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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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브로크백 마운틴'을 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읽어보는 소설이었습니다. 그것도 외국소설이었습니다.

한때 소설을 즐겨 읽던 젊은 시절,좋은 문장 혹은 매력적인 표현을

줄쳐가며 읽은 적도 있었지만 어느순간 소설과 작별을 하였더랬습니다.

 

그러다 실로 이 얼마만인지. 우선 '브로크백 마운틴'부분을 연거푸 두번 줄쳐가며 읽었습니다.^^

문자가 주는 맛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것을 새삼 느끼게 된 순간 이었습니다.

 

이미 영화를 먼저보아서 그런지 책 내용의 토시하나, 쉼표하나까지 의미롭게 다가왔습니다만

이책을 영화없이 읽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이 안갑니다.

아마 이토록 진한 느낌으로는 다가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읽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저자 소개에 보니 '에니프루'이분은 영화 '쉬핑뉴스' 의 원작자이기도 하더군요.

쉬핑뉴스는 케빈 스페이시가 신문사 윤전공으로 어리버리하게 살다가

얼떨결에 막가파여자와 결혼했다가 딸하나와 함께 버림받고서 고향으로 돌아가

역시 얼떨결에 바닷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쓰는 기자가 되어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고 자신의 뿌리에 숨겨진 비밀도 찾아내고  뭐 그런내용인데

 

여운이 좋은 영화였습니다.

 

아무튼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책은 어떻게 표현 하였나, 인용해 보겠습니다.

 

4년만에 잭이 엽서를 보내고 에니스를 찾아와서 상봉하며 둘은 뜨거운 포옹과 키스를 나누는데...

 

<...에니스는 잭이 몇 시에 올지 몰라 아예 하루 휴가를 내고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먼지로 뿌옇게 된 거리를 내다 봤다........천둥이 으르렁 대던 늦은 오후, 예전과 다름없는 낡은 녹색 픽업이 굴러왔다...

 

뜨거운 동요가 일어 에니스는 등 뒤로 문을 당겨 닫으며 계단으로 나갔다. 잭은 계단을 두칸씩 두번 올라섰다. 두사람은 어깨를 움켜 잡았다. 서로의 숨을 쥐어짰다. 힘껏 껴안으며 개자식, 개자식, 읆조렸다. 꼭 맞는 열쇠가 자물쇠를 풀듯 쉽게, 그것도 세게, 둘의 입이 하나로 맞닿았다....

 

알마가 비틀린 에니스의 어깨를 잠시 바라보다가 문을 닫았다.....그래도 두 사람은 꽉 부둥켜안고 있었다. 가슴과 사타구니와 허벅지와 다리를 맞붙이고 서로의 발끝을 밟은 채 숨이 막혀서야 비로소 몸을 뗐다. 그리고 애정표현을 좋아하지 않는 에니스가 자기 말과 딸들에게나 하던 말을 했다. 내사랑.> 

 

음, 쬐끔 낯 간지럽기도 하군요.ㅋㅋ

 

브로크백 산에서 내려와 서로 해어져 각자의 길을 갈때 에니스는 무슨 창고 건물 같은 데서 헛구역질을 했는데, 그때의 심정에 대한 에니스의 고백은 이렇군요.

 

<그해 여름, 우리가 돈을 받고 헤어질때 복통이 너무 심해서 길옆으로 가 토하려고 했어.

뒤부아에서 먹은 게 잘 못된 줄 알았거든. 일년 뒤에야 깨달았지. 널 볼수 없게 됐기 때문이었다는 걸. 그걸 알았을때는 한참, 아주 한참 지난 뒤였어. 너무 늦어 버린거지.>

 

에니스가 잭의 부모님 집에 가서 피묻은 셔츠를 발견하는 장면은,

 

<셔츠가 어쩐지 묵직했다.그때 에니스는 잭의 셔츠 안에 셔츠가 하나 더 있음을 알았다. 잭의 소매 안에 조심스레 끼워져 있던 또 다른 소매는 에니스의 체크무늬 셔츠였다.

