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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ㅣ 러시아 고전산책 6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고일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참 우울하던 때는 지금(삶)과 죽음이
마치 1층에서 2층으로 계단을 오르듯 가볍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신앙이 있어서 내세를 믿으므로 이런 연결은 더 진지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이반일리치가 죽음을 맞는 과정을 보면서 드는 생각 첫번째는
병으로 인한 준비된 죽음을 맞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그럭저럭 적당한 나이에 크게 추한 모습 보거나 보이지 않고
병을 진단받고 주변을 정리하며 가족들에게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죽을 수 있었다.
아이들도 제법 컸고 경제적으로도 궁색하지 않은 형편이라
그의 죽음은 순수하게 병과 죽음 자체에 대한 동정을 구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
나한테도 이런 죽음이 찾아온다면 어떨까.
아직 이생에서만 있을 것 같은 좋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약간,
그리고 아직 어린 -이반일리치에 비하면-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
여전히 아직 살아계신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이런 걸 느끼면서 남은 시간을 잘 정리하고 생각하고 가능한 좋은 것들을 아이들과
지인들에게 전수하려고 할 것 같다.
이반일리치의 죽음에 대한 두번째 생각,
부러움의 반대인 고통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수도 없이 많은 날,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이 함께 한다.
신체적 고통이 뗄 수 없는 벗처럼 그에게 들러붙어 있는 점은
너무 안타깝고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라..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아편을 가끔 쓰던데, 그래도 요즘엔 약물이 훨씬 개발되어 있어
적어도 나한테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게라심같이 마음 따뜻한 사람이 줄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여운이 남는다.
나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내 친구들은, 아이들은 나한테서 어떤 것을 느낄까.
풍성한 인격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가끔 어떤 사람들한테서 느낀 적이 있다.
단지 나랑 친하거나 나를 잘 알기 때문이 아니라
인품이 느껴질 수 있는 사랑과 따뜻한 풍성함. 인격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는 것 말이다.
나에게도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풍성한 인격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