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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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연 다큐멘터리 PD를 하던 남자가 있다.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로 생명에 따뜻한 시선을 더해 세상에 알려주던 이가

백두산 호랑이를 1000시간 가까이 영상으로 기록했다.

1000시간이면,,, 41.7일 분량인데,

이전에는 한 시간도 기록되어 있지 않던 야생 시베리아 호랑이의 기록이란다.

 

430쪽에 달하는 책의 무게감만큼 시베리아 호랑이의 위엄과

이를 기록한 사람의 집념과 헌신이 느껴졌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호랑이는 이름이 있고 족보가 있다.

족보라기보다 가계도. 어떤 호랑이의 엄마, 아빠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엄마는 그렇다쳐도 동물의 세계에서 아빠까지 알 수 있다니...

호랑이들의 이름도 참 창의적이다.

블러디 메리, 왕대, 하쟈인 이들은 어른 호랑이,

월백, 설백, 천지백 이들은 어린이 호랑이 형제 자매들 이름이다.

어린이 호랑이 중에서 헨젤과 그레텔도 있다.

 

호랑이가 지나간 자리, 발자국을 관찰하며 무게를 알아내고

그 자리에서 애정표현이 있었는지 싸움이 있었는지도 알아낸다.

땅속에 굴을 파고 위를 감쪽같이 덮은 뒤, 카메라를 설치하고 며칠 동안 호랑이를 찍는다.

굴 속에서 쥐죽은 듯이 먹고 자고 숨만 쉬고 지내는거다.

숨소리 내지 않고 어떻게 자는지.. 그러다 카메라 렌즈가 들켜서 집 뚜껑이 반 날아간 적도 있었다.

호랑이 앞발에 맞아도 죽는다는데 다행히 살아남아 이 책이 우리의 손에 이르게 되었다.

정말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이었구나 싶다.

 

호랑이 세상의 애정, 가족, 갈등, 그리고 죽이고 죽기까지

사람들의 사회와 비교하며 애환을 그려낸다.

의외로 호랑이들이 서로 잡아먹기도 한다.

맹수라서 그런가 환경의 변화로 인한 적응의 일환인가

암튼 위엄있는 포스와 다른 충격적인 모습이다.

 

읽는 내내 어디선가 시베리아의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세밀한 관찰과 영혼이 깃들인 해석이 실감이 난다.

안타깝지만 시베리아 호랑이는 너무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다.

이런 사람이 있는 반면 같은 곳에서 밀렵을 위해 엄청 큰 덫을 설치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자연의 모습,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모든 것 가운데 저자의 애정어린 시선에

따뜻한 눈밭 위를 거니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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