 

오래전에 빌어먹을 어느세탁소에서 잃어버렸겠거니 생각했던. 주머니는 뜯겨 나가고 단추는 떨어진 더러운 셔츠. 잭의 셔츠와 그가 몰래 가져가 여기 그 셔츠안에 숨겨둔 에니스의 셔츠가 두겹의 피부처럼 한쌍으로, 한 셔츠가 다른 셔츠에 안긴 채 둘이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옷에 얼굴을 누르고 입과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연기와 산 깨꽃과 잭의 땀 냄새를 기대했으나, 잔존하는 냄새는 더이상 없었다. 남은 것은 오로지 그 기억, 이제 손에 들고 있는것 말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마음속의 브로크백 산뿐이었다.> 

 

구스타프 산타올라야 음악 감독이 잭의 노래로 인용한 부분은 아마  다음대목에서

힌트를 얻은듯,

영화에서 에니스가 잭에게 멕시코의 게이바같은데 다시한번 더 가면 쥑이뿔 끼이다,라고 말하는장면이 있는데 그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고..

 

<이십년 동안 우리가 같이 있었던 게 몇번이나 되나 한번 세어봐. 니가 나한테 매 놓은 그 빌어먹을 짧은 끈을 재보고, 그런 다음에 멕시코에 대해서 물어봐, 그러고 나서 말해, 날 죽이겠다고.

 

내가 그 짓을 절실히 원했다는 이유로, 그런데 그 짓을 거의 할수 없었다는 이유로 날 죽이겠다고 말이야. 그게 얼마나 끔찍한지 넌 개뿔도 몰라. 난 니가 아냐, 일년에 한번 두번, 산위에서 두번하는 걸론 살수 없어, 에니스, 이 개자식아, 넌 나한테 너무 버거워, 널 끊을 방법을 알면 좋겠어.>

 

.....

 

책도 보고,영화도 보고,음악도 듣고....브로크백 마운틴에 대한 저의 사랑이 이쯤되면

부족하지는 않겠지 싶었는데 저의 권유로 브로크백을 보게된 친구가 저는 비교도 안될

사람의 얘기를 하나 전해 주었습니다.^^

 

즉, 친구는 씨네큐브에서 브로크백의 마지막 상영을 보고 그 다음날 아직도 그 여운이 꺼지지 않는 흥분된 상태에서 어떤 분을 만나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셨는지 하면서 말을 꺼내니

 

그분 왈,

 

" 친구중 한명은 그 영화가 너무 좋은 나머지 극장에서 무려 여섯번이나 봤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좋은 영화였어요?"

 

"물론 입니다! 저도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였어요."

 

저는 한번더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극장간판 내려가고서야 하고서 땅을 쳤는데 여섯번씩이나 보았다니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분이 부럽더군요.^^ 해서 다음부터는 만약 브로크백 처럼좋은 영화가 있으면 보고난 다음 바로 표끊어서 다시 봐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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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6-05-02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정말....마음 깊이 남아 있는 영화랍니다. 에니스에게 감정 이입이 되서 힘들었어요.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폭설 2006-05-03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브로크백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공간을 떠나 다 친구가 될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디브디는 왜 이렇게 안 나오죠? 기다림에 지쳐 목이 기린 처럼 길어지겠어요.ㅋㅋ..
 
남아있는 나날들 - [할인행사]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안소니 홉킨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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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비디오를 보다보니 '안소니 홉킨스'를 많이 만나게 되었다. 구미인 답지 않게 좀 작았으며, 오동통해서 가뜩이나 작은 키가 더 작아 보였다. 시선을 끄는 타고난 외모는 아니었으나, 그의 영화를 거듭 볼수록 그의 진한 매력에 빠져 들었다.

자신만만함과 야무져 보이는 인상만큼이나 그의 영화들은 조리 있었고 엉성하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그의 '영화인생' 전반에 걸친 영화를 다 보고 싶지만 우리 동네 비디오 가게 사정상 그럴 수 없음이 아쉽다.

다음은 <양들의 침묵>에서 맨 처음 그를 인상적으로 보고 난 다음 그의 영화들을 좇다가 발견한 세 편의 잔잔하면서도 좋은 영화들이다.

<휴먼 스테인>(The Human Stain, 2003)

<휴먼 스테인>에서 안소니 홉킨스는 메사추세스 아티나 대학의 고전문학교수 '콜만 실크' 역으로 아무도 모르는 과거를 가진 남자로 나온다. 그와 아픔을 함께 나누는 '퍼니아(니콜키드먼 분)' 또한 파란 만장한 과거를 가진 여자로서 둘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역할을 하다 자살에 이르게 된다.

