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아 니 스 트
대경DVD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간만에 여유로운 오전, 비가 와서 서늘한데 에어컨 바람까지 쐬며

내가 대체 왜 여기 왔을까 싶게 만드는...

전쟁, 유대인 학살 배경은 너무 힘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니.. 끔찍하고 참혹하다.

 

폴란드 유대인 출신의 피아니스트 블라덱 슈필만은

게토 이주, 강제 노역, 아유수비츠 이송 와중에 극적으로 살아남는다.

전에 알던 독일 예술가들의 도움으로 게토를 탈출하여

독일 지인들의 도움으로 은신처에 살다가 폭격으로 다시 도망한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통조림 등으로 근근히 생존하던 중

독일 장교에게 발견되어 음식물을 도움받아 목숨을 연명한다.

드디어 독일군을 몰아내고 진군한 소련에 의해 발견되어

전후 폴란드 국영방송 음악가의 길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2000년까지 폴란드에서 음악가로 살아다가 80대의 나이에

파란만장했던 긴 생을 마치게 된다.

 

* 참혹한 전쟁과 유대인 학살, 이게 아직 백년도 지나지 않은 현시대에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

문학과 예술로 끊임없이 재생산되지만 여전히 놀라고 있는 현실이다.

너무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장면에 몸서리가 쳐진다. 영화이지만 나는 이런 장면이 너무 힘들다.

극장을 뛰쳐나가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 전쟁 초기, 유대인 가정은 2000줄로티 이상 소유할수 없다는 공지에 대해, 슈필만의 동생은 그럼 나머지 돈은 은행에 넣어두면 되지 않냐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 끝은 6백만 유대인 학살이었다.

 

* 아우슈비츠행 기차를 타기 전에 가족들이 모여있다.

목에 쟁반을 걸고 카라멜을 파는 아이를 향해 아버지가 묻는다. "얘야 돈은 벌어서 뭐하려고"

그러고 가족들의 돈을 다 모아 20줄로티를 내고 캬라멜 한. 개.를 사서

아버지의 주머니칼로 잘라 손톱만한 캬라멜을 한 개씩 나누어 먹는다.

뭐라 할 수 없는 먹먹한 장면이다.

 

* 무지막지한 현실 가운데서도 게토에서 노역하는 마지막 유대인들은 저항을 도모한다.

암호를 주고 받고 총을 입수하고 반역 계획을 짠다. 그리고 결행하는날 모두들 죽임을 당한다.

게토 밖의 현실이 어떤지 알았을텐데 그래도 그렇게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인가.

끝까지 인간의 존엄을 과시하며 죽어간 그들이 기억에 남는다.

 

* 은신처에 숨어 있는 슈필만을 도와주던 지인의 지인(즉, 한다리 건너 알게 된 사람)은

이 와중에도 슈필만을 내세워 사기를 치고 한탕을 해서 날른다.

갖가지 인생이 다 있다. 정말...

 

* 최후의 은신처에 있던 슈필만을 발견하고 도와준 독일군 장교 호첸펠트도 실제 인물이라고 한다.

끔찍하고 긴장의 연속이던 영화에서 간만에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호첸펠트는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그의 스토리가 궁금했는데 많이 알려진 것은 없지만

구글링을 통해서 간단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확인 정보지만 이것이 삿실이기를 바란다.

 

호첸펠트는 나치 당원이었고 히틀러를 존경했으며 전쟁은 역사적이고 위대한 순간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크리스쳔이었고 군인으로서 크리스쳔인 것을 어렵게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대인 구조 활동에 하나 둘 발을 담그게 되었고, 당시 양심적인 많은 독일군들이 이와 같은 행동을 했다고 한다.

그는 폴란드 포로수용소의 지휘관으로 있으면서, 그후 기차역에 있는 수비대원 사령관으로서 어린아이 학살의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장교로서 전쟁은 계속 수행했지만 유대인 구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퇴각 얼마 전 슈필만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장교가 슈필만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살려줄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었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었을까.

아니면 이제와서 거의 다 죽게 된 사람까지 굳이 총으로 쏘지 않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런 배경이 있었다. (출처 http://fun.jjang0u.com/chalkadak/view?db=280&no=4545)

역시 하루 하루가 모여서 어느날 결정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다.

나의 미래는 바로 오늘 삶의 결과라는 것에 동의한다.

 

* 감독은 로만 폴란스키, 폴란드 유대인 가정 출신으로 어머니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잃었다. 독일군의 사격연습 목표가 되는 경험을 하고 8세에 게토를 탈출했다고 한다. 유년기의 이런 경험은 그의 영화세계에의 주제를 짐작하게 한다.  

 

* 슈필만 역의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는 이 영화로 2003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전세계에 존재를 각인시키는 배우가 되었는데 감독은 슈필만 역에 걸맞는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유럽에서부터 미국까지 대규모 오디션을 치르면서 마침내 미국에서 애드리언 브로디를 발견하고는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미국인임에도 폴란드 예술가 슈필만의 연기를 완벽하게 해냈다. 감독은 주연뿐 아니라 보조 연기자들도 무척 공들여 캐스팅을 했다고 하는데 정말 이 영화를 보면서 폴란드인, 독일인의 분위기를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내가 아는 어떤 사람과 인상이 너무 비슷한 점도 매력적이었다.

 

* 내가 <아! 팔레스타인 1, 2>를 읽지 않았으면 여기까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당한 유대인들이 지금 어떤 일을 저지르는지 알고 나니 인간의 잔인성에 대한 끔찍함을 넘어서 인류에 대한 무서움이 느껴진다. 유대인 예술가의 영혼의 위대함은 찬양해 마지 않지만 개인이 모인 집단의 이데올로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독일군은 러시아에 함락당했는데 지금 이스라엘은 너무 잘나가고 있지 않은가, 팔레스타인은 누가 도우러 가야 하는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