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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눈에 띄는 신간 에세이 [by. 리니Rinny]

 

 

다시 3월이 돌아왔다.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학기를 맞아 부담감과 설렘을 함께 느끼는 달이 되겠고, 학생인 나도 역시 그렇다. 학교와 관계없는 다른 사람들도 3월이라는 새봄맞이로 들뜨는 기분도 들 것 같다. 이번 신간 에세이들은 여러모로 준비하는 달이라서 그런지 그 수가 많지 않았다. 그 중 끌리는 다섯 권을 골라보았다.

 

 

 

 

 

 <완벽한 날들 - 메리 올리버> 민승남 (옮긴이) | 마음산책 | 2013-02-25

 퓰리처상 수상 시인의 삶에 대한 사유

 소설가 김연수가 그의 책에서 <기러기>라는 시를 인용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 시를 쓴 작가가 메리 올리버라고 한다. 소로우의 <월든>과도 비교될 정도로 자연의 의한 글들을 써내려가는 '자연 작가' 메리 올리버. 세상 속에 살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받아들이는 그녀만의 시야로 쓴 시와 산문, 그 어떤 완벽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자고 있어, 곁이니까 - 김경주난다 | 2013-02-15

  아이를 갖기 시작한 한 사내의 소심한 시심

  얼마전 힐링캠프에 배우 김강우가 나와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쓴 육아일기를 공개하고 자상한 아버지라는 극찬을 받았었는데, 이번엔 시인이 쓴 태담일기다. 아직 출산에 대한 것은 익숙하지 않은 나지만 '자고 있어, 곁이니까'라는 따뜻한 시선의 제목이 자꾸만 눈길을 끈다. 아내의 뱃속에 자신의 아이가 있는 신비한 경험, 그리고 그 생명이 커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한 시인의 글을 보고 누구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 - 김선미> 위즈덤하우스 | 2013-02-07

  불멸의 고전 <월든>에서 배우는 충만한 인생의 조건

 몇년전에 소로우의 <월든>이란 책을 빌려서 읽으려고 해놓고서 왠지 쉽사리 읽을 수 없어서 놓았던 적이 있다. 그 후 소로우의 삶에 대해 극찬하는 많은 글들을 읽었고 이번에도 또다시 책으로 나온 걸 발견하게 되었다. 자연과 벗삼은 삶, 쉬워보여도 어려운 일을 먼저 조금조금씩 실천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스님, 메리 크리스마스 - 박남준> 한겨레출판 | 2013-02-18

  지리산 자락 심원재에 사는 섬진강 박시인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이지만 6년만에 산문집을 펴냈다고 한다. 지리산 중턱의 외딴집에서 텃밭을 가꾸고 살림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세상에 대한 비판어린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제목은 '메리 크리스마스'일까?

 

 

 

 

 

 

 

 

  <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 량원다오> 김태성 (옮긴이) | 흐름출판

   | 2013-02-14 | 원제 我執 (2010년)  상실에 대한 153일의 사유
  '중국의 알랭 드 보통'이라 불린다는 점에서 이 작가의 책이 구미가 당긴다. 사실 제 2의 누구누구, 중국의 누구누구.. 하는 칭호를 붙이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칭호로 기대감이 증폭되는 건 사실이다. 량원다오의 글은 철학적인 깊이도 대단해서 그의 통찰력은 이미 중국에선 알릴대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 '상실과 아픔'을 숨겨두지 않고 그대로 꺼내서 들춰보며 치유하는 그의 방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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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서재 -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책 읽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살아야할 이유를 찾는 책 읽기 <카프카의 서재 - 김운하> 

 

 

 

 

 

 가끔은 어둡고 캄캄한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외로울 때, 모든 것에 허무감이 밀려올 때, 더이상 삶에 대한 의지가 없어질 때 다시 살 수 있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김운하 작가가 딱 내 나이쯤이었을 때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한 것이 '책과 독서'였다. 그는 그 책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하나하나 깨우치기 시작했고 '나'에 대한 존재에 대한 사유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기 시작했다. <카프카의 서재>는 그가 힘을 얻고 자신의 존재를 탐구할 수 있게 한, 그가 사랑했던 십여권의 책의 목록이다. 쿤데라, 카뮈, 니코스 카잔차키스, 몽테뉴... 그 밖에도 많은 작가들의 책 속 부분부분 문장들이 그에겐 힘든 삶의 과제의 해답이 되어 주었다.