콜린실크 교수는 성공한 대학교수였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흑인이고 유대인이라는 것을 평생 숨기고 살았다. 그는 자신의 강의에 나오지 않는 학생을 향해 '스푸크'라고 하였는데, '유령'과 '깜둥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던 이 단어를 대학 당국과 학생들은 '깜둥이'로 해석하고 그를 물러나게 하였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도 깜둥이인데 어찌 자신이 '깜둥이'란 뜻으로 '스푸크'라고 했겠느냐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도 있었으나 침묵하였다. 때문에 그는 대학에서 쫓겨났고 그 충격으로 그의 부인은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실은 부인에게도 평생 자신의 몸에 흑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숨기고 살아왔었다.

자신의 피부색은 다행히 백인의 형상이라 백인 행세를 할 수 있었지만 혹 자신의 아이가 흑인으로 나오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평생 아이도 단념하고 살았다. 이러한 그를 두고 그의 어머니는 '몸의 자유를 얻고자 평생 마음의 감옥에 갇혔다'며 안타까워하였다.

콤플렉스란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본인의 입장에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을 벗을 수 없는 멍에이기도 하다. 더구나 콜린 교수의 경우는 시대적 배경상 단순한 콤플렉스를 떠나 사회적 불이익 혹은 이루고자 하는 꿈의 장애가 될 수도 있었기에 숨길 수밖에 없었는데 안소니 홉킨스는 한(恨)이 가득한 콜린실크 역을 찡하게 소화해 주었다.

<하트 인 아틀란티스>(Hearts In Atlantis, 2001)

이 영화의 시작은 어른이 된 사진작가 바비 가필드(데이빗 모스 분)가 유년의 친구 셜리의 부음을 접하고 잊었던 고향을 찾아 추억을 반추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고향은 어제처럼 그를 11살 유년의 추억 속으로 안내해 주었다.

심령술을 가진 '테드 브로티건(안소니 홉킨스 분)'은 그의 초능력을 이용하려는 FBI를 피해 아주 단출한 가방 하나만 들고 '바비 가필드'의 2층에 세 들어 살게 되었다. 바비 가필드는 아버지가 돌아간 후 생계 유지로 힘들어 하는 엄마와 함께 외로운 삶을 살고 있었는데, 테드 할아버지의 출현은 그의 마음에 안정과 추억을 주었다.

바비는 동네친구 '셜리'와 '케롤' 그리고 테드 할아버지와 함께 멋진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가 바비의 엄마가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실의에 빠져 돌아온 후 모든 것이 어긋나 버렸다. 바비 엄마는 동네의 불량소년으로부터 케롤을 구해준 테드를 오히려 성폭행자로 경찰에 신고해버려 그는 바비의 집을 떠나야 했다.

가뜩이나 FBI가 자신을 찾는 전단을 뿌려 불안한 가운데 바비 엄마의 신고는 테드에게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바비의 집을 떠나게 된 테드는 복권 당첨금을 바비에게 찾아오라 부탁하였고, 바비는 자신에게 마음의 위안을 준 테드 할아버지를 위해 어린아이 답지 않게 비장하게 임무 수행을 했지만 테드는 잡히고 말았다.

이 영화에서 안소니 홉킨스는 남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보편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된 자의 덧없음을 잘 표현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어린 바비에게 아버지와 같은 자상함을 주어 그가 상처를 딛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신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할아버지 역으로서도 훌륭하였다.

<남아있는 나날>(Remains of The Day, 1993)

<남아있는 나날>에서 안소니 홉킨스는 집사 일에 최선을 다하느라 사랑마저 포기하는 완벽주의 집사 '스티븐스'역을 맡았다. 그는 하녀장인 '샐리 켄튼(엠마톰슨 분)'에게 호감을 가졌으면서도 사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오로지 사무적으로만 대하였다. 이에 샐리 켄튼은 더 이상 그에게서 희망을 못 느끼고 '벤'이라는 남자와 결혼하면서 하녀장일을 그만두었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스티븐스는 자신이 모시던 달링턴 경(제임스 폭스 분)의 정치적 실패 후 저택의 새 임자가 된 잭 루이스 백작(크리스토퍼 리브 분)에게 하녀장을 구하러 간다는 명목으로 휴가를 받아 20년만의 외출을 하였다.

