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우리시대의 논리 2
하종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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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에서 종종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게 된다. 그럴 때면 나는 그저 '또 파업을 하는 구나' 할 뿐이었지 그들이 왜 파업을 하게 되었는지 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파업의 경우에는 좀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마음으로 쓴 글은 마음으로 전해진다고 했던가.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을 읽는 내내, 읽고 나서도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답은 하나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는 사회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우리 사회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비참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덧붙여 저자는 '사회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경제 성장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최근 거시경제학 분야의 성과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노동문제'라니, 뜻을 두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렵고 생소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이미 노동자이기에 노동문제를 남의 나라 이야기인양 살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뉴스에서 만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고 최소한 우리는 '그런 일이 왜 일어나야 하는가'에 대해 제대로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 현상에 대한 성찰이 모여 갈 때 우리 사회는 분명 진보할 수 있을 것이다.

파업에 대한 편견 버리기

'노동귀족'이라고 불리는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에 대한 편견은 책으로 말미암아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누군가 이야기해주는 것을 단편적으로 믿기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로 살아보지 않고는 함부로 그들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 조종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에서의 연간 노동시간은 모두 3천 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주42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표준근로시간보다 무려 1천 시간 정도를 더 일한 셈이라고. 이것은 1년에 이틀 정도를 제외한 모든 휴일에 근무하고, 평일에도 매일 2시간씩 잔업을 할 때 가능한 노동시간이라고 한다. 또한 생체 리듬을 완전히 파괴하는 4박 5일, 5박 6일, 심지어 7박 8일의 근무 형태가 어떤 것인지 조종사가 되어보지 않고는 알기 힘들 것 같다.

대학교에서 환경미화원과 경비노동자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용역 회사를 통해 고용된 경우가 많아서 학교 측은 법률상 사용자가 아니기에 노동조건과 임금에 대해 이야기해도 시정되지 않는다는 현실도 눈물을 찍어내게 만들었다. 예순을 훌쩍 넘겨 손자들 재롱이나 보며 노후를 즐겨야 할 할머니들이 하루 10시간 노동을 하면서 60만원도 받지 못하는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임원과 직원간 연봉 격차는 100배가 넘습니다. 과연 이 사람들은 보통 인간보다 100배 더 훌륭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일까요? 대기업 노동자들이 잔업철야 휴일특근으로 1년 동안 5천만 원을 받는다고 분개하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100배가 넘는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이사들의 임금에 대한 자신의 생각부터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연 누구의 고임금을 지적해야 할까요? - 본문 중에서

그런 사실을 인지한다면 더 이상 대기업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비난할 사람은 없지 않을까. 대학 나온 사람보다 고졸인 사람이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힐난해서는 안 되며 그것은 노동의 강도와 시간과 비례해야 마땅할 것이다. 북유럽 사회처럼 운수 노동자나 대학 교수의 연봉이 별반 차이 나지 않는 사회야 말로 모든 노동자들이 직업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닐까.

일한 만큼 대우받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돼야

부모 잘 만나 과목당 천만 원의 족집게 과외를 받는 학생과 동네 학원에 보내달라고 애원을 거듭하여 드디어 한 과목을 수강하게 된 첫날 어머니에게 “엄마, 내가 가서 그 돈보다 더 많이 배우고 올게”라고 했던 학생의 이야기도 누선을 자극했다. 그들은 분명 출발선부터 다르다. 각각 나이키 운동화와 고무신을 신고 100m를 달리는 것과도 같을지 모른다.

국민들 중 상위 1%가 우리나라 전체 사유지의 51.5%나 차지하고 있는 사회를 두고 건강한 사회라고 말하긴 힘들지 않을까. 살림을 유지하기에 바빠 동네 학원에 보낼 형편도 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 사회에 살게 되기를 소망한다.

