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왜 -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이기 때문에, 우리의 쉬운 선택들
김은덕, 백종민 지음 / 어떤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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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젊은 친구들에게서 많은 걸 배운다. 나도 이 친구들처럼 가부장제와 결혼 문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이십대에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현실에 너무 잘 적응을 해서 그랬는지 내 뜻을 소신 있게 드러낸 적이 많지 않았다. 나의 이십대는 어떤 뜻을 세워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은 채 눈앞의 현실에 불려 다닌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나름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지만 누군가 말한 타자를 경유한 자기애에서 멀지 않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결혼 제도 안에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감정적인 반응이 지나쳐서 논점을 흐리는 경우가 많았다. 결혼 제도 안에서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나가는 것, 인간관계의 기본에 해당하는 게 의외로 쉽지 않다는 걸 지금도 느낀다.

 

예전에 어떤 후배와 결혼에 관해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나는 결혼 제도를 어떤 큰 기업에 비유했다. ‘생각해 봐. 어떤 기업에 들어가면 기업문화라는 게 있잖아. 신입사원 둘이서 창의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본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문화가- 그걸 놔두지 않는다고. 아무리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그러니 결혼을 한다면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그 제도와 문화 안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지.’

 

저자 부부는 이런 기업 문화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소통하며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낸 것 같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에 이런 가정 하나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왠지 고맙다. 하지만 기존 체제에 얼마나 저항적이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까. 이미 삼사십년 이상을 우리 사회에서 자라온 사람들은 기존 관념을 의심하거나 바꾸기가 어렵다. 새로운 시도가 더 많이 읽히고 나누어지면 좋겠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라면 꼭 읽어보고 이야기 나눈 다음에 결혼을 해도 될지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어보고 소장용으로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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