그런데 가는 곳 마다 자신이 모셨던 달링턴 경을 헐뜯는 것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그 집의 집사였음을 부인했으나 나중에는 시인을 하였는데, 사람들이 경의 정치적 행위의 실패를 그 인격의 결함으로 까지 몰고감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켄튼을 만나 다시 돌아와 달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로부터 자신의 딸아이가 임신을 해서 못 간다는 거절의 말을 들었다. 이제야말로 켄튼에게 고백을 해야지 맹세하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스티븐스는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을 꺼내지 못하고 내리는 빗속에 '그리움'을 떠나보내야 했다. 매정하게 말했지만 켄튼 또한 미련이 남았고 그 어쩔 수 없는 미련은 비가 되어 스티븐스의 마음을 적셨는지도 모르겠다.

둘은 시종 '당신을 좋아 했네' 한 마디 하지 않았지만 내리는 빗줄기는 그들을 대신해 그것을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었다. 안소니 홉킨스는 이 영화에서 20년 응어리 진 그리움과 뒤늦게 꿔 본 꿈이 어긋나는 아픔을 돌덩이를 하나 가슴에 얹은 듯 절절하게 연기해 주었다.

마무리…

비디오 말고 극장에서 안소니 홉킨스를 본 것은 옛날 <가을의 전설>에서 처음 본 셈인데 그때는 그 아들 '삼형제'의 아버지가 안소니 홉킨스인줄 몰랐기에(?) 못 본 거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지금 나는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 노배우를 극장에서 처음 만나게 될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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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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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외롭구나>
ⓒ 예담
완연한 봄이 되니 다들 난리다. 봄에는 나뭇가지에만 꽃이 피는 것이 아니다. 흙속에서만 새싹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들 난리다. 다들 팔뚝에 매화꽃 한 송이라도 피워 올리려는지 아프다고 난리다.

한 젊은 친구는 봄이 되니 뜬금없이 잊었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생각이 나서 못살겠다 하고, 새로이 직업전선에 나서게 된 친구는 업무가 너무 어려워 못살겠다 하고, 비혼의 선배 언니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봄날의 따스함이 너무 좋아서 환장을 하겠다 한다.

작은 언니는 봄이 되자 지난 겨울보다 더 열심히 매주 회비 만 원으로 족한 산악회에 소속되어 이산 저산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고, 노는 것이 가장 어려운 올케 언니는 죽어라 일 밖에 모른다. 봄맞이 사정은 다 달라도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들 '외롭다'는 것이다.

작은 언니가 산을 오르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산이 좋아서지만 속을 타보면 외로워서이다. 젊은 친구는 뜬금없이 옛사랑이 떠올라 못살겠다 하지만 사실은 외로워서 저 먼저 그 사랑을 떠올린 것이다.

김형태. 내게 있어 그의 가장 익숙한 수식은 '황신혜 밴드'이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황신혜 밴드의 이름은 들었어도 그들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또, 그들이 어떤 노래,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완전히 깜깜이다. 그럼에도 저자에겐 미안하나, 구체적으로 알고 싶지 않다.

<너, 외롭구나>의 김형태 이 분은 '너, 외롭구나', 이 한 문장의 의미를 곱씹음으로서만 '우선' 만나고 싶다. 그의 다른 이력에 대해서는 차후에 알고 싶다.

그가 가라사대,

인간은 누구나 외롭습니다. 우주 한 귀퉁이에 덩그러니 던져진 조그만 별, 지구위에 살고 있는 인간은 참으로 외로운 존재입니다. 인구가 점점 많아져서 사람들은 점점 더 다양해지는데, 나와 주파수가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점점 더 희박해집니다.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거대해질수록 개인주의는 더욱 강조되어 동류의식을 찾기란 더욱 어렸습니다.

외로워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전화를 개설하고, 펜팔을 하고, 미팅을 하고,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도시를 건설하고, 나라와 민족을 강조하고, 전쟁을 하고, 조약을 맺고, 유엔에 가입하고,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더 빠른 자동차를 갖고 싶어 합니다. 외로워서 언어와 문자를 만들었습니다. 외로워서 이토록 복잡하고 거대한 문명사회를 건설하고야 만 것입니다. 그러나 외로움은 결코 해갈되지 않습니다.