일한 만큼 합당한 대우를 받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다수의 노동자들이 꿈꾸는 사회다. 우리가 노동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고, 노동 운동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 지지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파업을 하는 사람들을 두고 그들도 쉴 권리가 있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유럽인처럼 우리의 시각도 그렇게 유연해지기를 바란다.

하종강의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은 노동가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노동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노동자인 아버지 어머니 동생에게 그리고 노동자인 친구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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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 2007-06-28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입니다.
도서에 관한 리뷰를 출판사 홈페이지로 담아갑니다.
미리 허락을 얻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혹시 언짢으시다면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주세요.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humanitasbook.co.kr/main.php
입니다.
건강하세요 ^^
 
-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틱낫한 스님 대표 컬렉션 3
틱낫한 지음, 최수민 옮김 / 명진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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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서 벗어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생명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통찰하는 것이 가장 깊은 위안을 얻기 위한 최선의 길임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한다. 내가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지 않다는 것은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늘 자각하면서 살 때 누구나가 실감할 수 있는 현실이다.

그 통찰이 나와 타인들 사이에 평화와 조화를 되찾아준다. 우리는 누구나 평화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 우리가 타인들과 함께 살아갈 방도를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바로 그것이다.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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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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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초콜릿>은 이른바 성장소설이다.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열다섯의 나이로 돌아가 주인공 에바의 눈높이에서 소설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에바는 김나지움에 다니는 학생으로 스스로를 ‘코끼리’라고 일컬을 만큼 살이 찐 모습이다. 조금 살찐 사람도 다소 마른 사람도 있기 마련인 세상이지만 한창 외모에 신경을 쓸 나이에는 살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에바는 세상과 소통하기를 꺼리며 스스로의 집에 자신을 가둔다.

수업시간 중 선생님이 호명하더라도 에바는 고개를 들고 대답을 하는 대신 고개를 푹 숙여 버린다. 체육 시간 조를 짤 때에도 마찬가지. 에바는 운동화 끈을 일부러 풀어 다시 처음부터 꿰고 앉아 있기 일쑤다. 에바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고민이 남다른 아이였다. 말하자면 남들이 뚱뚱한 자신을 좋아할 리 없으며 비웃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문제 중의 문제인 이 문제 외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문제는 바로 비곗살이었다. 에바와 주변 세계 사이에 가로놓인 이 역겹고 물컹물컹한 지방층이 문제였다. 비곗살은 에바에게 완충지대이자 골치였다. 모든 게 오로지 비곗살 탓이었다. 비곗살은 비참, 소외, 냉대를 의미했으며 조롱과 두려움, 창피함을 뜻했다. - 본문 중에서

그렇게 살찐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는 일이 힘들면서도 에바는 초콜릿이나 푸딩, 케이크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에바는 언제나 배가 고팠다. 우울할 때면 더 그랬던 것 같다. 마음의 허기가 곧바로 몸의 허기로 이어져 버린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바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이름은 미헬. 미헬은 에바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란 동갑내기 소년이다. 미헬은 남동생만 있는 에바와는 달리 형제가 많아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다. 학교도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김나지움이 아니라 졸업 후 직업 훈련을 거쳐 취업을 하게 되는 하우프트슐레에 다닌다.

무엇보다 편견 없이 자신을 대하는 미헬이 에바는 좋았다. 미헬에게는 다소 뚱뚱한 모습의 에바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지만 오직 나에게만 특별한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미헬은 아마 에바의 내면에 반했던 것 같다. 그동안 미헬이 만나왔던 여느 여자아이들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을 것이다.

세상에 씹는 것보다 좋은 게 뭐가 있을까? 신선한 빵에 바른 차가운 버터만큼 부드러운 게 어디 있을까?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소금보다 좋은 양념이 어디 있을까? 씹는 것, 입 안에 든 빵을 으깨어 삼키면서 그와 동시에 손에 쥔 빵을 바라보는 것, 또 한 입 아직 먹을 게 남아 있다는 풍요의 감정을 느끼는 것, 이런 것들 외에는 어떤 행복도 찾을 수 없었다. - 본문 중에서

우리에게 있는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서도 식욕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나도 배가 고프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부류에 속하고 일단 배가 채워져야 무엇이든 할 의욕이 생긴다. 배가 고프면 만사가 귀찮아지기 마련이다. 내 몸이 남들보다 뚱뚱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건강상의 이유나 또다른 이유로 불편하지 않다면 굳이 뺄 이유는 없다.

