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책 - 결국 사라지겠지만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찰나에 대하여
맹현 외 지음 / 편않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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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온한 책이다.  

책에 적힌 가격은 16,666원이다. 알라딘은 16,666원, 교보문고는 16,670원으로 표기한다. 파는 이에 대한 배려는 없다. 만들고, 편집하고, 찍어 낸 쪽의 마음만 남아 있다. 팔리면 팔리고, 아니면 말고. 그런 태도처럼 보인다.


고양시 도서관 어린이 도서관을 빼고 18개 중에서 4곳에서 보유하고 있다. 22.2%다.  

그덕분에 지금, 이 책을 읽고 이 글을 남긴다.  

전국에 1,000개 도서관이 있다면, 최소한 그 정도는 팔렸을 것이다. 또 그 만큼은 팔렸을테니, 초판을 다 팔았을까?


인터뷰집이 아니다. 통상 인터뷰란 인터뷰이에 주목한다. 걸어온 궤적, 획득한 자본, 구축한 세계 ……. 발화 속에서, 자료 속에서, 이러한 자국을 탐색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없고 무엇보다 관심이 별로 없다. 오로지 인터뷰어-저자의 판단과 실천에 주목했다. (편집 후기)


기획 의도는 이해했다.  

그런데 편집은 왜 이렇게 했을까.


읽으라는 것일까, 아니면 읽지 말라는 것일까.  

인터뷰도 하고 정리도 해서 써 놓았으니,  

읽는 너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이 정도 성의는 가지고 읽으라는 뜻일거라고 생각한다.


읽고 나니 내용과 직접 닿아 있지는 않지만 「출판은 제조업이니까」라는 글이 떠오른다. 『冊에 대한 book에 대한 책』에 실린 한 꼭지다.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결국 더 중요한 일은 파는 일이다. 잘 만들었다고 잘 팔리는 법은 없고, 못 만들었다고 잘 팔리지 않는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잘 만들어야 한다. 출판은 제조업이니까.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폐기되어 폐지로 남는다. 그뿐이다.






사라진 출판사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절판된 책의 최후를 헌책방이나 도서관에서 하릴없이 독자를 기다리는 것쯤으로 상정했다. 그 끝이 폐기라는 현실은 결이 다른 비극이었다. 존재하지만 알지 못하는 책과 형태를 잃고 사라져 닿을 수 없는 책이 주는 감각의 차이는 컸다.


거래종료요청서  

더 이상 출판사 운영을 하지 않게 되어 물류창고 이용을 종료하고자 합니다.  

모든 도서를 폐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단 종별 20부씩 보관하여 주시면 추후 방문하여 술령하겠습니다.)


망했다, 폐업했다, 문을 닫았다. 출판사의 끝을 의미하는 단어 중 어느 것도 탐탁치 않던 자리에 ‘돌아가다다라는 단어를 넣었다. 사라진 별이 우주 공간으로 돌아가듯, OOO를 구성했던 모든 물질이 제자리로 돌아가 출판계를 이루고 있다.


책은 왜 폐기되어야만 할까?


나름의 이유를 품고 세상에 나왔지만, 선택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폐지 더미로 가야 할까. 물론 각자의 사정은 있다. 창고 비용이 있고, 회전율이 있고, 자본의 계산이 있다. 그 논리 앞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지금도 절판된 책을 찾고 있다. 한 권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뒤지고, 온라인 중고 서점을 헤맨다. 그렇다면 다른 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유통 방식, 순환 구조는 정말 불가능한가.


자본의 논리라면 차라리 솔직하다. 팔리지 않으면 정리한다는 계산이니까. 그러나 정책 때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도가 책의 생명을 단축해야만 하는 걸까?


책을 상품이라 부르며 표지를 바꾸어 다시 팔고, 책보다 굿즈에 더 많은 힘을 쏟다가, 폐기 직전에만 문화라 말하는 태도. 이 모순은 오래 방치됐다.


책은 처음부터 문화였고, 동시에 상품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편리할 때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정말로 이 책은 버려져야만 하는가.


할 일이 있을 때는 끝을 생각하기 어렵다.


책 만드는 과정을 더 상세히 알게 되었다. ‘기획 - 원고 집필 - 편집 - 디자인 - 인쇄 - 출간 - 유통 - 홍보·마케팅’. 멀리서 보면 유유히 흐르는 출판 과정을 줌인하면 북디자이너가 ‘판면의 하단 여백을 25mm로 할 것인 지 22.6mm로 할 것인지, 첫 행 들여쓰기는 3.35mm가 좋을지 3.3mm가 좋을지, 본문 시작을 9행부터 할 것인지 10행이 좋을지 심사숙고하고 있다. 눈이 둔한 독자는 보여도 보지 못 하는 요소이다. 독자를 유혹하는 표지 디자인이나 작가의 의도를 헤아리기 좋은 글자체, 행간을 읽어 내기에 적절한 행간을 정하는 일은 앞에서 한 ‘헛된’ 숙고에 비하면 독자와 대면하는 수준의 일이다.


