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야기 (CD + DVD) - [초특가판], Movie & Classic, Antonio Vivaldi - The Four Seasons / Concerto Grosso D minor
이와이 슈운지 감독, 마츠 다카코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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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네 계절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다 좋다. 그중에서 어느 계절이 제일 좋으냐고 묻는 것은 저마다 찬란한 네 계절에 대한 모독일수 있겠으나 그래도 기어이 하나 꼽으라면 ‘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봄의 월(月) 중에서 또 어느 달이 제일 좋으냐고 고르라면 보편적 예상(5월?)을 뒤 업고 ‘4월’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4월의 봄’ 들판에서 느껴지는 흙의 숨결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 흙을 뚫고 저마다 새록새록 돋아나는 초록들은 보고 또 봐도 늘 아찔하다.

영화 <4월 이야기>에는 그런 봄의 들판과 언덕, 그리고 공원에 초록이 충만하다. 그렇게 이제 막 피어오르는 계절과도 꼭 닮은 대학 신입생 ‘니레노 우즈키(마츠 다카코)’는 새로운 환경에서 설렘과 고독이 교차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고교시절 대학시험 6개월을 앞둔 우즈키는, 짝사랑하던 밴드동아리 선배 ‘야마자키’가 도쿄에 있는 ‘무사시노'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선배는 무사시노대학 인근의 ‘무사시노도’라는 서점에서 일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그 소식은 그대로 그녀에게 향학열이 되어 불타올랐다. ‘열심히 공부하여 야마자키 선배와 같은 학교의 학생이 되자.’

무사시노 대학은 평소실력 대로라면 그녀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학교였는데 사랑이 준 노력이 ‘기적'을 불러낸 것이었다. 하여 그녀는 대학신입생의 봄을 홋카이도의 가족들과 헤어져 도쿄에서 홀로 학교를 다니며 자취생활을 하게 되었다.

고향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도시인 도쿄에서 수줍음 많은 이‘촌녀’는 급우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질 성격이 못되었다. ‘사에코’라는 친구를 따라 낚시 동아리에도 들어봤지만 완전히 동화되어 화기애애해 질 수는 없었다. 때문에 우즈키는 햇살 좋은 4월의 많은 날들이 적적했으며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그 적막과 고독을 매워줄 단 하나의 빛은 야마자키 선배와 조우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야마자키 선배가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서점으로 매일처럼 출근하며 책 한권씩 샀다. 그러나 매번 다른 여학생이 계산대를 지킬 뿐 선배는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어느 날은 용기를 내어 선배의 아르바이트 시간을 물었다.

선배의 아르바이트 시간을 안 다음부터는 선배가 일하는 시간에 맞추어 서점엘 들렀다. 과연, 선배는 그 시간에 일을 하고 있었다. 진즉에 그리 할 것을. 우즈키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애써 잠재우며 아무 말도 못하고 책 한권을 사서 나왔다. ‘선배는 나를 모르고 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날 서점을 들락거린 결과 어느 날 계산을 하다말고 선배는 홋카이도의 고등학교 이름을 대면서 ‘혹시?’ 하였다. 그러면 그렇지. 우즈키는 선배가 뒤늦게 어렴풋이나마 자신의 존재를 알아준 것이 너무 기뻤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서점을 등지고 나오는데 비가 조금씩 내렸다. 선배는 손님들이 놓고 간 우산을 주려고 했으나 ‘시방’ 우즈키에게 비 같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쌩쌩 자전거 패달을 밟는데 그녀의 감정을 고조시키려는 듯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그대로 가다간 책이고 뭐고 홀딱 젖을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어느 미술관 앞에서 비를 피하다가 마침 우산을 들고 나오던 신사에게 대뜸 부탁을 하였다.
“금방 돌아 올 테니 우산 잠시만 빌려주세요.”

우즈키는 맹렬한 속도로 달려 다시 서점 앞에 섰고 선배에게 우산을 빌려가는 것이 낫겠다고 하였다. 여러 개의 우산들 속에서 선배는 그중 예뻐보이는 빨간 우산을 우즈키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그 우산은 우산살이 조금 망가져 있었다. 때문에 다른 우산을 주겠다는 선배에게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빗소리에 기대어 그녀는 용기를 내었다.

“선배, 아직도 밴드활동하나요?”
“아니. 그런데 (내가 밴드 활동 했던 거) 어떻게 알지?"
“유명했으니까요!”
“거짓말.”

