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도서관 학습법 (도서관 노트 포함)
이현 지음 / 화니북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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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을 정하지 않고 도서관에 가는 날은 자연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신간 코너에는 어떤 책이 꽂혀있는지, 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운 좋게 최근이라 이야기할 수 없을 때 읽고 싶었던 책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도 이에 해당되었다.

프랑스 유학 시절 아이를 데리고 휴식 삼아 다니던 도서관을 제2의 가정처럼 느끼게 되었다는 저자는 집에 얼마만큼 많은 수의 책을 진열해 놓는가가 아니라, 실제로 아이들에게 많은 책을 읽히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피력하고 있었다.

"많은 부모들이 도서관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도서관의 본래 의미를 무시한 채 그저 경제적 부담 없이 책을 대여할 수 있다는 점에만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도서관은 책의 무덤이 아니다. 보관소는 더더욱 아니다. 지식이 살아있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삶의 현장인 것이다. 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찾아서 읽고 다시 제자리에 꽂아놓다 보면 다른 책에도 관심이 가게 된다. 그러면서 호기심의 영역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 -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 중에서

저자는 아이가 자랄수록 점점 더 사교육에 광적인 집착을 보일 것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지식의 산실,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도서관을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즉 도서관이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공부'를 위한 곳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학습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는 깨달음을 아이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의 요청에 의해 가게 되는 환상적인 메커니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책상 위에 월간 계획표를 붙여둘 것을 권하는데, 이것은 내게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의 휴관일은 수요일이다. 그런데 첫째 셋째인지, 둘째 넷째인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또한 수요일이 다섯 번 있는 경우는 어떻게 셈을 해야 하는지 난감할 때도 있어서 아예 수요일은 도서관에 가지 않는 날로 정해버렸는데, 이렇게 계획표나 달력에 휴관일을 미리 표시해 두면 얼마나 편리한가. 나는 그동안 왜 이 생각은 하지 못했는지 웃음이 나왔다.

도서관에서 꼭 지켜야 할 10가지 에티켓은 지극히 상식에 해당하는 말이라(예를 들면,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 등)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되지만, 마지막 10번째 '매달 도서관 희망 비치 도서에 한 권 이상 신청한다'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자기가 신청하는 책은 내게 꼭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줄 것이고, 내가 신청함으로 인해 다른 많은 이들도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게 되어 함께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므로 공동체를 위해 꼭 필요한 행위인 것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혼자서 그것까지 깨닫는 데는 좀 오래 걸렸을 것 같다. 개인의 그러한 태도가 모여 우리 자신과 아이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이 점점 더 발전을 거듭해 나갈 것이다.

