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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슴 한구석이 서늘한 느낌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다듬어져 있는 인간의 성정이 내 모습과 어딘가 많이 닮아 있다. 가끔 내가 바라는 생활이 지나치게 심플해서 이런 심플함을 조금만 더 추구하면 이 곳과 많이 비슷할 것 같다.
성정이 걷어진 인간 세상의 극단의 모습은 '임무 해제'로 그려진다. 기억전달자와 기억보유자가 될뻔 했던 사람들은 모두 이 임무 해제의 대목에서 심각한 갈등은 느낀다. 삶을 자신 또는 사회의 합의에 의해 마감할 수 있는 것이 '임무 해제'이다. 인간의 존엄성의 바탕에는 성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 생과 사를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 스스로 태어나고 마감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인간을 더 존엄하게 하는 것 같다. 스스로 태어나고 죽을 수 있다면 인간의 실존 너머에는 가능성이 없다. 인간의 지평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은, 청소년 대상 문학이어서 그런지 그렇게 큰 감동은 없었지만 인간의 존엄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 인식과 성정이 절제된 인간은 얼마나 큰 비극인지.
영화로도 한번 보면 주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