 금융가의 살찐 부자들, 은행들, 마거릿 대처 시대가 만든 괴물들이 당장 이익을 내라고 소리지르는 동안 영국 산업계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대신, 더 많이 잘 파는 데 몰두해왔다. 그 결과, 지금 영국에선 광고가 모든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돼 버렸다.”



“단순함에 대한 요구는 지나가버린 신화다.”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의 지은이는 “단순함이 좋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디자인계의 오랜 원칙에 도전장을 던진다. 지은이는 인지과학의 대부이자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명인 도널드 노먼. <감성 디자인> <생각있는 디자인>을 썼으며 한때 한국에서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석학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와 백화점 가전매장에 들렀던 기억을 떠올린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보니 엘지나 삼성과 같은 한국 상품들은 외국 가전업체 제품들보다 더 복잡해 보였다. 그는 안내자한테 이유를 물었다. “한국 사람들은 복잡하게 보이는 것을 좋아해요. 복잡한 것이 있어 보이거든요.”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같은 현상을 발견했다”며 이제 “단순하고 기능이 적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특이한 존재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우선 그가 옹호해 마지않는 ‘복잡함’과, 그가 배제하고자 하는 ‘혼란스러움’을 구분한다. 복잡함은 많은 부분이 뒤얽히고 서로 연결된 상태를 의미하고, 혼란스러움은 어떠한 것을 보고 어지럽다고 느끼는 심리상태라고 규정한다. 그래서 ‘복잡함=혼란스러움’의 등식을 부정한다. 지은이는 수많은 제품들이 실패하는 것은 현대기술의 혼란스러움에서 오는 좌절을 줄이기 위해 단순함을 너무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복잡함은 필수조건이란 것이다.



『체 게바라 평전』(2000)으로 대중들에게‘게바라’열풍을 일으켰던 실천문학사가 이번에는 그동안 혁명가 혹은 낭만주의자의 이미지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경제 관료로서의 그의 지성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책을 내놓았다. 1959년에서 1965년까지 쿠바 혁명 정부의 국립은행총재, 산업부흥부장, 산업부장관을 역임한 체 게바라. 그는 자본주의와 영합하지 않고 독자적인 사회주의와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골몰했다. 저자는 혁명 정부 때, 게바라와 함께 쿠바 경제 재건에 참여했던 동료들과의 인터뷰 및 자료 조사를 근거로 지적 혁명가로서의 게바라를 그려냈다. 당시 게바라가 쿠바 경제에 도입한 시스템이 현재 유일하게 남은 사회주의 국가, 쿠바 경제의 기틀이 돼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게바라는 저발전 상태, 사회주의 이행기의 쿠바에서 자본주의적 지렛대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 능력을 높이는 방법에 골몰했다. 하지만 소비에트 시스템은 대안이 될 수 없었다. 게바라의 생각에 소련은 ‘자유시장’의 효율성은 얻지 못한 채 이윤만 탐닉하는 혼합 체제에 불과했다. 산업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경쟁, 이윤, 물질적 인센티브 등을 이용할 경우 결국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와 의식을 재생산하게 되리란 판단 때문이었다.

“우리는 빈곤과 싸우지만 소외와도 싸운다”는 발언에서처럼 그가 고안한 예산재정시스템은 물질적 인센티브 대신에 교육과 훈련을 통한 도덕적 인센티브를 강조하며 이윤이 아닌 인간을 중심에 두고 발전을 추구했다.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 삼는다. 탐욕스런 곡물 메이저나 무관심한 선진국 정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는 농업과 식량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그가 드는 이런 실패의 예를 보자. 전 지구적 식량분배가 근본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한쪽에선 적어도 10억 명 이상이 일상적인 굶주림에 시달리는데 캐나다 정부는 15만 마리의 사육돼지를 도살하기 위해 농가에 5000만 캐나다달러(약 570억원)를 지원했다. 고기 가격 하락을 초래하는 과잉공급을 막기 위해서였다.

