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용 설명서 좌충우돌 중학생을 위한 2
정지우 지음, 빡세 (Paxe)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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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에서 펴낸 좌충우돌 중학생을 위한시리즈 4권 중 2번째 권으로 2017년 출간되었다. 책의 판권을 보면 저작권이 저자 정지우와 기획자 설완식에게 같이 있는 걸로 보아 기획에 비중이 큰 책으로 보인다. 정말로 중학생에게 책을 권하는 일은 특별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목도 비교적 중학생에게 솔깃하게 잘 뽑은 것 같다. 중학생은 일단 자신의 세계가 급격히 강격해지는 시기라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말이 귓등으로 그냥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귓등으로 스쳐 지나가지 않도록 이야기를 한다는 게 중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심각한 개입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일단 크게 반응하고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정리해보니 점잖게 표현이 되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와 부모의 대화라는 것도 사실 문제가 많다. 나도 아이와 말하는 걸 대화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의견을 주고받는 진정한 대화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우리 사회는 부모와 자신의 생각을 평등하게 나누는 걸 경험하기가 어려운 문화인 것 같다. 이래저래 중학생과 대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중학생이 이 책을 순순히 읽고 자신과 부모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한 번 생각해 볼 수만 있다면 참 고마울 것 같다.

 

다행히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쉬운 내용이고 구성이 눈에 확 들어온다.

1 부모 사용 전 유의사항 - 나 알아보기

2 제품 구성 - 엄마와 아빠 알아보기

3 부모 사용법 기본 – 대화의 비법

4 부모 사용법 심화 – 협상의 비법

전체 분량이 100쪽밖에 되지 않아 의도한 구성에 따라 가벼운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부모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라는 내용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처음이라, 나도 시행착오가 많은데 아이와의 관계에서 이것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동안은 아이가 어려서 일방적인 공급과 돌봄이 필요했었고 이제 그보다는 인정과 대화가 필요한데 그것에 맞게 자연스럽게 변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중학생이 되어도 아직 너무 부족해 보이고 또 우리 사회는 사람을 너무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 책에도 부모가 느끼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부모도 불안하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고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부분이 좋았다. 하지만 불안의 문제를 좀 더 사회 구조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이 약간 아쉽긴 했다. 우리 사회는 불안의 강도가 비교적 많이 높다. 사회와 교육의 일그러진 모습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 사회의 불안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감한다. 그래서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가족이라는 비극적 배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인지할 수 있다면 부모와의 관계뿐 아니라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학업스트레스를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와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책에서 아이에게 부모와의 관계를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는 과연 아이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돌아보았다. 나는 정말 관계의 질을 개선하고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었는가. 내 말을 잘 따르도록 하는 데만 관심을 두지 않았던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아니지 않았는가. 그동안 관계에서 내가 주고받았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아끼고 사랑하고 책임감을 느끼는 대상이긴 한데 장기적으로도 이게 맞는가. 어떻게 하면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직 좌충우돌 중학생과 함께 살고 있어 도움이 되면서도 재미있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중간 중간 들어 있는 만화가 몇 편 안되지만 성역할 고정관념을 갖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엄마는 주로 롱스커트를 입고 집안일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아빠는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화이트칼라 복장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 등으로 나타나 있다. 이런 부분은 구성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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