우즈키는 우산 돌려주러 다시 한번 들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아까보다 더 신나게 빗줄기를 뚫고 달렸다. 사랑보다는 다른 그 무엇에 관심이 있어보이던 선배가 그녀의 마음을 읽어주고 동화되어 줄지는 의문이지만. 자고로, 지금 사랑을 시작하려는 젊은이라면 첫사랑의 상대 혹은 짝사랑의 상대는 야마자키 선배처럼 그 방면의 선수(?)가 아닌 사람을 만나기를.

짝사랑 야마자키 선배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는 했으나 우즈키의 다음 작업(?)이 성공할지 어떨지. 그러나 4월의 새순들이 점점 푸르러 무성한 초록이 되듯이 그녀의 짝사랑 또한 나름의 어떤 진전이 있을 터. 물론 그녀의 희망대로 되어지면 재미없으리라.

요즘은 첫사랑이 너무 빨라 초등시절이 그 시원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영육이 어느 정도 성숙한 이십대의 처음 사랑을 첫사랑이라 부른다면 그 대상을 잘 고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첫사랑의 방식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는 그 후 두 번째 세 번째 사랑을 함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하다. 추억은 될지언정 상처받지 않는 첫사랑을 위하여 첫사랑의 상대를 고름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4월 이야기>는 사랑을 시작하는 첫 마음의 풋풋한 자세를 잘 그려주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우즈키가 첫사랑의 상대를 아주 잘 고른(?) 것 같다. 그런 사람과 그렇게 시작한 사랑이라면 결과가 어떻게 ‘쫑’이 나든 추억은 될지언정 상처는 되지 않으리라.

지금 나름의 첫사랑에 설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사랑을 이어가기에 앞서 남의 첫사랑 <4월 이야기>를 참고해 보는 것도 다 피가 되고 살이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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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경 - 한국 가곡집 [재발매]
윤용하 외, 김덕기 (Duc-ki Kim), 홍혜경, 파리 관현악 앙상블 (Ensemble / 워너뮤직(WEA)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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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소프라노 홍혜경’의 독집음반 <홍혜경 한국 가곡집>(EMI)을 사게 되었다. 사고 보니 그것은 홍혜경의 첫 번째 한국 가곡집이었다. 홍혜경, 그녀에 관해서라면 외국을 주무대로 활발히 활동하는 소프라노의 한사람이라는 사실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기껏해야 어쩌다 라디오에서 단편적으로 그녀의 노래를 듣게 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녀의 독집을 사서 반복해서 듣다보니 쉬지 않고 외국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사가 적힌 소책자에 실린 홍혜경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보니 그녀는 일찍부터 성악에 재능을 보여 16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장학생으로 공부하였다고 한다. 일찍부터 외국에 나가 발군의 기량을 닦아 여러 오페라 좌를 섭렵한 그였지만 우리가곡에 대한 사랑 또한 남달랐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삶을 외국에서 살아온 한 예술가로서, 이 곡들은 저에게 엄청난,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이 레코딩이 제가 어릴 적 불렀던 조국의 음악을 향한 커다란 회귀선상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가곡을 듣는 것과 외국에 살면서 한국가곡을 듣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성악가로서 늘 외국노래에 파묻혀 살다가 문득 한국가곡이 불러보고 싶어지고 그리하여 한국가곡을 부르다 보면 때론 저절로 그 노래 가사들은 마디마디 그리움이 되어 맺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운 금강산> <보리밭> <그리워> <수선화> <가고파> <신 아리랑>…. 제목만으로도 짠해지는 느낌이다. 이 음반에는 홍혜경의 모국에 대한 그리움, 혹은 한국가곡에 대한 애착이 절절히 녹아있다.

목소리는 얼마나 고운지 서역 만 리 둔황 명사산의 명사십리 모래가 그리 고울까. 특히 <신 아리랑>은 클라이맥스가 좀 부족한 기존 아리랑의 단점을 아주 속 시원하게 끌어올려주어 참 좋아하던 곡이었고 그 가사를 온전히 알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이 음반을 통해 그 것을 이룰 수 있었다.

또, 나는 막연히 ‘신 아리랑’이라 해서 70, 80년대에 작곡된 곡인 줄 알았는데 작곡년도가 그보다 훨씬 전이었다. <신 아리랑>은 김동진 선생이 1942년에 양명문선생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었다.