일반 독자는 보여도 보지 못하는 것이 편집이다.  

그런데도 읽다 보면, 왜 이렇게 했을지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 있다.


남의 돈으로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은 아닌지,  

보고 싶은 것을 만든 것인지, 아니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만든 것인지.  

‘눈이 둔한 독자’는 보이지만,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기왕 ‘열린책들’과 관련 있는 (‘열린책들’에 근무했던) 글이니 묻고 싶다.  

‘열린책들’의 문학전집은 왜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물론 개인적인 호불호다.  

문장을 따라가도, 행간이 쉽게 읽히지 않는다. 행간이 좁다.  

충분히 고민했을지라도, 그 고민이 결국 자기만의,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만들어진 여백은 아닐는지.  

그래서 가능하면 ‘열린책들’보다 가독성이 좋은 다른 책을 찾는다. 나는.


우린 결국 책의 끝을 마주하지만


책을 만든다는 건 어떤 경험을 담는 일이기도 하다. 흰 바탕 위 까만 활자 안에 그냥 흩어져서는 안 되는 목소리를 싣는 것이다. 관심 없어 하는 타인에게 어떤 문제를 들여 다보게 하고 서로 연결 짓는 일. 책의 전지전능함을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책은 분명 좋은 변화를 끌어내는 가능성이 될 수 있다.


좋은 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마지막 질문에,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 때문에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데?”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다른 책을 펼치듯 …”


출판사가 계속 생기고 사라지는 이유는  

책을 읽는 독자가 있어서가 아니다.  

책을 내고 싶어하는 —쓰고 싶어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계속 생겨나기에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출판사는 생기고 사라지고 할 것이다.


가드, 흘러가는 시간을 견디는 하나의 방법


임프린트는 출판사에서 브랜드 다각화를 위해 브랜드를 가지치기하여 운영하는 방식인데, 지금은 대형 출판사뿐 아니라 중소 출판사에서도 이 방식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출판시장은 호황과 성장의 시기를 맞이했고, 1996년에 한국은 WTO에 가입하면서 출판시장을 개방했다. 이 성장과 변화의 시기에 대형 출판기업가 탄생했는데, 이들은 자회사 제도 · 분사 제도 · 임프린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규모를 확장하고 효율적으로 조직을 분화 했다.


요즘은 1인 출판사에서도 임프린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형 출판사의 임프린트는 회사의 유능한 편집자나 외부의 편집자를 섭외해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게 한다.


하지만 보통 2년마다 매출 성과를 통해 존폐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니, 임프린트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피를 말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 임프린트 제도의 철저한 매출 결과주의가 있었다.


좋은 의미를 가지고 일을 하는 게 모두 좋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임프린트도 그 중 하나일게다.


계열의 확장으로 진행하고자 하지만  

결국 매출,  

효율적인 정리를 위한 그런 좋은 모양새를 갖추는 것,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과는 그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에게는 기회이기에  

나쁜 것은 아니다.


곁가지를 보살피는 순간


출판사의 시작은 의외로 소박했다.  

“노후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용돈 200만원만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10여 년 전에 시작해 현재까지 50여 종의 책을 출간해 냈다. 작은 출판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비결이요? 정부의 돈이죠.”


책을 기획하고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일까?  

“자료적 가치가 있어야 해요. 오래 남을 책, 두고두고 책장에 꽂힐 책.”


“책은 결국 기록이예요. 사라지지 않게 붙잡는 일.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이먹어도 할 수 있는 내 일,  

출판과 관계없는,  

책을 좀 읽었다는, 책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한데 결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출판사를 시작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절대 소박한 이유는 아니다.


10년 동안 지속한다는 것은 꼭 출판이 아니더라도 대단한 일이다.  

지속가능한 일을 한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다만, 그게 ‘정부의 돈’에 매이는 모습은 좋아보이지 않지만,  

이 또한 현실이다.  

꼭 출판이 아니더라도.


책을 낸다는 것은  

꼭 많이 읽히게 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두고두고 책장에 꽂히게 하는 것,  

그게 출판이 아닐까  

하는 것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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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책의 안과 밖
박희병 지음 / 돌베개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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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부터 40여 년간의 저술 25권을 포함해 47권의 서문을 모아놓았다. 제목처럼 서문은, ‘책의 안과 밖’이다. 책의 완성 뒤에 서문이 첨부되는 것이 아니라, 서문을 기다려 ‘비로소’ 책이 완성되고 끝난다. 박희병 교수에게는 이 책은 공부 길의 이정표이며 인문학자로서의 이정표이자 자서전이겠지만 독자에게도 같은 의미를 줄지는 의문이다.