외로움은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입니다. 외로움은 청춘의 쓰디쓴 자양분입니다. 알 껍질 속에서 날개가 혼자 자라듯이. 이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내 작은 방 안에서의 가슴 끓는 청춘의 외로움은 비상하는 날개가 돋으려는 아픔입니다. 그러므로 꿈이 있는 젊은이라면 기꺼이 외로워야 합니다..........외로움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은 창조적이며,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사람입니다. 외로움이란 ‘나와 세계의 관계에 대해서 혼자 깊이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은 나를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이며 세상을 알고자 하는 갈증이며, 나와 타인과 세상을 조화롭게 연계시키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외로울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효율적인 계획을 세우십시오. 외로움을 어떻게 경영했느냐가 당신의 경쟁력입니다. 청춘의 외로움의 에너지를 어떻게 운영했느냐에 따라서, 당신은 우아하고 능력 있고 매력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둡고 재미없고 시시껄렁한 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외로울 때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깊이 생각하십시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십시오.............나의 외로움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외로움을 위로하고세상의 외로움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그가 던져준 외로움의 운용에 대한 명제는 비단 청춘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어디선가 그가 젊은 벗들에게 대단한 카운슬링을 한다기에 가수가 어인?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해가 갔다.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

그는 수많은 이 땅의 청춘들이 외로움을 핑계 대며 엉뚱한 곳들에 습관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하였다. '지발' 왜 외로운가. 제대로 정체를 확인하고 그 외로움에 바르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는 위의 명문은 마음 같아서는 복사해서 그 누구에라도 쫙 돌리고 싶다.

'정토회' 법륜 스님의 '결혼 주례사'를 결혼할 남녀들이라면 꼭 한 번 찾아서 읽기를 권하고 싶은데 위 김형태의 외로움에 대한 고찰 또한 나이를 불문하고 다들 한번씩 읽게 되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에는 '외로움'에 대한 처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에 대한 명쾌한 답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한 그의 가라사대를 보라.

....여행을 떠나라, 지리산도 좋고, 프랑스도 좋고, 소말리아도 좋다. 미술관도 좋고 , 소극장도 좋다. 어디를 가든 처음 만나는 또 다른 자신을 만나리라. 몸은 그렇게 땅을 여행하고 정신은 예술세계를 여행하게 하라. 불완전한 자아를 스스로 통제하고 안정적인 균형감각으로 사회적 질서에 우아한 템포로 맞추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자율적인 힘은 예술적 정서가 깊이 배어 있어야만 가능하다.....학교에서 미술시간, 음악 시간을 없애버리는 이 야만적이고 치졸하고 무식한 나라 안에서 우리는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서 붓을 꺾으면 안 된다. 거듭 말하거니와 예술에 대한 결사의지만이 이 총체적 난국의 대한민국에서 이 민족을 구원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예술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백 번 공감한다. 우리 교육도 예술성을 확보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실지는 그렇지 못하다. 획일화된 얄팍한 지식만이, 점수만이 살아 있다. 마음에 예술이 숨쉬고 있어야 저도 모르게 너그러워지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무언가에 대한 열정이 생기고, 하다 못해 다 먹은 자장면 그릇 하나를 내놓더라도 타인을 배려할 여유가 생길 것이다.

아무튼, 이 봄날에 대책 없이 외롭거나, 혹은, 갈등과 무기력, 방황 속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의 언설에 귀기울여 보길 권하고 싶다.
법륜 스님의 주례사는 상투적인 주례사가 아닌 감동과 교훈과 유머가 있는 주례사로 인터넷 검색에서 가볍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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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 - 아름다운 문화 속의 매력적인 삶
이희수 지음 / 일빛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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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엷은 보라색 라벤더 꽃이 만발한 넓은 평원이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바다색을 말하는 '울트라 마린'과 남프랑스의 어떤 휴양지 혹은, 이탈리아 반도가 떠오른다.

이렇듯 막연히 프랑스 남쪽 혹은 이탈리아가 끼고 있는 바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지중해를 <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일빛)을 통해 눈비비고 다시 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지중해의 가장자리는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스페인이 감싸고 있었다.

저자는 이 지중해를 둘러싼 나라들을 하나하나 답사하여 그 각각의 아름다움을 청명한 사진과 함께 들려주고 보여주고 있다. 몇 줄 역사 지식으로 '지중해 문화의 찬란함'을 외웠던 것이 전부인 내게 그가 전해주는 지중해의 아름다움은 그 바다 빛깔만큼이나 신선했다.

