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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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한 시절 주요 구독채널 중 하나인 지대넓얕으로 저자를 알게 되었다. 팟케스트에서도 책에서도 본명은 알 수 없지만 목소리는 이제 제법 익숙하다. 그때는 지대넓얕.. 이름도 독특하고 발음도 어려워서 소위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거였는데. 이젠 그 제목으로 책도 여러 권이나 나왔다. 무엇보다도 제목이 독특하니,, 이제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채사장이 어떻게 책을 읽고 자신의 고유한 길을 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한마디로 '내 인생의 책' 같은... 고등학교 때 우연히 읽게 되었던 <죄와 벌>을 시작으로 책과 함께 한 지적 여정이 담겨 있다.

 

나는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이런 장르를 '메타북'이라고 한다고 어디서 읽은 것 같기도 하다. 도서관 서가에서 이런 책에 관한 책이 있는 서가 즉, 001. 로 시작하는 책장을 지날 때는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도 든다. 나도 언젠가 - 어릴 적, 그리고 지금도 가끔 - 책에 빠져들던 시절이 있었다. 활자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을 때의 설렘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다. 어디서 무얼 하든 책은 이제 나의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지극히 내가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맞고 관심이 가는 책만 읽는다. 그것이 저자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지식이 자신의 사고 방식에 균열을 가져와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정반합'으로 대변되는 헤겔의 변증법의 원리를 적용한 셈이다. 그렇게 적용한 책을 통해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을 이 책에서 다루었다. 신약성서를 읽고 그다음에 불교의 경전을 읽는 식이다. 철학자 니체, 우주에 관한 책, 그리고 마지막은 아주 생소한 우파니샤드라는 책에서 끝이 난다. 인간이 마주한 죽음이라는 운명에 관한 심각한 직면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우파니샤드.. 이 부분은 너무 생소한 내용이라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아뭏튼 언젠가 인연이 되면 나도 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한번은 만났으므로...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취향과만 공명하는 세계에서만 놀아 책으로 지적 자극을 크게 경험하지 않는 나한테는 새로운 자극이 된 면이 있다. 나는 주로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독서를 한다. 책을 읽다가 만나는 책이나 저자를 찾아 읽고, 또 그 책에서 다른 책으로 소개를 받아 옮겨가는 편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 취향과 가치관에 영향을 받게 되는 건 사실이다. 책모임 같은 걸 통해서 나와 관계없는 책을 소개 받아 읽고 새로운 기쁨을 느끼는 건 어떤 경험일까 상상해 본다. 나한테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손으로 고르지 않을 책을 읽어 보고 기대치 않은 어떤 것을 느껴 보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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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이 두려움 없이 - <현문우답> 백성호의 이스라엘 마음순례 백성호의 현문우답
백성호 글.사진 / arte(아르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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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쪽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온유하지 않은 이들은 누구일까. 고집이 센 사람들이다. 이번에 예수는 '고집'을 겨냥한다.

고집이 뭘가. 내가 세운 '잣대의 성벽'이다. 사람들은 내 땅을 지키기 우ㅟ해 성벽을 쌓는ㄴ다.

그 성벽이 자신을 적으로부터 지켜줄 거라 믿는다. 그래서 아군에게는 성문을 열고 적군에게는 성문을 닫는다.

그래야 내 땅이 지켜지니까.

예수의 눈으로 보면 다르다. 그건 성벽이 아니라 감옥이다. 신의 속성은 이 우주에 가득하다.

이를 외면한 채 스스로 자신을 가두는 감독이다. 산상설교의 메시지는 이처럼 역설적이고 파격적이고 혁명적이다.

 

129족

예수는 "마음을 가난하게 해라"라고 했다. 마음의 창고를 비우라는 말이다. 우리의 창고는 늘 무언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창고를 채우는 것, 그건 바로 집착이다. 접착제처럼 끈적이면서 내 마음의 창고를 채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집착이다.

집착할 때 마음의 창고가 가득 찬다. 집착을 비울 대면 창고도 빈다. 그 이치를 꿰뚫은 예수가 말했다.

