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홍은택 지음 / 창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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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메리카를 찾아서>는 "티브이, 책을 말하다"에서 소개한 책이기도 하고, 한겨레신문 지성 책 섹션에서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라는 테마로 저자를 매주 만나왔던 터라 더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바바라 에렌라이히의 <빈곤의 경제>는 책을 읽기 앞서 먼저 읽어본 책이었습니다. <빈곤의 경제>에서 미국의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상을 목도할 수 있었는데 결국 두 책은 모두 아메리칸 드림은 이미 퇴색한 지 오래된 것이라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빈곤의 경제>는 저자가 직접 웨이트리스, 청소부 등 저임금 노동을 경험하며 그들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헤어날 수 없는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주당 받는 임금으로는 집세를 내기에도 빠듯한 사람들, 병원에 갈 돈이 없어 진통제를 먹고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 말 그대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들이 미국에도 그렇게 많은지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진짜 바바라 부시와 친분이 있는 백만 달러짜리 콘도 주인이 안방 욕실을 보여주면서 샤워 부스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걸 듣자니 내 자제심이 심하게 흔들린다. 대리석 벽들은 놋쇠 샤워설비만으로도 '피 흘리고' 있는 듯한데 그 틈새를 박박 문질러도 될까? 나는 그녀에게 피 흘리고 있는 것은 당신 욕실의 대리석이 아니라 세계 노동자 계층 - 그 대리석을 채석했고, 당신이 깔아놓은 페르시아 카펫을 눈이 멀 때까지 짰으며, 가을풍으로 꾸며놓은 식당 중앙에 사랑스럽게 놓여 있는 사과들을 수확했고, 못 만드는 철을 제련했고, 그걸 운반하는 트럭을 몰았으며, 이 건물을 지었고 이제 그걸 청소하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 바바라 에렌라이히의 <빈곤의 경제> 중에서.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에는 농토 1백만 평을 가지고 있지만 손해보는 농사를 짓는 농민이 등장하고, 맥도널드에서 9년 동안 일해오면서도 시간당 8달러를 받고 있는 65세의 노동자가 등장합니다. 또 노조가 없기 때문에 저임금 정책이 가능한 월마트 이야기와 재소자 인구로 매년 세계 기록을 갱신하는 미국 사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범죄는 나쁜 사람들이 저지르는 것이고 그들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범죄를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로 본다. 재소자들이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 안착하도록 돕는 갱생시설보다는 수인을 더 많이 가두기 위해 교도소를 늘리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런데 미국과 함께 인구 10만 명당 재소자 수에서 상위를 점하는 나라들을 보면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만도 아닌 것 같다. 러시아(638명), 벨로루시(554명), 카자흐스탄(522명), 투르크메니스탄(489명), 우크라이나(406명) 등 잘사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나라들이다. 국력의 크기와도 전혀 관계가 없다. 다만 인권탄압의 시비를 받고 있는 나라들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본문 중에서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보아 온 미국의 모습은 가장 밝은 면만이 부각되어 있었던 것일까요. 이미지화 된 미국의 모습과 실제의 모습에는 간극이 매우 컸습니다. 가진 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못 가진 자는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회는 이미 건강한 사회가 아닐 것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열심히 일하는데도 빈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사회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회'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농촌과 쇠락한 공장 지대 같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곳을 돌며, 선진국 가운데서 빈부의 격차가 가장 심한 미국의 다양한 모습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또 친절하게도 지도가 곁들여 있어 친숙하지 못한 지명들이지만, 미국의 어느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가늠해 볼 수 있어서 더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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