그 옛날에는 동서를 막론하고 풍만한 몸이 동경의 대상이었던 만큼 미의 기준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 유동적인 것이다. 나의 주관만 확실하다면 시류에 끌려 다닐 필요는 없을 텐데.

중요한 것은 남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가 하는 것이다. 에바는 진심으로 자신을 대해주는 미헬과 전학 온 친구 프란치스카의 영향으로 조금씩 자신감을 찾게 되고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게 되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는 그렇게 무사히 지나가고 있었다.

에바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뚱뚱한 가슴과 뚱뚱한 배, 뚱뚱한 다리를 가진 뚱뚱한 소녀가 보였다. 하지만 정말로 그 소녀는 못생겨 보이지 않았다. 약간 눈에 띄긴 하지만, 그렇기 하지만 못생기진 않았다. 에바는 뚱뚱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뚱뚱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람도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었다.

대체 아름답다는 건 무엇일까? 패션잡지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생긴 여자들만이 아름다운 것일까? 다리가 긴, 날씬한, 매력적인, 가느다란, 우아한 … 이런 낱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 지방은 녹아내리지 않았다. 에바가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녹아내린 지방이 악취를 풍기며 배수구로 흘러들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에바는 갑자기, 자신이 원했던 에바가 되어 있었다. 에바는 웃었다.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 본문 중에서


외양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지만 에바는 마음의 문을 열어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있을 결점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고 소설은 이야기한다. 열등감에 짓눌려 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 승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개개인의 몫이다. 남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유독 자신에게는 그 이상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여겨지는 것들은 사실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것들이다.

미리암 프레슬러의 <씁쓸한 초콜릿>은 어른이 되어가는 청소년기 아이들의 미묘한 심리를 수채화처럼 그려놓았다. 평범한 일상을 드라마처럼 독자들에게 펼쳐 보인다.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에서 진한 감동을 받게 된 기분이랄까.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 <씁쓸한 초콜릿>은 청소년은 물론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도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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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박경화 지음 / 명진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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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여유롭고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에만 머물 뿐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끔 고향에 다녀오거나 여행을 하는 것으로 만족할 밖에. 박경화의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은 복잡한 도시에서 살지만 자연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건강을 부르는 생태 풍수지리

▲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겉그림.
ⓒ 명진출판사
흔히 아파트의 로열층이라고 불리는 곳과는 달리 이 책은 5층 이하가 사람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다 자란 나무의 높이가 15m라고 가정했을 때 그 보다 더 높으면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너무 높으면 땅의 기운을 받아들이기 힘든 탓일까?

풍수에서 볼 때 방도 한 사람당 6평이 적당하다고 한다. 즉 4인 가족이면 24평이 적당한데 지나치게 넓은 집은 허전함과 불안감을 주고, 식구들이 북적거려 좀 비좁게 느껴지는 정도의 집이 발전하는 집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경제 사정이 나아질수록 더 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데 생태학적으로 볼 때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인가 보다.

우리는 쇼핑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오죽하면 현대인들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까지 정하게 되었을까? 11월 26일은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쇼핑에 대해 생각해보는 날이란다.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마당에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의 의미는 어떤 걸까?

저자는 쇼핑중독은 마약과 같다고 쇼핑의 유혹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비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튼튼한 제품을 골라 버리기에도 아까운 정말 내 것이 될 만한 물건을 구입하고, 필요한 것만 그때그때 살 것이며, 단순하게 포장된 것을 구입해 필요 없는 쓰레기를 줄이자고. 또한 가까운 곳에서 구입하여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자 는 등의 내용이다.