"마음을 가난하게 하라!"

... 예수는 그저 소박하게 살라고, 마음을 가난하게 하라고 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각별한 이유가 있다.

마음이 가난해질 때 비로소 '없이 계신 하느님'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의 창고를 비워야 하느님 나라와 통하게 된다.

'가난한 마음'이 곧 '하느님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신의 속성'이다. 아무런 집착도 달라붙지 않는 자리. 거기다 바로

'하느님 나라'이다

 

163쪽

배추잎은 처음에는 빳빳하다. 고집이 있고 에고가 있다. 그런데 소금과 만나는 순간 풀이 죽는다.

왜 그럴까. 에고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176쪽

사람들이 생각하는 선과 악의 기준은 간단하다. 나에게 좋으면 선이고 나에게 싫으면 악이다. 내게 잘하는 사람은 선인이고

내게 못하는 사람은 악인이다. 우리가 선과 악을 나누는 기준은 항상 '나'이다.

나의 이익, 나의 철학, 나의 잣대가 기준이다. 그 기준을 바탕으로 이쪽은 선, 저쪽은 악으로 나뉜다.

아담과 이브도 그랬다. 그들이 선악과를 따먹기 전 에덴동산에는 선악이 없었다.

... 선악과를 따먹은 뒤에야 비로소 인류 최호의 부부 싸움도 벌어졌으리라. 한마디로 '선 긋기'다.

내 마음의 선긋기. 그로 인해 이쪽과 저쪽, 좋고 나쁨, 선과 악이 생겨난다. 그렇게 그은 선이 수십 개, 수백 개가 뭉쳐서 생겨난 결과물이 있다.

철학적인 용어로 '에고'라고 부른다.

그렇게 그어놓은 숱한 선들이 뭉친 것이 에고다. 그 선들이 에고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선을 지우려면 말이다. 그 선을 지워서 선악과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말이다. 그렇게 돌아가야 우리가 에덴동산을 만날 테니까.

 

262쪽

세계적인 기독교 미래학자 레너드 스윗... 박자는 결핍을 채우려면 '관점'이 아니라 '하느님'을 맛봐야 한다고 했다.

"나는 기독교 세계관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세계관은 없습니다. 세계관은 모두 머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거기선 아무것도 얻을 게 없습니다. 성경에선 하느님을 맛보고, 그걸 느끼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겐 라이프(life, 생명)가 필요한 것이지

뷰(view, 관점)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세계관이나 교리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예수는 굳이 산성설교를 설하지 않았을 터이다. 산상설교에서 예수는 '관점'을 설하지 않았다.

삶의 사막에서 허덕대는 우리의 목을 축여주는 건 관점이 아니다. 대신 예수는 생수를 건넸다. 마음의 버튼을 누르고 마음이 작동하게 하는

진짜 물이다. 거기에 길이 있다. 

 

 

 

교회에서 그렇게 많은 설교를 들었는데,, 진작에 이렇게 표현해 주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십자가란 바로 십자가에 못박힌 나의 자아라는 것 말이다.

 

가끔 경험하기는 한다. 지금 이렇게 힘든 이유가 내 고집 때문이라는 걸 깨닫을 때가 있다.

내가 그걸 좀 포기하면 이런 갈등이 생기지 않았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포기를 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을 위해거나 주변의 평화를 위해서 특별히 희생하는 차원에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보편 인간에게 있는 에고를 죽이는 과정이라는 걸 이해했다면 좀더 쉽게 그 시기를 보냈을 것 같다.

 

예수님이 오셔서까지 전하고 보여줬어야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지금 인류가 하나님의 뜻을 많이 오해하고 있다고, 그게 아니라고, 진정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직접 말씀해 주시기 위해 굳이 달려오셨을 것 같다.

예수님이 직접 오셔서 말씀해 주셨어야 할 그 진정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성경을 읽고 신앙을 갖고 살아가는 데 좀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교회를 다니는 사람에게 무척 적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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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 인생의 계단을 오를 때마다 힘이 되어 준 열 명의 그녀들
이화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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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어보려고 '버지니아울프' 이렇게 검색했다가 이 책이 발견되었다.