첫 부분이 아리랑의 변주처럼 느껴지는 신 아리랑 버전이라면 후반부는 아리랑 원곡의 멜로디 그대로에다 후렴만 신 아리랑 버전이었다. 때문에 <신 아리랑>은 아리랑 본래의 느낌과 좀더 음악적으로 화려한 신 아리랑의 느낌이 공존하는 그런 노래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싸리문 여잡고 기다리는가
기러기는 달밤을 줄져간다
모란꽃 필적에 정다웁게 만난 이
흰 국화 시들 듯 시들어도 안 오네
서산엔 달도 지고 홀로 안타까운데
가슴에 얽힌 정 풀어 볼 길 없어라

아리랑 아리랑 아리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초가집 삼간을 저 산 밑에 짓고
흐르는 시내처럼 살아 볼까나.......(본래 아리랑 멜로디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신 아리랑>의 후렴부분 고음들이 너무 좋다. 이 밖에도 <고향의 노래> <그네> <그대 있음에> <사랑>등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제목만으로도 멜로디가 저절로 기억이 나는 그런 곡들로 채워져 있다. 아울러 홍혜경의 노래에서는 그만의 ‘아주’ 간절한 무엇이 느껴진다.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하는 우리가곡을 듣자면 왠지 눈물이 난다.

그리고 흐뭇한 것은 이 음반이 외국에서도 발매가 되는지, 소책자에는 가사가 우리말 외에 영어와 프랑스어로도 번안되어 있는데, 우리가곡을 영어로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을 위하여 각 곡 마다 곡 소개를 해 놓았는데 그것을 읽으며 참고할 외국인들을 생각하자니 저절로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예를 들어 <그네>의 경우 ‘한복을 곱게 입은 소녀가 바람을 가르며 그네 타는 모습을 멋지게 묘사한 노래입니다’라고. <가고파>의 경우는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곡’이며 ‘근심걱정 없던 고향의 어린 시절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고.

흔히 세계적 ‘가곡’이라하면 ‘독일가곡’이나 ‘이태리가곡’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언젠가는 ‘한국가곡’ 또한 그 못지않은 시절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발음으로 따지자면 독일어발음이나 한국어발음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요는 멜로디와 가사인데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인지도가 낮아서 그렇지 한국가곡 또한 질적인 면에서는 위 두 나라 가곡들 못지않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홍혜경의 이 첫 번째 한국가곡집이 외국에서도 널리 울려 퍼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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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 점프를 하다 - 할인판
김대승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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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지 점프를 하다> 포스터.
*
한편의 영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천장의 백열등은 켜지고 사람들은 울다가 들킨 흔적을 재빠르게 수습하며 모두들 서둘러 일어났다. 마치 조금 늦게 나가면 손해라도 보는 듯이 우수수수 비상구 쪽으로 몰려나갔다.

나는 그 출몰객들을 보며 옆자리의 조카들에게 중얼거렸다. '도대체가 상식이 있는 사람들인가 없는 사람들인가. 영화 끝나고 영화 자막 올라갈 때, 우르르 일어나는 사람들이 제일 싫더라' 그러자, 조카들은 '고모 또 시작이구나'했다.

'생각을 해봐라. 아까 영화 볼 때 중간중간 웃어넘긴 저들이 아닌가. 그리고 슬픈 대목에선 찔끔거리기도 하던데 그런 만큼 영화가 감동적이었다는 뜻이었을 텐데 기본적인 예의가 없어. 스텝들 자막이 올라가기가 무섭게 불을 켜대는 영화관 측도 문제야. 감정을 수습(?)할 시간을 주어야 할 것 아닌가베. 그리고 이 멋진 영화를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는지 처음 보는 이름 이더래도 한번 훝어 봐 줌이 예의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해. 안 그런감?'

'고럼 고럼, 고모 말이 백 번 맞수다. 그런데 모두들 그렇게 하니 군중 심리 상 자동적으로 그렇게 되 버리는 것 같애. 오늘은 고모 땜에 라스트를 장식(?)해야겠네.....' 우리들의 작은 속삭임을 귓전으로 흘리며, 공중에서 푸르른 숲과 강물 사이를 날아가는 기분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면서 그렇게 한편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는 끝나고 있었다.

