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평전 - 그 정치적 미스터리와 영적 카리스마의 비밀
질 반 그라스도르프 지음, 백선희 옮김 / 아침이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영화 <쿤둔(Kundun·감독 마틴 스콜시즈·1997)>은 14대 달라이라마의 탄생부터 달라이 라마가 중국의 모택동 정권을 피해 그의 나이 18세 때 말을 타고 인도 국경을 넘을 때까지의 과정을 다룬 영화이다.

티베트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오체투지'의 순례이다. 언젠가 TV에서 보니 어떤 부부가 오체투지로 산을 오르는데 화면에 나이가 40대로 나왔으나 우리나라 사람의 외양에 견주자니 60은 족히 되어 보였다. 앞니가 빠진 상태에서 지칠 대로 지친 표정이라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그들을 본 나의 '속물근성'으로는 저렇게 힘들게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했으나, 그들의 그러한 변치 않는 신심이야말로 티베트 망명정부가 꿋꿋하게 유지될 수 있는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 돌아가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태어날 때부터 범상치 않았던 아이 '라모'는 섭정 '레팅'에 의해 발견되었고 13대 달라이 라마의 환생인가를 테스트하는 관문을 모두 통과하였다. 그리하여 '라모' 소년은 불과 5세의 나이에 '고귀한 존재'라는 뜻을 가진 티베트의 14대 달라이 라마 '쿤둔'이 되었다.

그는 아이 특유의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였으나 점점 스승들의 가르침을 받아 의젓한 쿤둔이 되었다. 그러나, 2차 대전 후라는 세계정세 속에서 중국과 인접해 있던 티베트는 위태위태했으며 우려는 1957년 모택동의 침공으로 현실이 되었다.

그들이 처음에는 평화적으로 나왔기에 쿤둔 또한 최대한 협조해 중국과의 평화를 도모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점령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은 마각을 드러냈고 쿤둔의 고뇌는 깊어갔다.

선하기 이를 데 없는 티베트인들은 무참히 살해되고, 감옥에 갇히거나 행방불명이 되었다. 나아가 쿤둔의 생명까지 위협받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참모들은 그에게 국외로의 망명을 진언하였다.

그는 처음에는 티베트사람들을 위험 속에 두고 저 혼자 갈 수 없다며 거부하였다. 그러나 쿤둔이라는 구심점이 살아있어야 독립도 하고 평화도 되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듭되는 참모들의 간청에 1959년 18세 나이에 말을 타고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인도 국경에 닿았다.

험난한 여정에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된 그를 보고 인도 국경 병사는 '당신 누구요?'하며 무뚝뚝하게 물었다.

"아무 존재도 아닙니다."

실의와 자괴와 비통에 젖은 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그로부터 이 사춘기 소년은 당시 자신의 나이를 몇 곱 절 뛰어넘는 세월이 흐른 후인 아직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마침 이웃 아짐 집엘 갔다가 우연히 달라이 라마에 관한 책이 있어 펼쳐 보게 되었는데, 달라이 라마가 인도국경에 닿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영화에서도 본 장면이었다. 그 빛 바랜 사진 한 장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사실적이면서도 찡하게 그 사진에 담겨진 아픔을 고스란히 재연 해 준 것이었다.

<쿤둔>은 유희의 차원으로서의 영화가 아닌 그 어떤 평화운동보다도 더 평화를 갈구하는 소망이 담긴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부끄럽게도 뒤늦게나마 티베트라는 나라와 달라이 라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평화의 메시지가 전염병처럼 번져서 티베트의 해방은 물론 곳곳이 화약고인 이 세계에 평화의 바람을 일으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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