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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일간지 토요일의 북섹션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책에 대한 책, 메타북은 많이 읽어봤었고, 무척 좋아하지만 원래 책이 주는 감동을 더 읽고 싶어
한동안은 멀리하던 분야가 메타북이었는데,
서평이 만만치 않았다.
보통 메타북이 아니구나 하고 구입을 했다.
역시나, 보통 메타북이 아니다.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이라는 부제가 무척 어울린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게 된 요인을 포르노소설에서 찾아내고, 감히 고전을 의심한다.
고전 과학의 주요 서적은 과연 누가 읽었을까 의심하여(아무도 읽지 않은 책),
잘못된 이론이 얼마나 많은 인류를 청소하듯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책이 가져온 변화와 역사를 해석하면서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지성의 역할이 무엇인지 거듭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1부는 포르노 소설과 프랑스대혁명.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나게 된 요인을 두고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모양이다.
그 중에서 포르노 소설은 인간의 사랑과 성에 대한 표현을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성에 대한 욕망,
인간의 감성과 열정에 대해 지각을 하게 해 준다. 이를 통해 전통적 사회적 경계를 넘어 대대적인 공감의 물결이 흐르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람도 감정과 이성을 가진 같은 존재로 보게 되는 배움의 과정을 통해
프랑스 대혁명은 평등이라는 주제를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도 10년전쯤 첫 아기를 낳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우리보다 매우 부잣집이었던 사촌 언니도 나와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할 예정이었는데, 그 때 비로소 저 언니는 항상 나보다 많이 부유했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우리가
출산의 고통 앞에 놓인 동등한 인간이라는 공감이 이루어졌던 기억이 난다.
2부는 아무도 읽지 않은 책.
뉴턴을 중심으로 하는 근대 과학의 고전이라 여겨지는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프린키피아' 등의 책들이 실제로 거의 드물게 읽혀졌고,
뛰어난 해설서에 의해 빛을 발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갈릴레오의 재판에서 전해져온다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얼마나 허구인지.
'프린키피아'를 해설한 프랑스 여성 과학자 에밀리 드 샤틀레의 업적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3부는 고전을 리모델링해드립니다.
소크라테스의 이론이라 하는 플라톤의 '대화'는 소크라테스가 죽은지 소크라테스가 죽은지 오래 후 플라톤의 기억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사실, 과연 누구의 이론인지 의심해야 한다.
공자의 논어도 공자가 죽은 뒤 제자들이 썼는데 최초의 편집본이 만들어진 것이 공자 사후 700년의 일이니
논어가 고전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된 이유는 독재국가의 사상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 무척 설득력있다.
신약의 바울 서신도 이에 못지 않은 배경을 가지는데, 이 대목에서는 나도 정말 마음이 답답했다.
기회가 되면 묵자가 제대로 재현되는 시대를 기대하게도 만든다.
4부는 객관성의 칼날에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오해
본성과 양육이라는 주제로 우생학, 행동주의 심리학 등이 인간을 얼마나 참혹하게 만들었는지 파헤친다.
사회적 성별에 대한 문제는 내가 관심을 갖는 주제인데, 생물학적 성별이 어느정도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책에 관한 심각하고, 놀랍고, 의외의, 치명적인
많은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정말 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정신] 나는 어떤 책을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