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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 동화에 숨은 역사 찾기
박신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p 87
블루투스_Bluetooth는 10세기경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통일한 덴마크 헤럴드 왕의 별명이다. 이 특이한 별명의 유래로는 그가 워낙 블루베리를 좋아해 치아가 늘 파랗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파란색 의치를 해 넣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무선 전송 기술인 블루투스를 개발한 회사는 통일의 위업을 이룬 블루투스 왕처럼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이 통신 장치들을 하나의 무선 기술 규격으로 통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한다.
매일 쓰는 블루투스의 이름에 관한 유래를 이 책에서 읽었다. 이 책은 어렸을 때부터 접해 온 세계 명작 동화를 시대적 배경을 통해 해석하여 동화 속 인물들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런 이야기들의 의미와 속사정이 무엇인지 밝혀 주는 이야기다. 제목처럼 동화 속의 백마 탄 왕자들이 왜 그렇게 떠돌아다녔는지 알 수 있다. 이유는 대부분 동화에 어울리는 낭만적 이유보다는 현실적인 문제, 권력과 명예, 경제력을 둘러싼 다툼 등의 사회문제적인 이유가 많다. 여기에 풀어낸 소위 세계 명작 동화는 주로 서구 이야기이므로 세계사 지식이 희박한 나로서는 동화의 앞뒤 맥락을 밝히는 역사적 자료와 분석 등의 읽을거리가 무척 풍부하고 재미있었다.
익숙하게 들어 온 동화 속 이름, 지명, 위인 등의 이야기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동화 속의 악역, 빨간 모자나 빨간 머리, 영웅이야기의 실체, 민족주의의 옷을 입은 동화, 혁명이나 식민역사 속에서 쓰인 이야기... 사건은 이렇게 입체적이다. 동화로 태어나면 무분별하게 주입이 되기도 쉽다. 의문을 가지는 것,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것, 비판적 사고, 해체, 이런 지점에서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오래 된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롭게 바라보면서 제기하는 문제의식, 그리고 세계사와 문학에 대한 저자의 박식함이 돋보인다. 어떻게 동화나 익숙한 이야기에 이렇게 의문을 갖게 되었을까? 어렸을 때 세계 명작 문학을 접하면서부터 정말 그럴까, 왜 그랬을까가 궁금했다고 한다. 유년기에 품었던 그 질문을 살면서 공부하고 글을 쓰면서 풀어 나간 셈이다. 과연 인상적인 물음표의 기억만큼 많이 탐구하고 글로 정성껏 다듬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작가들은 글에 대한 강렬한 소명과 함께 재능도 부여받은 것 같다. 동화에 얽힌 풀어낸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동화에 이런 의문을 품고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기회가 되면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특히 <이 언니를 보라>
저자의 블로그를 보니 이 책(백마...)은 5년간 7쇄를 찍고 지금은 절판되었다고 하는데 안타깝다. 반드시 개정판으로 출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