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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글쓰기 - 발설하라, 꿈틀대는 내면을, 가감 없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상처 하나쯤 품고 산다. 아무리 성격 좋고 마음이 넓은 사람도 인간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상처를 피할 수 없다. 그런 상처들과 만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늘 우리 곁을 맴돈다. 저자는 하나의 방법으로 글쓰기를 권한다. 글을 쓰는 게 치유가 될 수도 있구나.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하는 친구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아름다운 가게는 기증받은 물품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좋은 일에 쓰는 단체다. 그 곳에 물건을 사러오는 이들 중 가끔 물건이 너무 비싸다거나 맘에 들지 않는다고 환불하러 오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원만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친구는 그 사람이 현재 어떤 힘든 일을 겪고 있는데 하필이면 대상이 기증받은 물품이었던 것일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고객일수록 단골이 되기 십상이라고. 그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르지 않고 끝까지 들어준 친구가 못내 고마웠을 게다.

 

우리의 수만 가지 고민을 그때그때 털어놓을 대상이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친한 친구나 가족이 될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조차 이야기하기 꺼려지는 게 있다면,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데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하얀 종이에라도 써보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경험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치유하는 글쓰기는 이처럼 그 어떤 글이라도 치유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문학적 수준의 높고 낮음이나 지적인 정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가치에는 등급도 없다. 그러니 치유를 위한 글은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저 쓰면 된다.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단어의 나열이라도 상관없다. 유난히 생각나지 않는 단어가 있다면 왜 내가 거기에 걸려 있을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19쪽)

 

분노의 근원을 찾는 시간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은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 쓰는 편지로 시작된다고 한다. 죽도록 미운 사람이 있다면 지금의 삶이 얼마나 힘겨울까 가만 생각해 보았다. 반대로 '내 주위에는 고마운 사람들만 있는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우리가 고통 받는 이유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에 부치며 고통스러운 일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 미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나 누구를 미워하는지, 혹은 미워하는 감정이 내 안에 존재하는지 의식조차 못하고 살아가는 삶은 더욱 고통스럽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내내 생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16쪽)

 

'누가 미운지 알게 되면 그 이유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원인을 찾게 되면 대처할 방법도 강구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편지를 쓴 후 얼마간 시간이 흘러 자신이 보낸 편지의 답장을 직접 써보면 그토록 밉던 상대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할 것이라고. 물론 '죽도록 미워한 사람에게 그 분노를 털어놓는 것이 먼저'라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편지의 대상은 내가 화해하기를, 그리고 사랑하기를 죽도록 원했던 상대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고 덧붙여 말했다.

 

저자는 기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는데 그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인터뷰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누군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관심을 가지고 친절하게 물어준다는 일은 참 기분 좋은 일이라고. 저자는 우리에게 종종 그런 인터뷰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우리에게 참 고마운 존재다. 기쁨을 함께 나눌 사람은 많지만, 나의 아픔을 기꺼이 나누어 들어주려는 이들은 정말이지 가까운 이들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니까. 가슴 속에 묻어두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함으로써 상처는 얼마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글쓰기를 권한다. 문장이 되지 않으면 단어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아니면 낙서를 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가능하다고.

 

마지막 부분에는 글쓰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책들을 통해서도 우리는 성장할 수 있으리라. 매번 힘든 순간과 조우하면서도 꿋꿋하게 일어나는 민들레처럼 의연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가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글쓰기도 치유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준 책이라는 점.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김형경의 <사람풍경>,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
 언니네 사람들 지음 <언니네방>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상처에 취약한 현대인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자심의 글에 대해 상대가 깊이 공감해줄 때 인간은 행복감을 맛본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공감의 반응을 보여준다면 그 자체로 기쁜 일이지만 더 나아가 내 글이 말하는 바를 깊이 이해해주고, 내가 몰랐던 숨은 의도까지 파악하고 반응해준다면 행복한 감정은 몇 배로 증폭될 것이다.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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