허기진 마음을 물질이 대신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대형마트에 가서 저렴한 물건을 구입하는 게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책에서 저자도 언급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봐도 그렇다. 일단 마트는 가격이 저렴하기는 하지만 물건을 대량으로 구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대량으로 사면 미리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가계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을 가까운 슈퍼에서 사고부터 카드청구서의 무게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는 고장이 나 못쓰기 보다는 유행이 지나서 혹은 싫증이 나서 물건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건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고쳐서 쓸 수도 있겠지만 휴대폰만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디자인이나 기능면에서 우수한 제품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친구 하나는 유독 휴대폰 욕심이 많아 1년도 채 되지 않아 새 모델을 구입하기도 했다. 생활에 꼭 필요한 가전제품과 맞먹는 비용을 지불할 만큼 합리적인 소비였을까?

전우익 선생의 '죽어라고 일해서, 죽어라고 사 재끼고, 또 죽어라고 버린다'는 말씀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더 많이 가지려고 사람들은 열심히 아등바등 일을 한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진만큼 우리의 마음도 풍요로울까. 허기진 마음을 물질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걸까.

일회용 개짐 대신 면 개짐을 어렸을 때부터 사용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왜 이제야 알게 된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에 주위 사람들에게 권했는데 주위의 반응은 싸늘했다. 편리함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었다. 이미 일회용 개짐에 익숙해진 다수의 사람들은 부작용을 경험하면서도 수고로움을 감수하기가 버겁다고 했다.

그러나 한번만 써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면 개짐의 재료부터 만드는 법까지,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책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일회용품에 익숙해진 우리는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여있는데 언제까지 미뤄 둘 수만은 없을 것 같다.

편리함에 길들여진 우리 생활 태도부터 바꿔야

공기를 정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공기청정기도 좋지만 공기 정화 식물을 길러 보면 어떨까. 베란다에 채소도 심고, 화초도 키워 나만의 수목원을 만들면 집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버리기 전에 30초만 생각하기, 물 재활용하기, 생태적 머리 감기 등 친환경적인 삶은 멀리 있지 않았다.

편리함만 추구해서는 그런 삶에 도달할 수 없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은 편리함에 길들여진 우리의 생활 태도를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자연을 느끼며 조화롭게 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수입의 1%를 기부하자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담배를 사서 피우면 연기처럼 없어지지만 돈을 기부하면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고 금연을 약속하는 일이 되며 해로운 담배 대신 건강을 사는 셈'이 된다고.

'공존'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저자는 그렇게 함께 살기를 원했다. 기부는 수입이 많은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벌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나누고 베푸는 마음과 실천이 익숙해질수록 도시의 삶은 더없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생태적 도시인이 되는 10가지 약속은 이 책의 결정체가 될 것이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은 편리한 생활을 위해 개발되는 제품들이 도리어 인간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도시인의 필독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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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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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높은 코가 약간 쓸쓸해 보이긴 해도 그 아래 조그맣게 오므린 입술은 실로 아름다운 거머리가 움직이듯 매끄럽게 펴졌다 줄었다 했다. 다물고 있을 때조차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어 만약 주름이 있거나 색이 나쁘면 불결하게 보일 텐데 그렇진 않고, 촉촉하게 윤기가 돌았다.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지도 처지지도 않아 일부러 곧게 그린 듯한 눈은 뭔가 어색한 감이 있지만, 짧은 털이 가득 돋아난 흘러내리는 눈썹이 이를 알맞게 감싸 주고 있었다. 다소 콧날이 오똑한 둥근 얼굴은 그저 평범한 윤곽이지만 마치 순백의 도자기에 엷은 분홍빛 붓을 살짝 갖다 댄 듯한 살결에다, 목덜미도 아직 가냘퍼, 미인이라기보다는 우선 깨끗했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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