저자는 먼저 터키를 언급했다. 터키는 대리석이 많이 나는 나라라서 거의 모든 유적들이 대리석으로 지어졌다고 하였는데 과연 그 위용이 대단하였다. '신전'과 '원형극장'들은 그리스나 로마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터키에도 존재했으며 재질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그 모습들이 깔끔하고도 장엄했다.

터키 지도를 가만히 보니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은 '지중해와 흑해가 만나는 지점이자 이스탄불과 터키 본토가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이희수 교수는 '북아프리카나 로마에서 실려 온 물품을 동방 상인들에게 건네는' 역할을 맡았던 이 지역의 빼어난 경관과 역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84번씩이나 방문하였다고. 아닌게아니라 사진에 실린 보스포러스의 경관을 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거지만 튤립의 고향 또한 터키라고 한다. 튤립하면 당연히 네덜란드가 떠오르는데 사실은 '랄레'라고 불리는 튤립은 '오스만 제국 초기부터 왕실의 상징이었고 터키를 대표하는 꽃'이라고 한다.

'튤립이 유럽에 소개된 것은 16세기 이스탄불에 주재하던 오스트리아 대사 오기에르 뷔스베크가 그 종자를 몰래 오스트리아 궁정으로 갖고 가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찌된 게 터키가 유럽에서 튤립을 수입하는 주요국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한다.

한편, 이탈리아 피렌체의 '꽃의 성모 교회'라는 뜻의 '산타 마리아 델 피요레 두오모'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책으로 그 전체 위용을 보니 대단했다. 이 두오모에서 '신곡'의 작가 단테도 세례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 두오모 뿐만 아니라 피렌체는 도시 전체의 지붕이 붉은색이어서 화려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135개의 뾰족 첨탑이 있는 밀라노의 두오모'는 저자의 말대로 '하얀 대리석의 맑고 깨끗한 기개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인간의 역사는 따지고 보면 '건축의 역사'라고도 하던데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은 14세기 건축의 형태는 물론 거기에 담긴 종교적 분위기가 당시 역사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는 듯했다.

기타음악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기억된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은 이슬람의 역사와 영혼이 담긴 궁전이었다. 이슬람 '나스르 왕조'의 궁전이었던 알함브라는 이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보아 브딜'이 백성의 안전을 조건으로 '금화 3만 냥'과 함께 가톨릭 스페인에 바쳤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약속은 유기되고 그라나다의 주민들은 무참하게 학살당하고 추방당했다고 한다.

15세기의 어느 아랍시인은 그라나다와 알함브라를 일컫기를 '그라나다라는 에메랄드에 알함브라라는 빛나는 오리엔트 산 진주가 박혀있는 인류 최고의 보석'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알함브라를 차지한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은 알함브라에 푹 빠진 나머지 '내 생애보다 더 귀한 궁전'이라며 이슬람 모스크를 헐어 가톨릭 성당을 짓는 것 외에는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려 애썼다고 한다.

레바논은 그 옛날 페니키아 해상제국의 영화가 서린 곳이었으며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잠언시의 시인 '칼릴 지브란'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는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하면서까지 나라를 지키려 했던 콧대 높은 클레오파트라의 본향이면서 알렉산더 대왕이 세웠던 수많은 알렉산드리아의 출발점이자 구심점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튀니지, 리비아, 모로코 쪽 지중해 문명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있다. 저자의 사진술이 뛰어난 건지 풍경이 좋아서인지 (아니 둘 다였으리라)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중해 문화의 화려함과 다양함을 에누리없이 설명해 주고 있다.

그는 '지중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고 했는데 왜 아니랴. 이 책을 읽고 나서 지중해를 생각하며 눈을 감으니 그 짙푸른 바다 빛과 함께 지중해의 여러 나라가 한 바퀴 빙 돌며 파노라마가 되어 흘렀으며 그대로 그리움이 되었다. (후유, 나는 언제 지중해를 한번 가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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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를 차버려라
서은규 지음 / 예문당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내 젊은 날의 많은 시간 중, 나는 물론이고 내 주변 사람 중 소위 공식적으로 '연애'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어쩌다 한사람 '연애 중'이라는 친구를 만나면 부럽다기보다 자유를 차압당한 듯해 보여 홀가분한 나 자신에 새삼 만족하곤 했다.

