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다보니 책에 관한 책-메타북이라고도 하는 것 같은데-도 무척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따라가다가 나도 같은 책을 리스트업해 보고, 새로운 저자를 만나기도 하고, 이런 경험은 황홀하다.

 

예전에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자리를 드나드는 길목에 청구번호가 029....로 시작하는 서가가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오며 매번 그쪽 서가에 있는 책들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공부가 손에 안 잡히고 힘든 마음이 찾아올 때면 다 포기하고 029로 시작되는 책 한 권과 애틋한 만남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알라딘 서재도 길을 잃기 딱 좋은 곳이다. 시간만 많다면 알라딘 서재에서 헤매는 것도 참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서재에 있던 글들이 한권의 책이 되었다. 특별히 소설 편력이 있던 알라디너였기에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책은 소설이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나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 내가 좋아하는 관념들을 작가들이 글로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문제의식 그리고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소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인들과 독서모임을 시작했는데 우리의 목표는 고전 소설을 읽는 것이었다. 좋은 책들이 널려있지만 특별히 지금도 회자되는 고전 소설들을 찾아 읽기로 했다. 그때부터 읽기 시작한 고전들 속의 인물이 하나 둘 감명을 주기 시작했다. 논픽션에서는 얻을 수 없는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가 언젠가부터 위로와 감동이 되고 있었다. 책을 덮어도 그들을 만난 것 같은 경험이 좋았다. 그래서 소설을 소개하는 팟캐스트를 찾아 듣기까지에 이르렀다.

이때 마침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났다.

 

가끔 알라딘 서재의 주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은 다 읽어도 저자의 정체를 잘 가늠하기 어렵다는 첨이 무척 매력적이다. 나도 이다음에 책을 쓴다면 꼭 이런 정체불명의 정체를 띄고 싶었는데 이분이 먼저 그러고 있다.

 

^^ 그래도 출처가 블로그 형식의 글이었기 때문에 글 가운데 주운 몇 개의 힌트로 짜 맞추어본 저자의 정체는 다음과 같다. 수능시험을 보았다(즉 나이가 41세 이하이다), 아래로 여동생, 남동생이 있고, 여동생에게는 아이가 있고, 결혼을 하지 않았고, 부모님의 직업이 대충 이렇고,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걸로 보아서 서울에 살 가능성이 가장 많고, 하이힐, 스커트, 술을 좋아하고, … 머 이정도이다. 많이 주운 것 같았는데 책을 덮고 보니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소설에 대한 흥미가 한층 더 돋우어진다. 출근길이 무겁고 퇴근길이 피곤하다는 얘기가 가끔 있는데, 출퇴근길에 흥미로운 소설들을 읽으며, 이렇게 각성된 지적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와중에 매여있는 직장생활의 스트레스가 정말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책을 안 읽는 사람들보다는 힘든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서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주말과 주중을 천국과 지옥으로 비유한 적이 있었다. 주말에 만나는 사람들과 주중에 만나는 사람들의 관계의 질의 차이가 클수록 천국과 지옥의 갭은 컸었다.

 

책에 소개된 책들이 서지정보에서 처음 접해보는 출판사 이름들이 많았다. 이들은 언제 이렇게 열심히 책을 찾고 번역하고 만들었을까, 이 작가들은 얼마나 어렵게 이 책들을 출판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으려하지만 소설을 외면해왔던 내 모습이 왠지 부끄러워졌다. 마치 깊은 산 속에 조물주의 질서를 따라 아름답고 고독하게 피어있는 꽃을 발견하며 느꼈던 감동 같은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조용히 예술을 꽃피우고 있었구나. 우리나라 인구가 많아 시장이 좀 더 크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고 많이 사고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문학의 맛에 대해 새로운 기대를 갖고 앞으로 더 많이 소설을 읽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내 마음과 가장 비슷한 소설가를 찾아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생각만해도 두근두근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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