 

 '우리 머리 위에 있는 별의 심연처럼 위대하고 오묘한 것이 인생' 카프카가 삶에 대해 했던 말이다. 작가가 카프카가 남긴 글들을 읽고 동요했듯이 (그가 제목에 카프카의 이름을 넣은 것도 카프카에 의해 상상할 수 없는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나도 김운하 작가의 책을 거쳐 들어온 카프카의 글들에 동요했다. 어느하나 정확한 것 없이 지나가는, 그래서 답이 없고, 그래서 더 오묘하고 뒤죽박죽이며 순식간에 빠르게 가는 인생. 그 인생을 사는 법을 지금 나도, 책으로 배우고 있다. 나중엔 작가처럼 그 목록에 저마다 소중하고 귀중한 이름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시간에 대한 관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말했다고 한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크로노스는 우리의 육체를 지배하는 시간이자 물리학적인 시간이고 '카이로스는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것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시간이다'(181) 카이로스란 작가에 의하면 '목표물을 향해 화살을 당기는 순간'이다. 그 결정적인 시간이 삶을 살면서 몇번이나 나에게 왔을까? 그리고 나는 얼마나 그 시간들을 손에 잡을 수 있었고 얼마나 손 사이로 놓쳐버렸을까? 그러나 지나간 놓침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 '카이로스'의 시간들을 제대로 잡아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를 뿐이다. 카이로스와 크로노스 그 시간들이 서로 꽉 채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길 뿐이다.

 삶 속의 모든 것, 그리고 그 사이에 서있는 나. 그것을 파악하는 철학적 깊이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힘든 만큼, 뼛속 깊이 깨달을 수 있는 교훈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실제의 삶은 일관된 주제가 없는, 다양하고 서로 무관한 에피소드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인생이라는 소설에서 무엇이 에피소드이고 아닌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지극히 상대적인 관점에 따르며, 불순물처럼 취금될 수 있는 사소한 에피소드 하나가 실은 운명을 좌우하는 열쇠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더 나쁘게는 자기 인생이라는 소설을 써 나가는 작가에게 그런 에피소드의 주도권이나 결정권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 25p

 

시간이 우당탕 소리 내며 깊은 계곡을 세차게 흘러내리는 강이라면, 인간은 거기에 실려 떠내려가는 작은 나뭇잎들이다. 그러므로 운명이, 인간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예비해놓았는지,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놓을지는 미리 알 수 없다. 그저 방황하며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아이러니의 법칙을 지배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한, 삶은 어리석고 오만한 열광으로 시작되어 씁쓸한 회한으로 마감되는 덧없는 것이다. 저 경이로운 아이러니는 우리의 삶을, 우리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광대가 연주하는 가락에 맞추어 춤추는 서커스의 곰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러고는 모든 진실을 깨닫게 된 연후에야, 우리는 비탄에 젖은 목소리로 아이러니를 운명으로 탈바꿈시키며 스스로를 위안할 뿐이다. - 37p

 

청춘이라는 짦은 터널을 다 통과한 후 뒤를 돌아볼 때, 그때 가서야 청춘의 방황이 방황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그렇게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보아야만 방황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 - 42p

 

삶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행위는 이미 그 자체로 사회적인 행위이다. '의미'라는 언어적 범주는 이미 나를 포함한 타자들의 세계를 전제로 한다. 의미는 오직 사회 속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던지는 자들과 그 질문을 이해할 수 있는 자들이 없다면, 세계에는 어떤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 -98p

 

나는 이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내 삶을 생각할 때마다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왜냐고? 세상에 희극도 이런 희극이 없어서다. 하긴 니체도 고뇌가 너무 많은 인간만이 웃음을 발명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을 때 우리는 웃음을 터뜨린다. 우리 인생이 꼭 그렇다. - 120p

 

내가 가지고 있는 언어들은 실은 이 사회의 속박이며 굴레에 불과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책들은, 나를 결박하고 있는 문법들로부터 나를 해방시킨다. 사랑, 독서, 글쓰기, 음악, 밤의 어둠, 침묵.... 이런 것들은 우리를 익숙한 세계와 결별하도록 요구한다. - 162p

 

 

 

각 순간과 마주해 우리는 언제나 마치 그것이 영원인 것처럼 여기고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각 순간은 우리에게서 다시 덧없는 것이 되어버리기를 기다린다. - 모리스 블랑쇼 <기다림 망각>

 

가장 좋았던 한 부분. 발췌문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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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덜어냄의 미학, 행복한 삶을 위하여 <오늘, 뺄셈 - 무무>

 

 

 

 

 오늘, 우리는 덧셈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허우적댄다. 나에게 많은 것을 더해야, 그제서야 풍족한 기분을 느낀다. 계속되는 덧셈에 지칠 때쯤 후회가 밀려온다.

