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 개정판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수첩 / 199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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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영국에서 태어난 조너선 스위프트의 풍자 소설이다. 스위프트는 영국의 귀족집안에서 태어났고 직업은 성직자였다. 당시 유럽의 성직자는 지금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공무원 정도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업군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어렸을 때 동화 전집에서 한번쯤은 접하고 읽어봤던 책이고 만화로 제작된 것을 본 기억도 있다. 동화나 만화 모두 아이들에게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할의 이야기로 여겨졌던 것 같다. 소인국의 나라, 거인국의 나라라는 소재만큼 유년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적절한 소재는 없다고 판단된 이유에서이었을 것이다.

p.382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실은 ‘신중하고 심오하고 암울한’ 풍자인 <걸리버 여행기>의 잔인한 재치가 지워진 채 아동용 도서가 되는 아이러니다.” 번역을 했던 평론가의 표현처럼 읽고 보니 정말로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주를 이루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걸리버가 소인국, 거인국, 하늘을 나는 섬들의 나라, 그리고 말들의 나라를 약 16,7년간 여행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통해 당대 영국과 유럽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말들의 나라 여행기 중 걸리버가 살던 당시 사회를 말들에게 설명하는 대목 중 한 부분이다.
p. 317 “주인은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 어떻게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가에 대해 몸시 궁금해했다. 그는 법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알고 싶어했으며 법을 시행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영국의 실정에 맞추어 물어보았다. 만약 우리가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한다면 자연과 이성은 이미 우리에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는 충분한 안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돈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하얀 것을 검다고 검은 것을 하얗다고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기술을 배우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원세훈 국정원장 선거법 무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 선고’ 등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법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을 풍자한 듯한 이 표현이 17세기 유럽 사회의 법률가에 대한 표현이었다니,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인간의 이기심과 악에 대한 각성과 동시에 기대감도 약간 사라지게 되었다.

이런 판결하고 변론하는 사람들,, 정권 뒤나 봐주는 이런 일 하려고 청춘을 바쳐서 고시공부하고 사법시험 봤나. 그 아까운 시간을 들여서 공부한 목표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불의에 영합해서 안정적 지위와 기름진 생활을 보장받는 것에 정말 만족할 수 있는가. 하루 하루 조금씩 죽여왔던 양심이 이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나의 양심은 숨을 쉬고 있는지 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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