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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ㅣ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왜 페미니즘 소설이어야 하는가?
문학에서조차 페미니즘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이 표지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처한 불편한 지점이 느껴진다. 사진도 그렇고. 날씬하고 하얀 피부의 젊은 여자라니.
페미니즘을 드러내고자 하는 소설에서조차 페미니즘이 필요한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민주주의 소설, 사회주의 소설이 가능한가?
주제를 드러내서 이렇게 적어 놓으면 주제의식이 읽혀질까?
왠지 문학 전문 출판사라면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페미니즘조차 밥그릇의 이슈로 소비되는 걸 보니 이 책은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라 ‘자본주의 소설’이다.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이라는 타이틀도 이런 면에서 왠지 어울린다.
강현남의 애인이었던 주인공의 변화는 너무 극적이다. 마치 종영을 앞둔 드라마에서 악인이 갑자기 뉘우치고 돌아서는 것처럼 극적인 변화는 뭔가 어색하고 소설에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명백하게 위계적인 관계를 끝내는 걸 굳이 페미니즘이라고 해도 될까.
‘유진’의 엄마 ‘정순’은 차라리 심한 갑갑함과 먹먹함을 느끼게는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집안은 없을 것 같지만 현실이 워낙 소설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으니 우리 사회 어느 구석에서는 이런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날 법도 하겠다.
지난 한 해 ‘미투’와 ‘82년생 김지영’을 필두로 무수히 논의되던 페미니즘이 어쩌다 길을 잃고 잠시 헤매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반가우나 출판에 대해서는 좀 더 예리함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과 기대감이 동시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