이런 세상에 대해 어디사는, 누구인지도 알지못하는 무무(木木)라는 은둔형 작가가 짤막한 에피소드들로 그의 뺄셈의 철학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에피소드들은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들로 되어 있다. 나도 모르게 지나치고 있는 일상의 문제들, 고민들에 대해서 작가는 교훈과 생각할 여지를 동시에 준다. 인생이라는 길을 걷고 있는 우리가 만나는 이 답 없는 고민들은 흔하디 흔한 이야기들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때때론 답을 내지 못해 실패하고 후회하는 것들이다. 시종일관 '빨리 빨리'의 세상에서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뺄셈'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뺄셈의 미학에서 요점은 지나간 것에 미련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매일 지나간 것에 후회를 거듭하는 나에게 '미련'을 없애는 것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행복한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 하나하나 빼나가는 습관을 기른다면 마음만은 충만해지지 않을까.

 

지금 덧셈으로 지친 세상에서 내가 하나씩 빼나가보자. 그러다보면 언젠가 균형(=)이 맞춰진 내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 덧셈으로 가득 찬 세상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는 온갖 물욕에 가려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7p)

 

- 우리의 삶을 이루는 근간인 '어제'란, 따지고 보면 이미 쓴 돈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반면 '내일'은 아직 계좌에서 찾지도 않은 돈이다. 내일이 오면, 또 내일이라는 하루를 우리 인생 계좌에서 빼내야 하지만, 그것은 내일의 일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내일 예정된 뺄셈'을 미리부터 걱정하며, '어제'에 대한 미련과 근심에 빠진다. '어제'가 이미 쓴 돈이고 '내일'이 아직 은행에서 찾지도 않은 돈이라면 '오늘'은 가장 가치가 높은 '수중의 현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이라는 현금을 아낀다고 해서 인생 계좌의 잔액이 늘어나는 일은 없다. 자정이 지나면 아무 곳에도 쓰지 못한 채 무의미하게 사라지는 현금이 바로 '오늘'일수도 있는 것이다. (47p)

 

- 뺄셈과 덧셈은 단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일반적인 수단일 뿐이다. 남을 위한 배려는 일단 '뺄셈'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올 만족감은 '덧셈'이며 결국에는 '균형'이다. 대가를 기대하지않고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봉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닦을 좋은 기회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56p)

 

- '비움'은 과거를 부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과거에 품었떤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호흡을 할 때, 먼저 날숨으로 묵은 공기를 뱉어내야 들숨으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것과 같다. (120p)

 

-  뺄셈은 복잡한 인생을 최대한 단순한 상태로 바꾸는 것이자, 내면의 소리에 경청하고 거기에 충실하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며, 번잡함을 단순함으로 바꿔 행복을 얻는 경로다. 우리는 뺄셈을 통해 욕망과 집착, 번민 등 우리 영혼에 부담을 주고 압박하는 것들을 덜어내야 한다. (258p)

 



   우리의 삶이란, 본래 '새는 양동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거든. 아무리 많은 것을 담아서 지키려고 한들, 어딘가는 새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야. 그 이치를 받아들이면, 전에는 몰랐던 귀중한 가치들이 새롭게 보여. 반면에 모든 걸 장악하고 지켜내려 집착할수록 고통과 불행은 더 가까워질 뿐이야. (80p)

 

돈, 취업, 자리, 소유.. 이제는 더이상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모든 걸 가지려 집착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들에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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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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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책'이란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 윌 슈발브> 

 

 

 

 

 

  책의 마지막은 첫 장을 여는 순간 예상할 수 있었다. 저자의 어머니가 췌장암 판정을 받고 죽기 직전까지 책과 함께한 기록이기 때문에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읽는 내내 머리에 맴돌았다. 저자의 어머니는 책을 읽을 때 항상 마지막 부분을 가장 먼저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알게 되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어머니가 이미 책의 마지막을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출판 전문가였던 저자 윌 슈발브와 난민과 여성인권을 위해 전세계를 돌았던 그의 어머니 메리 앤, 그들은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가까운 관계를 가졌지만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함께한 단 2명뿐인 북클럽의 회원이었다.

 

 어머니란 언제나 가슴찡한 존재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소중한 사람이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을 때의 아픔은 상상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들에게 그 큰 아픔을 견뎌내고 진정할 수 있게 해 준 것은 바로 '책'이었다. 그들은 서로 매일매일 '무슨 책을 읽고 있니'하고 묻고, '이 책은 어떻다'이야기하고, '이 책을 읽어봐'하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명한 책,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맘에 드는 책을 골라 읽었다. 이 북클럽 덕분에 저자는 둘의 헤어짐을 준비할 수 있었고, 이별 후에도 '책'이라는 매개체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런 그들의 마지막 북클럽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가슴찡함을 느꼈고 인생의 한 부분을 어디에 소비해야할지도 깨달았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수단이 '책'이라는 것이 더없이 행복해보였다. 하나하나 의미있는 책 목록과 그에 딸린 에피소드들은 이 책과 함께 소중한 선물로 남았다.