덧붙여 저자는 도서관을 찾을 때 간식을 가져가라고 권한다. 간식이라고 해서 뭔가 거창한 간식이 아니라, 물과 함께 오이나 당근을 먹기 좋게 썰어서 가져가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거창한 간식은 부담이 되므로,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고, 집에서는 잘 먹지 않는 야채를 밖에서는 잘 먹게 되므로 추천하고 있었다. 이렇게 간식까지 준비해간다면 도서관 가는 일이 너무 즐겁지 않을까. (물론 간식은 휴게실이나 잔디에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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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홍은택 지음 / 창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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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메리카를 찾아서>는 "티브이, 책을 말하다"에서 소개한 책이기도 하고, 한겨레신문 지성 책 섹션에서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라는 테마로 저자를 매주 만나왔던 터라 더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바바라 에렌라이히의 <빈곤의 경제>는 책을 읽기 앞서 먼저 읽어본 책이었습니다. <빈곤의 경제>에서 미국의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상을 목도할 수 있었는데 결국 두 책은 모두 아메리칸 드림은 이미 퇴색한 지 오래된 것이라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빈곤의 경제>는 저자가 직접 웨이트리스, 청소부 등 저임금 노동을 경험하며 그들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헤어날 수 없는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주당 받는 임금으로는 집세를 내기에도 빠듯한 사람들, 병원에 갈 돈이 없어 진통제를 먹고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 말 그대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들이 미국에도 그렇게 많은지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진짜 바바라 부시와 친분이 있는 백만 달러짜리 콘도 주인이 안방 욕실을 보여주면서 샤워 부스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걸 듣자니 내 자제심이 심하게 흔들린다. 대리석 벽들은 놋쇠 샤워설비만으로도 '피 흘리고' 있는 듯한데 그 틈새를 박박 문질러도 될까? 나는 그녀에게 피 흘리고 있는 것은 당신 욕실의 대리석이 아니라 세계 노동자 계층 - 그 대리석을 채석했고, 당신이 깔아놓은 페르시아 카펫을 눈이 멀 때까지 짰으며, 가을풍으로 꾸며놓은 식당 중앙에 사랑스럽게 놓여 있는 사과들을 수확했고, 못 만드는 철을 제련했고, 그걸 운반하는 트럭을 몰았으며, 이 건물을 지었고 이제 그걸 청소하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 바바라 에렌라이히의 <빈곤의 경제> 중에서.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에는 농토 1백만 평을 가지고 있지만 손해보는 농사를 짓는 농민이 등장하고, 맥도널드에서 9년 동안 일해오면서도 시간당 8달러를 받고 있는 65세의 노동자가 등장합니다. 또 노조가 없기 때문에 저임금 정책이 가능한 월마트 이야기와 재소자 인구로 매년 세계 기록을 갱신하는 미국 사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범죄는 나쁜 사람들이 저지르는 것이고 그들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범죄를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로 본다. 재소자들이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 안착하도록 돕는 갱생시설보다는 수인을 더 많이 가두기 위해 교도소를 늘리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런데 미국과 함께 인구 10만 명당 재소자 수에서 상위를 점하는 나라들을 보면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만도 아닌 것 같다. 러시아(638명), 벨로루시(554명), 카자흐스탄(522명), 투르크메니스탄(489명), 우크라이나(406명) 등 잘사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나라들이다. 국력의 크기와도 전혀 관계가 없다. 다만 인권탄압의 시비를 받고 있는 나라들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본문 중에서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보아 온 미국의 모습은 가장 밝은 면만이 부각되어 있었던 것일까요. 이미지화 된 미국의 모습과 실제의 모습에는 간극이 매우 컸습니다. 가진 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못 가진 자는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회는 이미 건강한 사회가 아닐 것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열심히 일하는데도 빈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사회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회'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농촌과 쇠락한 공장 지대 같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곳을 돌며, 선진국 가운데서 빈부의 격차가 가장 심한 미국의 다양한 모습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또 친절하게도 지도가 곁들여 있어 친숙하지 못한 지명들이지만, 미국의 어느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가늠해 볼 수 있어서 더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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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이권우 지음 / 해토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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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책과 만나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아는 사람의 권유를 통해서 혹은 책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신문을 통해서. 또는 도서관의 서가를 돌다가 심마니가 삼을 발견하듯 우리는 한 권의 책과 조우하게 된다.

나의 경우 아는 사람이 권해서 무턱대고 책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로써 책 한 권에 대한 생각이 대체로 같을 수는 있겠지만, 모두 같을 수는 없다는 명쾌한 결론이 나온다. 소수 의견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니까. 누군가 책을 권할 때 권하는 사람에 '혹'하지 말고, 책을 한 번 보고 나서 읽을 지 여부를 결정하면 후회하는 일은 없으리라.

도서평론가 '이권우'라는 이름은 우연하게 자주 만났다. TV에서 몇 번, 신문에서 몇 번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귀에 익은 이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언젠가 그의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기회가 왔다.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는 책제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서평을 모은 책이다. 내가 읽은 책을 저자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생각을 비교해 보고도 싶었고, 내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는 영화의 예고편을 보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운이 좋다면 마음에 드는 양서들과 대량으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서.

나는 특히 3부 '경쾌하고 즐거운 열정의 콘서트' 편에 마련된 서평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 누군가가 썼다면 이러쿵저러쿵 시비 걸지 않고 무조건 읽는 경우가 있다. 언제나 읽는 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기실, 저자가 독자들한테 이런 신뢰를 얻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근한 예로, 프로야구에서 타석에 나올 때마다 안타나 홈런을 치는 타자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내는 책마다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이들이 몇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 본문 중에서

그는 그런 저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미술 평론가 이주헌을 꼽았다. 여기서는 이주헌의 <서양화 자신있게 보기>의 서평이 실려 있다. 저자는 제목은 '자신있게 보기'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까 의구심을 갖고 책장을 펼쳤는데, 미술을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치 자연을 보듯이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선입견을 지워버릴 수 있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을 저자도 가지고 있었지만, 제목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나도 선입견을 버릴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오롯이 들었다.

