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펭귄클래식 135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두 도시 이야기(푸른숲주니어, 2007)> pp271-274 작품 해설 중

마네트 박사는 기구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에브레몽드 때문에 십팔 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하면서 죽은 사람과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그것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절망적인 삶이었다. 그가 그런 삶을 살게 된 이유는 양심과 지성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쌍둥이 귀족의 저택에서 보았던 모든 것을 짐짓 모른척했더라면 그런대로 평탄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의사로서의 명성도 얻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양심을 속이지 못한다. 그 때문에 긴 세월 동안 고통을 받고, 행복한 삶을 되찾은 후에도 악몽에 시달리지만 타인을 원망하거나 증오하지 않는다.

......

그(찰스)는 마네트 박사와 더불어 작가가 추구한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보인다. 마네트 박사는 피해자로서 취해야 할 모습을, 찰스는 가해자로서 응당 책임져야 할 자세를 보여주려 했던 것은 아닌지.

찰스를 살려내고 죽음을 택하는 시드니는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인물이다. 한 여성을 진실로 사랑하면서도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그 여성이 남의 아내가 되고 아기 엄마가 된 후에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켜 준 사나이. ......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 단두대에서 처형을 기다리는 시드니의 모습은 숭고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작가는 시드니를 통해 사랑과 희생이 얼마나 고귀한지 전하려 한 긋 하다. 처형 직전 그가 미래의 이미지들을 떠올리는 장면을 보면, 우리가 사는 평범한 현실이 혹시 다른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읽어야 이 이야기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캐리비안 베이의 인공 파도풀에서 처럼 큰 파도가 한꺼번에 덮친다.

 

프랑스 혁명 시기에 런던과 파리를 배경으로 여러 계급의 인물들이 엮어내는 드라마이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지만 당시 귀족의 삶에 대해 각성하고 다른 삶을 살았던 청년, 양심과 지성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의사, 헌신적이고 사랑 가득한 의사의 딸, 신뢰와 성실 표상인 은행원, 껄렁껄렁해보이지만 깊은 사랑과 힘을 지녔던 시드니, 그리고 혁명기를 살았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1789', '바스티유 감옥', '루이 16세' 등을 통해 겉핥기 식으로 알았던 프랑스 혁명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어제의 영웅이 오늘 단두대에서 처형되기도 하고, 사람 목숨이 가을 바람 앞에 낙엽처럼 보잘것 없이 쓸려가던 광경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서도 양심과 깊은 인간미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양심, 지성, 가족, 사랑이 무엇인지 인물들의 여러 면모들을 통해 볼 수 있다. 결국 사람은 중요한 어떤 순간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찰스를 위해 법정에서 증언을 하던 루시, 옛날 하인을 위해 파리로 가는 배를 타던 찰스, 찰스를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던 마네트, 찰스를 다시 고발하던 드파루즈, 연결고리였던 로리, 프로스 남매, 그리고 카턴 시드니..

 

그 어떤 순간에 제 몫을 하기 위해 살고 인생은 그렇게 간명한 역할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역할을 다하려면 언젠가 올지 모르는 그 순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다. 지성과 양심, 사랑을 잠재우지 않는 오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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