 

  저자가 어느날 어머니에게 자신과 함께한 것이 일종의 북클럽과 같다고 이야기하자 그러나 그녀는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도 마찬가지였다'고. (그녀는 여동생이나 형, 또는 다른 친구들과도 늘 책에 대해 대화하고 의견을 나눠왔다.)

"그러니까 우리는 늘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야" (378p)

 

  - 책은 어머니와 내가 늘 관심을 두고 있기는 해도 왠지 툭 터놓고 이야기하기는 편치않은 어떤 주제를 서로에게 소개하고 탐색해나가도록 도와주는 수단이었다. 또한 우리가 압박감이나 불안감을 느낄 때, 대화 거리를 던져주는 주체이기도 했다. (14p)

 

  - 우리 가족이 항공사라고 한다면, 바퀴통에 달린 바퀴살처럼 어머니는 중심이고 우리는 그 주위를 도는 존재였다. 어디를 가든 직항으로는 절대 갈 수 없었다. 비행기의 흐름을 지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어머니를 반드시 경유해 가야 했다. 어머니의 신호에 따라 가족 구성원은 착륙하거나 이륙할 수 있었다. (20p)

 

  - 우리는 어떻게 삶의 보폭을 지켜나가야 할지 배워야 한다. 어떤 속도로 살아가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삶 속에 무엇을 끼워 넣고 포기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기념하고 무시할지, 어떤 책을 읽고 치워야 할지, 심지어는 언제 어머니의 죽음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또 언제 죽음에 대해서만은 결코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지 배워야만 한다. (146p)

  - 그제야 나는 우리 모두에게 어머니가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단지 당신이 죽는다는 사실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다가올 우리의 꿈도 함께 죽어버리기 때문에 슬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잃는다고 그 사람 자체를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182p)

 

 

"우리는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모두에게 빚지고 있단다. 그렇지만, 그건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빚을 지는 것과는 다른거야. 정말로 모두에게 모든 것을 빚지고 있으니까. 우리의 삶은 어느 순간 갑자기 송두리째 바뀌어버릴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개개인이, 그가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그 모든 일에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지. 우정과 사랑을 베푸는 것만으로도 너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게 지켜줄 수 있고, 그 우정과 사랑의 표현이 바로 모든 차이를 만들어내는 거야." - 저자의 어머니 메리 앤 참 멋있는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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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지음 / 난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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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고 쓰다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 김진송>

 

 

 

 

 

 책 표지에는 '김진송 깎고 쓰다'라고 쓰여있다. 예술가와 작가의 이름을 동시에 갖고 있는 저자의 책에는 그가 오랜 시간동안 깎고 붙이고 조합한 여러가지의 조형물들과 함께 짤막한 이야기들 혹은 경우에 따라 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은 동화같기도 하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저자의 말 같기도 하고, 저자가 부르는 '시'같기도 하다. (가장 좋은 점은 읽기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다양한 이야기들의 종류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저자가 깎은 조형물들과 저자가 쓴 이야기들은 항상 맥락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이 책의 제목인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가 그가 만드는 작품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그 기계를 만드는 사람은 저자 김진송이다. 머리가 무거운 새, 개와 의자, 오이씨 아이... 그 소재들은 세상에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없는 것 까지 포함하여 셀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재미있다. 

 

 이야기가 전해지고 그 이야기를 통한 소통은 어느정도 이어갈 수 있지만, 그 어떤 이야기든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의 이야기가 조금 더 흡인력을 갖게 하는 것은 책 속에 가득한 그의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들의 힘도 크다. 이미지와 텍스트, 그 둘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이 책이 마음에 든다.

'이야기가 흐르지 않는 세상은 살아 있는 세계가 아니다.' 이야기가 항상 끓어 오르는 작가의 삶은 살아있고 생동감 넘치며 활기차다.

언제나 이야기가 가득찬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여기 책이 하나 있어. 아마 펼쳐진 책이라면 더 좋을거야.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 책의 바다, 거기에 뛰어든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담그는 것이지. (27p)

- 이미지의 틈을 비집고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새어나오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장치, 그런 게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숲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폐가처럼 미지의 이미지들로 가득 차 그 안에 있는 어떤 것이든 들추어내기만 하면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집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65p)

 

- 지구의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지구에서 살아남기는 갑자기 아득해진다. 지구의 온도가 몇 도만 올라도 지상은 이변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그렇다. 누군가의 손길이 조금만 더해져도 불안해지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이 나니 터에 그 누군가의 손이 인간의 손일 수는 없지 않은가? (79p)

 

- 세상의 끝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흩어지는 깃털 속에 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알았대도 어찌할 수는 없었겠지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때는 따로 있는 법이니까요. (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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