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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정수복 지음 / 로도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전까지만 해도 활자화되어 있던 매체에 대한 신뢰가 높았었다. 주로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매체를 읽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제는 가끔 좋아하는 부류의 글에 대해서 다른 의견이 생기고 한계가 보이기도 한다. 글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다소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이 책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에서 던지는 첫 번째 질문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는 이런 시기에 적절한 내용이었다. 평소에 생각하던 영성의 부족, 건강 악화, 현실감각 둔화 등을 포함해서 노학자의 한 차원 높은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었다. 내가 터득한 문제는 책만 읽고 행동하지 않는 것, 그리고 글을 통해 내면화하지 않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 좋은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만 이 책은 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첫 번째로 들면서 책의 진정한 가치를 펼쳐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독서의 깊이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깊이 있는 조언들이 많은데 너무 재미있어서 금방 다 읽어버린게 아쉽다.
p4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 ... 책 중독의 위험성, 생명력의 상실, 건강의 약화, 직접경험 기회의 축소, 설익은 지식인의 범람, 현실 부적응, 영성의 고갈, 자연으로부터의 소외, 책으로부터의 탈주
p4 그래도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 ‘위대한 개츠비’가 책을 읽는 이유, 본능으로서의 지식욕, 재미로서의 책읽기, 세상의 온갖 기쁨,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기, 가장 속 깊은 친구, 스승이 사라진 시대의 스승, 타자의 발견, 창의성의 원천, 내 인생의 길찾기, 나만의 세상 읽기, 시공의 초월 체험, 치유로서의 책 읽기, 영혼의 둥지 짓기
p93 프랑스의 작가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당신이 무슨 책을 읽었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고. 그렇지만 당신이 한 번 읽는 데 만족하지 않고 다시 읽는 책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면 나는 당신을 훨씬 더 잘 알게 될 것이오”라고 말했다.
p** 모든 중독이 그렇듯이 책 중독도 자칫하면 죽음에 이르는 병이 될 수 있다. 책을 너무 많이 읽으면 건강이 나빠지고, 현실부적응자가 되며 심한 경우 정신이상자가 되기도 한다. 술 중독자가 술에 절어 죽듯이 책 중독자는 책에 파묻혀 죽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에게 책 더미는 미리 파놓은 무덤이다.
> 미리 파놓은 무덤이라니 ㅎㅎ 하긴, 나도 책 중독이라서 무엇을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다. 읽는 행위 자체가 내 생활의 일부이고 읽을 거리 없는 날은 하루라도 생각하기 어려우니 중독 비슷하다. 책에 파묻혀 죽다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p**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에서.. 1911년 그가 28세때 써놓은 좌우명이다. “간소하고 질서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멀리할 것,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그날그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있는 만남을 이루어 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자료를 모으고 체계를 세울 것, 연구에 온 힘을 쏟고 방향성을 지킬 것, 쓰고 강연하고 가르칠 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잡힌 인격체를 이룩할 것”
> 요즘들어 나도 뜻을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다. 28세는 넘었지만 좌우명을 한번 세워봐야 겠다.
p** 시인 정현종은 나이 쉰 넘어 돌이켜 생각해보니 “남달리 아주 독자적으로 생각했던 사람들, 다시 말해 스스로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던 사람들, 사람 삶의 자연스러운 진행을 가로막고 왜곡하는 힘들에 저항했던 사람들, 타성적으로 순응하며 살고 있는 어떤 지배적인 가치들에 의문을 제기하며 전복하려 했던 사람들, 자유롭고 탄력있는 정신만이 해낼 수 있는 각성과 해방에 이르는 일들을 했던 사람들”이 쓴 책을 좋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나도 좋아하는 저자들이 있다. 시대의 보편적 가치에 저항하고 새로운 판을 짜려는 사람들, 멀리 보고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원대하고 높은 뜻을 제시해 주는 사람들, 아무도 하지 않은 일에 과감히 도전하는 사람들이 쓴 책을 좋아한다.
p** 책 읽기는 어떻게 보면 물속을 헤엄치는 것과 같다. 물속에서 한참 헤엄을 치고 나오면 몸에는 물 냄새가 배어있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면 물기와 함께 물 냄새도 사라진다. 그러므로 그냥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한 독서라면 몰라도 독서의 내용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헤엄을 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잘 기록해 놓아야 한다.
> 무작정 읽는 것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만 어느 정도까지인 것 같다. 귀찮지만 나 자신을 성찰하며 쓰고 말하고 남긴 것만이 내 것이 된다.
이 책에서 만난 책 또는 사람
가스통 바슐라르, 최인훈 <회색인>, 김승옥 <무진기행>,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