역시 3부에 마련된 박영택의 <예술가로 산다는 것>의 서평도 눈에 띄었다. 저자는 숨어 사는 예술가 기행이라는 부제에 이 책의 주제의식이 잘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미술대학에 들어가지 않았거나, 전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화단의 중심에 들어갈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자는 그들이 겪을 고통에 대해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

예술마저도 상업화하는 현실에서 이들은 과거의 인물들이다. 여전히 장인정신을 양식으로 삼아 자신의 예술적 자존심을 지켜 나간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음 한구석이 예리한 칼날에 베인 듯 아파 온다. ...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마치 구도자처럼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 ... 너도나도 중심이 되려고만 하는 세상에서 자기를 스스로 유배시키는 이들의 치열한 예술혼에 그저 가슴 뜨거워질 뿐이다. - 본문 중에서

그 외에도 김형경의 <사람풍경>, 김영하의 <검은꽃>, 노혜경의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 조정육의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필립 솔레르스의 <모차르트 평전>,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등도 저자가 소개하는 책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책이었다.

책을 통해서 책을 말하기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도서평론가 이권우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 특유의 시선으로 느긋하고, 재치있고, 편안한 문체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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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 새로쓰는 가족이야기 또하나의 문화 17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엮음 / 또하나의문화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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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처럼 나도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었다. 20대 후반이 되자 주위 사람들은 나의 결혼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여기 저기서 '괜찮은' 사람이 있다고 한 번 만나 보기를 권한다.

결혼할 생각은 있으나 결혼하지 않은 20대 후반 여성에게 앞으로 겪어야 할 발달 과업인 결혼. 독신주의자도 연애지상주의자도 아닌 나에게 결혼은 지금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

이미 오래 사귄 남자 친구가 있는 또래 친구들은 머지않아 상견례 날을 잡을 것이고, 이미 상견례를 통해 결혼 날짜를 잡은 친구도 있다. 결혼이라는 말이 달나라 일처럼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쨌거나 분명 달라진 현실 앞에 와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나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그런 나의 고민과 맞닿아 한 권의 책이 내 시야를 사로잡았다. 결혼이라는 것이 내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이며, 그 후 삶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막연하게 생각할 때는 이미 지났으므로 좀더 구체적인 밑그림이 필요했다.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는 20대와 50대 여성이 주축이 되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20대는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 '누구와 살까?'라는 화두로, 50대는 육아를 끝내고 또 다른 삶의 단계를 구상하는 것을 화두로 하고 있다. 내가 20대인지라 가까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쏠렸다.

언제가 되었든 함께 살 누군가를 찾게 된다면 절대 원칙 중 하나는 '경험자 우대' 정책이다. 함께 살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든지, 혼자 사는 동안 삶을 풍요롭게 잘 꾸린 이력이 있다든지 … 하물며 연애라도 많이 해서 인간사에 대해 한 깨달음 했다든지 하는 식으로 스스로 훈련한 경험자를 우대해야 한다.

관계에 대해 순진무구한 것은 절대 자랑이 아니다. 여러 관계를 경험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한 사람, 자신의 생활 스타일이 어떤지, 함께 사는 파트너는 어떤 사람일 때 성공 확률이 높은지, 어떤 상황은 절대 못 참는지 잘 알고 있는 상대여야 함께 살기가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처음 이 글을 보았을 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간 나는 화려한 경력의 사람보다는 순진무구한 편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글은 나에게 사고의 확장을 가져다 준 셈이다. '경험이 많을수록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저자는 그렇게 피력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겐 하나뿐인 가장 중요한 내 인생을 같이할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당연한 요구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따라오는 여러 가지 기회비용이 클 것 같아서 웬만하면 이혼을 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도 있다. 괜히 첫눈에 빠져 사랑하는 감정에 취했다가 나중에 '웬수'가 되느니보다 몇 개의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있으면 그 불행한 사태를 그나마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리비도와 헷갈리는 로맨스 지상주의는 엄마 같은 어리석은 사람만이 하는 거다. - 본문 중에서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글에 공감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작업에 참여한 저자는 좋은 남자에 대해 나름의 기준을 소개한다.