밤을 샌다는건... 언제 들어도 혹하는 낙시 미끼 같은 문구다.

그런데 밤을 새는 건, 처음엔 좀 기대감도 들고 고요한 분위기가 좋지만

하다보면 피곤하기도 하고 졸립기도 하고 배고프기도 하고 그래서 뭘 먹으면 더부룩에 이어 졸음도 오기 마련이다.

다음날의 피곤은 더 생각하기도 싫은...

이 책도 처음엔 제목과 목차의 컬렉션에 많은 기대감이 생겼었는데 읽다보니 정말 밤을 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인물별로 주제를 잘 정리해서 어떤 인상인지 확 들어오기는 하는데 문장이 길어서 약간 피로한 느낌이 든다.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의 연민 같은 것도 느껴진다. 저자도 여자로 태어나 우리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온갖 차별은 다 받고 그 중에 문학을 출구로 살아온 것 같이 느껴진다. 이 책의 열명의 작가들처럼. 상처받은 사람들의 연민어린 글의 분위기가 그래서 어쩔 수 없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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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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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글 같지 않고 다른 나라의 특파원이나 교환 학자가 썼을 법한 글로 느껴진다. 그만큼 객관적인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타까움과 애정어린 내용을 보면 중국인이 쓴 글이 맞는 것 같다.

현대 중국의 모습을 10가지 단어로 풀어낸 에세이이다.

초반의 몇 가지 단어는 이미 우리에게도 친숙하지만 뒤로 가면 그렇지 않다.

인민, 독서, 글쓰기, 루쉰, 풀뿌리 등

그러나 산채, 홀유로 가면 그렇지 않다.

그동안 주워 들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어설픈 소문보다 확실한 실체를 알 수 있다.

알면 알수록 반갑지는 않다. 정말일까 싶게 실망스럽기도 하고, 우리나라에 태어난 걸 감사히 여기는 마음까지도 든다.

두고 볼 일이다. 사회적 신뢰가 이토록 낮은 중국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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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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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먹방 인기와 관계가 있는 듯 공중파에 세프들의 출현이 많아졌다. 인기있고 잘나가는 그들은 요리사라 부르지 않고 세프라고 하는 것 같다. 요리사와 세프의 명칭의 차이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들의 인기보다 훨씬 전에 ‘대중 요리사’라고 해야 하나, 암튼 알만한 사람들한테 알려진 요리사가 바로 저자 박찬일이다.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을까? 고정 칼럼으로 접해온 지도 꽤 되었는데 요즘엔 팟캐스트까지 출연하는 대중 스타가 되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1999년에 처음 낸 책이 [될 수 있다! 요리편], 직업 탐색 단계의 청년들을 독자로 하는 이 책이 처음이었다. 그 후 2007년 [와인 스캔들], 2009년 [박찬일의 와인 셀렉션],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그리고 내가 읽은 [보통날의 파스타] 등등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는 책들이 많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보통날의 와인]도 있고, 이탈리아 요리와 문화에 관한 책 뿐만 아니라 여러 작가들과 에세이 모음집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칼럼에서도 요리와 인생의 어느 대목을 엮어 공감가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재주가 좋다고 느꼈는데, 이 책도... 느낌이 좋다. 책이 왠지 맛도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 파스타의 풍미와 이탈리아의 정취, 그리고 인생의 윤기가 느껴진다.

 

이탈리아 문화와 파스타, 파스타의 종류, 대표 메뉴의 간단한 레시피가 잘 어우러져 파스타를 처음 접하거나 관심이 막 생기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 파스타에 얽힌 만남과 사람들의 사연은 맛있고 화려한 요리 만큼이나 감칠맛 나는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음식을 재료 삼아 인생의 다양한 묘미를 연출해는 듯하다. 

 

언젠가 한동안 홀려있던 알리오올리오가 다시 생각난다.

알리오올리오 해먹는다고 페퍼론치노도 어렵게 한통 샀었는데..

머리를 식혀야할 주말에, 파스타가 좋아질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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