또 있다. 생산된 식량의 대다수와 그것을 생산하는 도구가 소비자나 생산자의 건강에 나쁘단다. 영양소는 적고 칼로리만 높은 정크 푸드, 증산을 위해 사용되는 화학비료와 제초제 등이 비만이나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것이 그런 예다.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이 식량문제의 악화를 부채질한다. 식량 대신 담배를 재배하거나 자동차연료용 에탄올을 만들기 위한 옥수수 재배에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이 그런 예다.

지은이는 ‘시장의 실패’ 때만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논리를 통박한다. ‘시장의 성공’은 무엇을 척도로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서다. 분배의 정의, 환경 지속가능성, 인류의 건강 그 어느 것으로도 성공을 말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그의 지적은 아프다. 책은 마지막 장에서 지속 가능한 인류의 번영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산만하고 부분적이다. 효율적인 공공부분 개혁을 위한 세계 정부나 석유 기반 농업에서 유기농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이상주의 냄새가 풍기기도 한다.

주목해야 할 것도 눈에 띈다. 내부 사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채 몇몇의 결정에 의해 주주 소수의 단기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어울리냐는 질문이 그것이다. 또 환경 피해 등 외부 비용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시장이 민주적이냐며 실질적인 사회비용과 인류 전체의 장기적 행복 측면까지 고려해 시장가격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생각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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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2012-05-07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번에 11기 경제경영 신간평가단 파트장을 맡게된 키치입니다.
추천도서 다섯 권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
 
<경제/경영>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유니클로 이외에 자라(ZARA), H&M 등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SPA브랜드들의 현실은 다를까?

*

저자의 말이다. "패션에 관심 없던 내게 유니클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낮은 연봉을 받으며 혹사당하는 점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실상, 중국 공장 노동자의 현실을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야나이 회장의 독단적인 모습도 알 수 있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1월 13일 지난해 말 일본 유니클로사가 서울문화사를 상대로 제기한 출판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해 모든 항목에 대해 “이유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가처분신청 기각 결정문 요지 참조)

법원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문에서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며, "사법부에 의한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주: 출판금지가처분)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건 서적 제5장과 제6장의 내용 중 사실을 적시한 부분은 일부 과장되거나 모호한 표현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 객관적 사실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신청인들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으로 진실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신청인들의 주장은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라며 기각을 결정했다.



속임수에 대한 전통적인 판단은 ‘나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에는 아귀가 먹이를 유혹할 때 사용하는 가짜 미끼 등 생존을 위한 다양한 속임수가 존재한다. 책은 인간도 10분간의 대화에서 2, 3회는 속임수를 쓴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하며 ‘속임수는 돌연변이와 같은 행태가 아니며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조작된 사진이나 이야기도 사람의 인식과 기억 속에 깊숙이 침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어린 시절 열기구를 타는 조작된 사진을 보여주면 사진 속 장면을 사실로 인식하곤 한다. 정치판에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이 난무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확대로 키와 재산은 늘리고 몸무게는 줄여서 말하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의 행태도 다뤘다. 개인 간의 속임수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이나 군, 정부가 관여한 속임수도 등장한다.


새로운 개념의 방송문화가 이 시대의 문화를 바꾸듯 비즈니스 삼국지로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꾸어 보자. 고전 속에서 경영의 지혜를 얻는 똑똑한 리더 시리즈와 함께 삼국지라는 재미있는 줄거리를 기업의 경영으로 형상화하여 치열했던 춘추전국시대의 영웅호걸들이 펼치는 기막힌 전략 속에 숨겨진 비밀을 캐내어 현실을 살아가는 경영자, 직장인, 학생, 취업준비생 등 전 분야의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삶의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담아낸 책이다.