1. 정치적 지향점이 똑같아야 한다. 2. 나를 미치게 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3. 취향의 지향점이 같거나 서로의 취향을 좋아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4. 엄마를 치워 버릴 수 있는 위엄을 지닌 '다아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이밖에도 … 유머러스해야 하고,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어야 하고, 너무 사랑에 연연해서도 안되고, … 다정다감하고도 남성적인 매력도 있어야 한다 등 중요한 조건들이 수도 없다. -본문 중에서

저자도 동의하듯이 물론 그런 남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도 마찬가지. 그러나 우리가 함께 살기를 계획할 때 최소한 자기가 양보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는 인지하고 있어야 불협화음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견딜 수 없는 상대의 단점에 어떤 것들이 포함되는지 정도는 스스로 잘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양한 삶의 형태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여러 사람의 공동 작업인 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50대, 20대, 10대들의 좌담도 실려있고, 시와 콩트, 서평과 영화평도 함께 있는 종합선물세트다. 결혼과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이 책은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도,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픈 이들에게도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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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한 철학 에세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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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이 책의 광고를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떤 책인지 알지 못한 채, 책제목만 보고 웃음을 지은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작위적인 판단이지만, 슬픔도 때에 따라선 기쁨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긍정 때문이었다. 또한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재미있게 읽은 나로서는 알랭 드 보통의 저서에 무작정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철학에세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철학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는 이 책은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를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어떤 위로를 안겨주려 하고 있다. 위로가 되었는지 아닌지는 책을 끝까지 읽어보고 독자가 판단하겠지만, 쇼펜하우어와 니체 편에 실린 글들이 나에게는 깊은 여운을 안겨 주었다.

모든 삶은 다 힘겹다. 그리고 그들 중 몇 명을 완성된 삶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달려있다. 모든 고통은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희미한 신호다. 그런 고통도 말하는 사람의 정신력과 현명함의 정도에 따라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고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고민은 정신적 공황 상태를 야기할 수도 있지만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불공평에 대한 인식은 살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경제 이론 분야에 선구적인 업적을 낳게 할 수도 있다. 부러움 또한 비통한 마음을 부르기도 하지만 라이벌과의 경쟁심을 자극해 걸작을 탄생하게도 한다. -본문 중에서

이상은 <곤경에 대한 위안 - 니체 편>에 실린 글의 일부다. 도덕 교과서처럼 정답인 말이 열거되어 있는 듯 한데, 실제 생활에서 우리가 어떤 고민에 부딪칠 때마다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황한다. 역경에 처할 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성장할 것이다.

사랑은 상상 가능한 가장 커다란 행복을 우리에게 약속하지 않고는 우리로 하여금 종을 번식하도록 유혹할 수 없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거부를 당한데 따르는 상처가 너무 깊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사랑을 받아들이는데 수반되는 숭고함을 무시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 심한 고통이 뭔가 이상하다고 되뇌이며 고통은 더욱 복잡하게 악화시켜서는 곤란하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만약에 충격을 받지 않는다면 비정상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이상은 <상심한 마음을 위한 위안 - 쇼펜하우어 편>에 실린 글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부를 당했다면, 단지 인연이 아니었다고만 생각하면 된다. 저자는 '둘의 결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 사람과 인연을 맺어서는 균형 잡힌 아이를 낳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와 맥락을 같이 하는 이야기다.

사랑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대방과 마음이 같지 않을 경우에는 확실한 '거부'가 중요하다. 막연한 기대를 갖지 않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고, 거부를 당했을 때도 상대나 스스로를 원망하기보다는 무엇보다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어디에선가 다른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낙관해보자. 당장의 슬픔을 추스르는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기계발이 가장 나을 듯 하다.

몽테뉴는 첫 장부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존재"라고 역설하고 있는데,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한 철학 에세이 <젋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호젓한 철학의 오솔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사색을 즐길 시간을 제공해 주는 쉽고, 재미있는 철학서의 등장이 마냥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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