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컬러 퍼플
앨리스 워커 지음, 안정효 옮김 / 한빛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 맏아들에게서 도망다니느라 결혼식 날 하루 다 보냇서요. 맏아들 열둘 살이래요. 친어머니 그의 품에서 죽엇고 그래서 그 애 새엄마라는 말 듣기도 실타고 그랫서요. 그 애 돌멩이 던져 내 머리 깨노았어요. 내 젓가슴 사이로 온통 피 줄줄 흘러내렷습니다. 그 애 아부지는 그러지 마라! 하고 말햇서요. 하지만 그 남자가 한 말 그것이 전부엿죠...'
-인용문의 오자는 안정효씨의 ‘의도된’ 번역을 그대로 옮긴 것임.


엘리스 워커의 <더 컬러 퍼플>(한빛문화사)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주인공 ‘씰리’가 자신의 원통한 삶을 하느님께 편지 보내는 형식으로 시작된다. 위는 씰리가 아버지인줄 알았던 의붓아버지의 성폭력 대상으로 살다 19세 꽃다운 나이에 이미 네 명의 자녀를 둔, 자신을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아버지의 강권으로 결혼하던 날의 풍경이다.

사람 사는 것은 다른 듯하지만 알고 보면 어디나 마찬가지 듯, 여성의 수난사야 말로 어디나 마찬가지 인 것 같다. 내 자랄 때 만 해도 어른들은 나이 새까맣게 어린 동생들이라도 어쩌다 타넘게 되면 ‘어디, 여자가 감히 남자를 타넘고 다니노?’하면서 지청구를 주었었다.

남자를 향한 섬김과 그들로부터의 기나긴 박해가 풀린 것은 정말이지 그 수난의 긴긴 역사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도 일부 선진국만 그런 혜택을 입었다 뿐이지 아직도 지구촌의 많은 여성들은 생활고와 함께 남성들로부터의 멸시와 차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의 주인공 씰리는 의붓아버지로부터 ‘니 엄마가 안 되면 너라도’ 라는 말을 들으며 14살이라는 어린 나이 때부터 상습적인 성폭력을 당하였다. 그로 인해 피임약도 없던 시절(1900년대 초), 어린나이에 두 아이를 낳았고 의붓아버지가 강제로 그들을 입양시켜버리는 바람에 아이들을 키울 수조차 없었다.

그뿐인가, 의붓아버지는 그녀를 좋아하지도 않는, 오히려 동생 ‘네티’에게 목메는 남자에게 암소 한 마리 주면서 그녀를 폐기처분하듯 떠 넘겼다.

때문에, 노예와 다름없었던 씰리의 결혼생활에는 늘 남편 앨버트의 폭력이 뒤따랐으며 남편의 정부와 한집에 살며 그녀에게 ‘네, 마님’해가며 시중을 들어야 하는 참담한 역할도 그녀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씰리는 그 모든 것을 감정이 없는 사람마냥 견디어 나갔다.

잘나가는 가수였으나 병에 걸려 씰리의 간호를 받게 된 앨버트의 정부 ‘슈그’는 씰리의 이런 태도에 처음에는 막 대했으나 나중에는 진정으로 씰리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나아가 씰리에게 스스로의 소중함과 가능성을 일깨워주고 앨버트로부터의 폭력 또한 거두어 주었다. 씰리는 그러한 슈그의 도움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도 희망을 보았고 남편을 떠나 새 삶을 꾸릴 시도를 하였다.

한편, 동생 네티는 형부(앨버트)의 추파를 거부했기에 그의 미움을 사 쫓겨남으로서 언니와 생이별하게 되었다. 다행이 좋은 목사 부부를 만났으나 아프리카 선교라는 험난한 여정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앙과 선교에 대한 소명의식으로 똘똘 뭉친 그녀는 현지인들의 무반응에도 꿋꿋하게 선교활동을 하며, 마음 한편으로는 늘 언니를 그리며 살았다.

...그런데 우리 사랑하는 언니는 어떻게 지내? 언니한테서 단 한마디의 소식도 듣지 못한 채로 여러 해가 흘러갔어. 우리들은 머리위로 펼쳐진 하늘만을 함께 소유하고 살아가지. 나는 하늘이 너무나 광활하기 때문에 자꾸만 쳐다보면 언젠가는 언니와 눈이 마주치리라는 생각에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지...

‘하늘이 너무나 광활하기 때문에 자꾸만 쳐다보면 언젠가는 언니와 눈이 마주치리라’던 소망은 30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새파랗게 젊었던 청춘들은 어느새 중년의 아줌마들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라도 만났으니 다행이지만, 찢어지게 가난해서도 아니고 단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보지 못하고 막 대했기 때문에 일어났을 수많은 지난 시대의 사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무튼 이 책은 백인에 의한 흑인 차별도 ‘소피아’라는 여성의 삶을 통해 다루지만, 전체적으로 흑인가정에서 이뤄지는 비뚤어진 흑인남자의 흑인여성에 대한 폭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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