다들 운명의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땅을 치긴 했어도 나름대로 희망은 있었다. 때 되면 나타나겠지. 내가 내 길을 열심히 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길과 내 길은 만나게 되어 우린 강물이 되어 흐르리라. 물론 지나고 보니 그 꿈은 말짱 '황'이었고 운명의 그 사람을 만나는데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튼 얼추 불혹인 우리 때는 그러했으나 요즘은 사뭇 다른 듯했다. 젊은 후배 하나는 연인이 없는 것을 한때 몹시 쓸쓸해 했다.

"연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네 삶의 굳건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아? 공식적인 연인이 없다 해도 짝사랑 상대를 여럿 두고 저울질해 보는 것도 재밌잖아."
"내 친구 다섯 중 나만 애인이 없는디?"
"물론 그렇다면 좀 울적해 질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연애 하나도 부러워할 것 없다. 그녀들은 나름대로 연애란 것을 하면서 남성을 탐구한다 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남자에 대한 탐구일 뿐이고, 연애가 길어지다 보면 탐구는 고사하고 길들여질 뿐이야. 한 남자에 길들여 지다니 세상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남자가 있는데."

"위로가 될 듯도 하지만 노인네들은 역시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몰라. '화이트 데이' 때 사탕 한 바구니 못 받고 지나치는 그 기분을 어찌 알겠어."
"물론 그 기분 모를 수도 있다만 한 남자를 알기 전에 어떤 종류의 남자들이 산재하는지 탐구해 보는 것이 우선 아닐까. 그런 다음 그 중 내 타입은 어떤 남자인가를 알아야 결정적인 순간에 낚시를 하지.(웃음)"

남자? 곳곳이 지뢰밭

젊은 날의 나는 실질적인 연애 대신 연애소설을 많이 읽었으며 그 단계가 지나자 소위 정신과 의사들이 쓴 남녀의 심리에 관한 책들을 눈에 띄는 대로 읽었다. <남자를 알아야 사랑이 자유롭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여자는 모른다>. 정말 우리 여자들은 남자를 너무 몰라. 남자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책들은 예나 지금이나 풍족하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아무튼 남녀의 심리를 엿보는 과정에서 내가 느낀 것은 '연애'는 빛 좋은 개살구란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연애에 전부를 걸고 허덕이다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러한 결론도 과히 좋은 것은 아니었으나 짝사랑도 벅찬 사람들에겐 나름대로 위로가 되기도.

서은규씨의 <그 남자를 차 버려라>(예문당)는 내가 그동안 봐왔던 연애지침서 혹은 남녀 심리를 다룬 책들 중 가장 '솔직'하고도 '직설적'이며 '설득력' 있는 책이었다. 사례에 나온 여성들과 비슷한 연령 때 혹은 선배라 할 수 있는 저자기에 마치 친한 친구나 언니가 충고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는 말 그대로 '차 버려야 할 남자들'의 목록이 풍부한 사례들과 함께 빽빽하게 들어있다.

군대 간 남자: 지극하게 기다리면 제대한 그가 날 차고, 내가 차버리면 군 생활 내내 그가 운다. 왜 그럴까? 그러니 어떡해야 할까.

돈 안 쓰는 남자: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장 생활하는 여자친구에게 빈대 붙어서 뜯어 먹을 대로 뜯어 먹으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다. 이런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뜯겨야 하나. 저도 졸업하고 취직하면 보답해 주겠지? 천만에.

잠수 타는 남자: 너 없이는 못산다며 졸졸 따라다니던 남자가 있어, '그래 좋다, 사귀자' 허락하면 얼마 안 가 시들시들 이 핑계 저 핑계 대다가 결국 연락 두절? 아니 저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내 마음 다 흔들어 놓고 이제 와서 어쩌란 말인지.

이 책에 의하면 이런 남자들,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상대방 여자들은 이유를 모른 채 인내하며 기다리거나 눈물로 하 세월을 보내는데 저자는 그럴 필요 없는 이유를 직설적으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해준다.

그런가 하면 절대 만남을 지속해서는 안 될 악질적인 남자들도 있었으니.