중소기업의 성공모델 유씨 기업의 전략은? 취업생의 롤 모델인 제갈량의 자기 PR기술과 대기업을 포기하고 중소기업을 택한 기막힌 원칙은 무엇이었을까? 삼고초려는 제갈량의 기막힌 취업전략이었을까? 유비의 인재작전이었을까? 제갈량의 성공적인 면접비결, 융중대란 대체 무엇인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겪어야 할 취업과 이직, 그리고, 승진에 관한 해법을 삼국의 기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책은 자본주의의 발생뿐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시대에 이르렀는지도 세세하게 파헤친다. 16세기부터 18세기에 이르는, 자본주의 태동의 발자취를 답사한 지은이는 먼저 19세기 미국과 독일의 부상을 언급한다. 선두 산업국가가 된 이들은 금융과 철도, 철강, 석유, 전기기계 등 20세기를 지배할 산업 분야를 개척했다. 20세기에 들어서자 미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일약 자본주의의 본산으로 거듭난다. 또한 일본은 세계대전의 패전국이면서도 한국전쟁의 최대 수혜국이 되면서 한때 세계 경제를 호령하게 된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 한국 등 “네 마리 작은 호랑이”가 신흥 산업국으로 떠올랐고, 21세기는 눈부시게 비상하는 중국과 인도의 시대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전세계적으로 위세를 드높이고 있는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지만 그 형성 과정은 천차만별이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성장 과정에서 “하나의 패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상이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여 발전”하는 길만이 있었을 뿐이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자본주의가 그렇고, 인구의 대다수가 빈민이면서도 21세기 자본주의의 희망으로 불리는 인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은이의 지적처럼 “자본주의의 흥기라는 수수께끼는 경제적인 문제였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며 “우발적 사건과 우연이 크게 작용한 결과”가 바로 자본주의이기 때문이다.

<가차없는 자본주의>의 미덕은 자본주의의 과거와 현재를 일별하면서도 그 미래를 원론적 관점에서 그러나 색다르게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황이 일상이 된 세계에서 자본주의의 나아갈 길은 “현실을 부정하는 낙관주의”를 철저히 배격하는 것이다. 시장의 자율이라는 신줏단지를 과감히 깨버리고, 일련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실패를 거듭한 자본주의의 난폭한 흐름을 “정부가 적절한 개입과 규제를 통해서 순화”시켜야 한다. 역자 주경철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 대목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기본적으로 창조적 기업가들의 무대이며 따라서 파괴적 힘들이 세상을 유린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그런 힘들이 무차별적으로 횡행하도록 내버려두는 생각없는(mindless) 곳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지금의 디자인을, 그러니까 결국 현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뽑아내는 열쇳말은 언어·원형·호사·패션·예술이란 다섯가지다. 디자인의 특성이 담겨 있는 개념이자, 현대 사회에서 디자인이 작용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이 열쇳말로 지은이는 수억원짜리 벤틀리 자동차부터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로, 아이폰 전화 다이얼 디자인에서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매장 디자인까지 넘나들며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풍경 속에 들어 있는 디자인과 자본, 심리의 삼각관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러 질문을 던진다. 조명 스탠드의 원형이 된 앵글포이즈와 첩보원 007이 쓰는 발터 권총, 그리고 폴크스바겐 골프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매력은 뭘까. 쓸모있는 대량생산이란 목적에 위배되는 호사스러운 제품은 분명 나쁜 디자인인데, 왜 좋은 예술로 받아들여질까.

곱씹어볼수록 어려워지는 이런 질문에 지은이는 명쾌한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대신 이런 물건들이 등장하게 된 흥미로운 과정들을 들려주고 연결해볼 다양한 사례를 엮고 비교해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해보게 만든다.

수직은 디자인 전문가로서 언제나 “디자인의 과정에,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디자인이 열어주는 창에 매혹”된다고 고백한다. 동시에 디자인은 “과도한 탐닉과 극단적인 자제를 오가는 일에 우리를 노출시”키는 속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80년 전 마케팅 전문가로 ‘소비자 공학’이란 말을 만들어낸 어니스트 엘모 컬킨스가 했던 “우리 모두가 소비를 통해 대공황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국가를 위하는 의무”란 말을 소개하면서 지금 우리도 당시와 똑같은 지점에 와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디자인에 치명적으로 유혹되는 세상은 없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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