'이제 나가자' 감동(?)적인 헐리웃 영화를 좋아하는 작은조카는 우리들을 재촉했다.'나가기 싫어 못 나갈 것 같아. 극장 문을 나서서 부딪히게 될 속세(?)가 싫어.' '나도 그래 흐흐흑....'
' 어휴, 언니랑 고모랑은 정말 영화 못 보겠어. 정말 주책 스러워. 빨리 일어들 나슈'

작은조카의 성화에 못 이겨 우리들은 극장 문을 나섰다. 큰조카의 눈은 벌겋게 충혈 되어 있었고, 나 또한 마음을 수습할 길 없었다. '아아, 여운이 너무 오래 갈 것 같아. 오우 노-!' 하던 큰조카는 '오늘 기분이다. 밥은 내가 쏜다! 가자! '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가까운 분식 점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인생이 늘 한편의 영화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 한편의 영화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설 때처럼 어질어질(!) 하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현실은 건조한 사막 같아. 내 인생 그 어디에도 오아시스는 없는 것 같아. 아아, 환장할 이 청춘!'

얻어먹는 죄로 우리는 큰조카의 넋두리를 계속 들어야 했다. 물론 백 프로 공감해주면서, 유쾌하게.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는 첫눈에 반한 두 연인 인우(이병헌분)와 태희(이은주분)의 슬픈 사랑에 환상적인 터치가 가미된 영화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플랫폼에서 시간은 자꾸 가는데 오기로 한 태희는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로서 그들의 현세적 사랑은 짧게 끝난다.

제대하고 졸업하고 국어선생이 된 인우는 담임을 맡은 그의 반에서 '태희의 언어'로 말하고 '태희의 몸짓'으로 행동하는 현빈(여현수분)을 만나게 된다.

죽은 태희의 영혼이 살아 돌아 온 듯한 착각 속에서 자꾸만 현빈에게 빠져드는 인우를 두고 학교에서는 동성애자라고 소문이 자자하고, 결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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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차이콥스키 : 바이올린 협주곡 - DG Originals
차이콥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작곡, 아바도 (Claudio / DG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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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저녁을 먹고 나서 한없이 한가해진 마음으로 시골 언니가 보내준 취나물을 삶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차이콥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가 예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으로 귓전을 때립니다. 차이콥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는 제가 클라식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음악이지요.

정식명칭은 (차이콥스키의) '현악사중주 제 1번의 제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인데 흔히들 곡목 소개하시는 분들이 처음 부분을 빼먹고 차이콥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천천히 노래하듯이)로 바로(?) 가버리더군요.

그 덕에 저는 차이콥스키의 현악사중주 제1번의 제 2악장에 숨어있는 안단테 칸타빌레를 찾느라고 혼이 났습니다. 아니 덕분에 클라식과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차이콥스키의 유명한 곡들은 두루(?) 알게 되었고 차이콥스키의 우울한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안단테 칸타빌레'를 찾기 위해서 저는 나름대로 꾀를 낸다고 낸 것이 테잎이나 LP판 겉면에 쓰여있는 제목과 악장소개 난에서 연주지시어 안단테 칸타빌레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일 먼저 찾은 것이 (차이콥스키의)교향곡 5번이었습니다. 교향곡 5번을 보니 제 2악장의 연주 지시어가 안단테 칸타빌레이더군요.

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서둘러 돈을 지불하고 집에 와서 들어보았지요. 그러나, 아무리 들어도 제가 뿅(?)간 안단테 칸타빌레의 부분이 나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게 아닌가 보다 하고 다음으로 사게 된 것이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는데 역시 제가 찾는 안단테 칸타빌레의 부분이 없더군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시중에 나와 있는 차이콥스키의 테잎이나 판을 다 사게 되면 결국은 발견하겠지' 하며 돈 생길 때마다 차이콥스키의 곡을 샀습니다. 그러다가, '위대한 예술가(친구이자 스승, 피아니스트인 루빈스타인)를 추억하며'라는 부제가 붙은 피아노 삼중주를 사고는 첫 느낌에도 안단테 칸타빌레 보다 더 좋아서 굳이 안단테 칸타빌레를 찾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후로 가장 나중에 발견하고 산 것이 현악사중주 제1번이었는데 그곳의 제 2악장에 제가 찾던 안단테 칸타빌레가 있더군요. 차이콥스키의 (현악사중주 제 1번의 제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는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극찬으로도 유명하지요.

(저도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생전의 톨스토이가 피아노 친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음악에 일가견 있던 톨스토이가 차이콥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를 듣고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하면서 찬탄을 금치 못했다고 하더군요. 아니, 안단테 칸타빌레를 듣고 '음악이라는 예술이 이런 거구나' 했다던가요?