성실하지 못한 남자: 옛날 남자들에게 있어 구제불능 중독이라 하면 흔히 술과 도박이 주였으나 요즘은 그것 못지않게 '게임중독'도 한 몫을 하는 듯하다. 게임중독 자녀를 두었을 경우 전문가들은 우선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해보며 대화를 하면서 차차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애인일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위의 방법으로 접근해볼 필요는 있겠으나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데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다고 이 책은 말한다. 물론, 술 도박은 말할 필요도 없이 아웃이다.

폭력적인 남자: '모든 것을 떠나서, 두 번째 폭력에는 이별을 고하라.' 폭력적인 남자에 대한 서은규씨의 주문이다. 연인 사이에 폭력이라니. 나로선 금시초문이다. 게다가 분명 상습적 폭력임에도 폭력 후 손이 발이 되게 빌고 다정이 넘치는 것에 속아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여성들이 많다니 놀랄 노자로다.

약자를 향한 폭력은 '재발'하기 쉽고 그 정도가 '가중'되기 쉬우므로 성질난다고 '탁자를 세차게 내리치거나 팔목을 확 잡아당기는' 남자를 연인으로 두고 있는 여성이 있다면 그의 거친 모습에 빠져들지 말고 싹수가 노란 것임을 알아차려야 하리라.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차버려야 할 남자들을 굴비처럼 엮어놓았다. 무뚝뚝한 남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무심한 남자', 효자라 착각하기 쉬운 '마마보이', 전 애인과 연락하는 남자, 성적으로 문제 있는 남자, 지극한 사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의처증' 등 사랑의 길에는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그렇다고 아니 갈 수도 없고. 요는 극단적인 지뢰밭만 피하면 단점이 있더라도 서로의 장점으로 감싸면 행복해 질 수 있을 터. 저자가 연애에 빠진 여성들이 지뢰인가 아닌가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사례들을 통해 손쉽게 예시해 주므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아하! 하고 '지뢰성' 남자를 저절로 '콕' 짚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깔끔하게 헤어지는 법'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았는데 간단했다. 구구 절절 설명하지 말고 간단하게 '우리 이제 헤어지자' 단 한 줄만 얘기하라고. 상대가 그래도 뭔가 아쉬워한다면 경우에 따라 '이제까지 당신을 사랑했던 마음은 진심이야.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정도의 서비스를 보태라고.

물론 이 책을 다 읽고 난 남성들은 차버릴 남자들만 예시해주고 차버릴 여자에 대한 정보가 없음에 답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저자의 다음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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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남자를 차버려라
    from 도서출판 예문당 2009-10-31 13:47 
    서은규의 여자만을 위한 통쾌한 연애지침서일에는 칼이면서 남자에겐 물같은 여자똑똑한 여자의 당당한 이별 통보!서은규 지음출간일 : 초판 1쇄 발행 2006년 2월 18일ISBN-10 : 8970015140 | ISBN-13 : 9788970015149쪽수 : 374쪽 | 무게 : 548g | 크기 : 152 * 225mm구매하기 : 인터파크(미리보기 제공) | 도서11번가 | YES24 | 알라딘 | 반디앤루니스책 소개이 책은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2006-04-14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폭설 2006-04-10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님.......마음껏 퍼가세요.^^ 되려 고맙습니다. 좋은 사월 보내세요.^^

kleinsusun 2006-04-2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설님,안녕하세요!^^ 님 리뷰 보고 이 책 읽었는데 재미있네요.
글이 정말 솔직해요. 좀 거칠고 과격할 정도로 솔직하네요.ㅎㅎㅎ
또, 사례들도 외국 작가들이 쓴 책들과 달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 공감이 되네요. 덕분에 이 책 알게되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앞으로 자주 놀러 올께요.폭설님^^

폭설 2006-05-06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이 없는 것이 허전하여 늦어지만 댓글을 답니다. ^^ 이책 많이 선전해 주세요.
글구, 이세상에는 왜 남자와 여자만 있는지 ...ㅋㅋ
그리고 그 두부류는 왜 서로들 좋아하지 않으면 안되는 운명인지..
어자피 만나야 될 운명이라면 상대방을 좀 알고 시작하는게 여러모로
현명하겠지요.^^

예문당 2009-10-3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예문당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희 블로그에 님의 글을 소개하였습니다.
저희 블로그에 놀러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