—서문, 책의 안과 밖, 박희병, 돌베개,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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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읽는 미국 근현대사 - 투쟁은 노래를 낳고 노래는 역사가 된다
임상훈 지음 / 메멘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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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과 희망의 노래로 읽는 미국 민중사

노래는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픔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으로 남는다. 200년 남짓한 미국의 근현대사는 자본주의의 역사와 맞닿아 있고, 그 자본주의는 수많은 희생과 저항 위에 서 있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이유 또한 그 피의 역사에 기대고 있다. 이 책은 ‘노래’를 통해 그 역사를 보여준다. 거대한 서사가 아니라 미시사의 시선으로 미국의 근현대사와 자본주의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이야기는 기차에서 시작한다. 철도는 미국의 압축성장을 이끈 기반이었고, 그 위에서 사람은 일하고 버티며 노래했다. 노동요는 그렇게 태어났다. 아픔과 고통, 차별을 견디기 위한 방식으로. 그러나 그 노래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픔을 기록하던 소리는 서로를 묶는 목소리로 변해간다. 버티기 위한 노래에서, 함께 부르기 위한 노래로.

사랑과 평화의 마지막 장면은 Woodstock Festival이다. 1969년 8월, ‘3 Days of Peace & Music’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 축제는 폭력 없이 끝난 드문 사건이었다. 분노와 위로가 한자리에 있었지만 충돌하지 않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반문화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모두가 모였지만 무너지지 않았던, 드물게 평화가 유지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장면은 오래가지 않는다. 같은 해 12월, Altamont Free Concert에서 모든 것이 뒤집힌다. 우드스톡에 참석하지 못했던 The Rolling Stones가 연 무료 콘서트에는 30만 명이 몰렸고, 현장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경비를 맡은 Hells Angels는 질서를 지키기보다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관객이었던 흑인 청년 한 명이 칼에 찔려 죽는다. 우드스톡이 가능성이었다면, 알타몬트는 그 가능성의 종말이었다. 사랑과 평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은 여기서 끝난다.

영화 Easy Rider의 마지막 장면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사랑과 평화로 불리던 60년대의 끝이다. 히피 스타일의 두 주인공, 와이어트와 빌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향한다. 어쩌면 미국의 꿈을 확인하려는 여정이었을 것이다. 길 위에서 그들은 낯선 시선을 마주한다. 왜 그렇게 자신을 싫어하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단순하다. ‘자유’ 때문이다. 사는 일은 벅차고 괴로운데, 늘 웃고 다니는 얼굴이 못마땅하다는 것. 제멋대로 사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것. 그 감정은 결국 폭력으로 이어진다. 지나가던 트럭에 타고 있던 백인 두 명이 장난처럼 총을 쏘고, 두 청년은 길 위에서 쓰러진다. 와이어트와 빌리, 미국의 꿈을 상징하던 젊음이 그렇게 사라진다.

미국의 청춘은 이렇게 끝난다.

QR로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번역서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 놀랍고 반갑다. 저자의 노고에는 자연스럽게 박수를 보낸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분명한 만큼, 다음 책도 기대하게 만든다. 다만 출처를 주석으로 정리했다면 교양서를 넘어서는 밀도까지 닿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래로 읽는 미국 근현대사 (투쟁은 노래를 낳고 노래는 역사가 된다), 임상훈, 메멘토,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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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읽는 미국 근현대사 - 투쟁은 노래를 낳고 노래는 역사가 된다
임상훈 지음 / 메멘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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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근현대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아픔과 저항이 있었고, 늘 노래를 불렀다. 서로를 연결하고 세상을 바꾸려 했던 노래 속에는 이름도 얼굴도 없는 민중의 피와 땀이 남아 있다. 노래를 말하는 듯 보이지만, ‘노래’라는 미시사를 통해 미국 자본주의 역사를 말한다. QR로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덤이다. 무엇보다 번역서가 아니라는 점이 더 놀랍고 반갑다.

—노래로 읽는 미국 근현대사 (투쟁은 노래를 낳고 노래는 역사가 된다), 임상훈, 메멘토,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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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 - 거짓말, 속임수 그리고 사기극 이숲의 과학 만화 시리즈
대릴 커닝엄 지음, 권예리 옮김.해설 / 이숲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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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과 속임수, 사기극의 배경에 부와 왜곡된 명예를 좇는 사이비 과학자와 선정적인 언론이 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선정성에 굶주린 언론에는 편향된 저질 과학 보도가 넘쳐난다. 그리고 근거 없는 한낱 의견을 마치 확고부동한 진리인 양 대중에게 유포한다. 오늘날 기자에게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까? 과학 기사를 지식을 갖춘 기자에게 맡기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리일까?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를 부나 권력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과학 이야기 - 거짓말, 속임수 그리고 사기극, 대릴 커닝엄, 이숲,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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