신록과 클라식 음악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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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
김기덕 감독, 이지은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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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하면 예의 그 푹 눌러선 모자와 잠바 그리고 십년은 젊어 보이는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별로 돈을 들이지 않고 짧은 시일에 영화를 완성한다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가 국외로 나가서 상을 몇 개 타오고 어쩌고 해도 나는 좀처럼 그의 영화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가 만든 영화는 학창시절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외우듯이 제목만은 나도 모르게 외웠다.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젠 더 이상 시험 칠 일도 없는데, 다른 감독들의 작품은 두 개 정도만 연결시켜 기억함에 비해 김기덕 감독의 경우는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

<악어> <섬> <수취인 불명> <나쁜 남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마리아> <빈집> <해안선> 등이 내가 기억하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다. 이중 본 영화는 <섬> 하나뿐이다. 그것도 다가 아닌 후반부 얼마쯤 말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섬>이란 작품은 풍경이 참 곱고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일련의 행위는 기이하였다.

어쩌면 ‘신비로움’과 ‘기이함’ 그로 인해 그의 다른 작품들의 제목들도 기억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을 나도 모르게 기억하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한꺼번에 몽땅 빌려서 3박 4일 보아야지 하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주 TV에서 우연히 내가 미처 기억하지 못한 그의 영화를 한편 보게 되었다. 제목은 <파란대문>이었다.

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 마을의 파란대문 속의 ‘새장 여인숙’에서 진아(이지은분)는 여인숙 아가씨로 몸을 팔며 살아간다. 혜미(이혜은분)와 현우(안재모분)는 새장 여인숙 부부의 아들과 딸이다.

진아는 손님이 없는 낮에는 주로 그림을 그리며 지루함을 달래곤 했는데 담벼락에 벽화를 그릴만큼 그림에 일가견이 있던 주인아저씨(장항선분), 마침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진아를 욕보인다.

주인집 아들 현우 또한, 누드모델이 되어달라고 떼를 써서 허락을 받은 후 나름대로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는 진아에게 사정한다. “누나 한 번만, 우리 반에 나만 빼고 다 해봤단 말이야.” 마음씨 착한 진아는 학생이 그러면 안 된다고 거절하다가 딱 한 번을 약속 받은 후 허락한다.

자칭 진아의 기둥서방인 험상 굳은 사나이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와서 돈을 뜯어갔고, 저녁마다 멀쩡한 양복을 입은 사나이들이 ‘방 있어요? 아가씨 있어요?’하며 진아를 찾아온다.

진아와 같은 또래인 혜미는 자기네 집이 아가씨가 있는 여인숙을 한다는 것에 지독한 콤플렉스를 느끼는 대학생이다. 그녀는 매일 아침, 수돗간에서 세수와 양치를 하면서 진아에게 갖은 모욕을 준다. 그러나 진아는 그 모든 모욕을 다 받아내면서 꿋꿋하게 혜미에게 다가가려 노력한다.

아무튼 이 영화는 지루하지 않고 이야기의 전개가 세련되고 재미있었다. ‘재미있었다’라고 말하려니 진아에게 미안하지만 어쨌거나 이 영화는 관객인 나의 뻔한 생각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아서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가슴 짠했던 것은 매춘 단속에 걸려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을 때 한심한 자신의 신세에 울음을 삼키는 진아에게 주인아저씨 왈,
“울지 마라. 니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식구 다 먹고 산다.”

영화의 후반 진아는, 혜미의 동생 현우가 찍은 누드사진이 사기를 당하여 에로잡지에 실리면서 이를 본 기둥서방의 행패와 고교생을 농락했다는 혜미 엄마의 원망에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은 혜미의 도움으로 미수에 그치고 그 과정에서 혜미는 진아를 이해하게 되고 친구가 된다.

때문에 더 이상 매일아침 세수를 하면서 싸우지 않아도 되었으나 그렇게 행복하게 끝나는 것은 좀 아쉬웠다. 그러면 진아는 계속 그렇게 몸을 팔라는 말인가. 혜미는 진아가 몸을 판 돈으로 살아가고 또 공부를 하라는 말인가.

진아가 매춘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설정이 조금 아쉬웠다. 현실이 그러하다면 영화는 좀 이상을 꿈꾸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진아가 너무 불쌍해서.

영화 <파란 대문>은 따스한 영화다. 나는 김기덕이 이렇게 따뜻한 남자인 줄 몰랐다. ‘나쁜 남자’ 인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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