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2 - 초회한정판
강우석 감독, 설경구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경찰 혹은 검찰, 법원의 추억

사례1.
몇 해 전의 일이다. 운전 면허증을 찾으러 난생처음 경찰서라는 데를 가 보았다. 마침 내가 간 시간이 오후 1시쯤이었는데 모두를 점심을 먹으러가서 오지 않았는지 외근을 나갔는지 민원실(?)안에는 40대 중반의 경찰관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는 면허증을 찾으러왔다고 하였고 그는 조금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냥 찾아주고 밥 먹으면 될 것을 굳이 자기가 밥 다 먹을 때 까지 기다리라니 기분이 좀 그랬다. 조금 있으니 아저씨 한분이 와서 또 면허증 때문에 왔다고 하였고 역시나 그 경찰관은 신경질적으로 기다리라고 하였다.

아저씨 또한 기다리면서 나와 같은 불쾌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러나 장소가 장소인 만큼 그냥 좀 참아보자는 듯이 보였다. 그렇게 경찰관 아저씨가 점심을 다 먹을 때가지 15분쯤 기다렸다.

경찰관 아저씨는 여유 있게 점심을 들고 이쑤시개로 마무리까지 하고는, 그제야 거만한 표정으로 다시 용건이 뭐냐고 물었다. 면허증 때문에 왔다고 하니 신분증을 확인하고는 몇 초 걸리지 않아 면허증이 놓여있는 바구니에서 우리들 것을 찾아주었다. 그렇게 쉽게 내어 줄수 있는 것을 무안하게 자신이 밥 다 먹을 때 까지 기다리게 하였다니. 물론 요즘은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례2.
친구는 급하게 이사를 하는 바람에 전세금을 채 받지 못하고 집을 비웠다. 그러자 집 주인은 한달 두 달....일년이 넘도록 방이 나가지 않았다며 전세금을 내 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지 속을 썩다가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인가가 있다고 하여 친구의 남편은 그것을 알아보려고 아는 형님이 근무하는 검찰청에 점심시간에 맞추어 자문을 구하러 갔었다.

난생처음 검찰청이란 데를 들어가 본 친구 남편 왈,

“와아, 내 태어나서 처음으로 검찰청이란 데를 갔는데 검찰청 복도를 지나가려니 지은 죄도 없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라. 검찰청 사람들 표정은 또 어찌나 과묵하고 무표정한지. 활짝 웃는 형님을 만나니 구세주를 만난 것 같더라니까.”

사례3.
소설가 이경자씨는 이혼을 하러 법원에 가서 법원 직원들의 태도에서 뜻하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판사가 나타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동안, 법원 직원은 마치 길 잃은 바보들을 대하는, 거의 ‘버르장머리’없게 느껴지는 언행으로 우리들을 대했다‘고 하였다. 이혼 법정 하면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분위기가 떠오르는데 그게 아닌가 보았다.

이 모든 기억들을 가지고 검찰을 주제로 한 영화 ‘공공의 적2’를 보러갔다. 무섭다고 집에 가자는 둘째를 과자로 포섭하고 엉덩이를 토닥여 잠을 재우고는 영화에 몰입하였다.

영화 속의 검사

영화 속의 검사는 멋있었다. 그들은 우리 시민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각종 부정부패와 사회악을 소탕하기 위하여 토막 잠을 자며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 얼마나 듬직하고 믿음직한 모습인가.

서울지검 강력계 강철중(설경구분) 검사. 그는 고교동창인 뺀질이 한상우(정준호분)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명선 재단의 돈을 해외에 골프 장학생을 발굴한다는 빌미로 빼돌려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것을 포착한다. TV화면 속에서는 늘 선 한 사회지도층 인사의 이미지로 조명을 받지만 전직 이사장 이었던 형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만큼 그는 내적으로 악랄한 사람이었다.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된다는 논리를 가진 한상우는 정계거물 까지 동원한 철저한 방해 공작도 모자라 아예 사람을 시켜 자신의 형을 그렇게 했던 것처럼 강철중 검사를 제거하려 한다.

현관문이 열렸다는 경비아저씨의 전언은 그들이 던진 미끼였는데,그런줄도 모르고 강철중 검사대신 수하의 젊은 직원인 석신(박상욱분)이 문을 잠그러 강검사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간다.

한편, 한상우의 지시를 받은 폭주족들은 석신이 강철중 검사인 줄 아고 그가 모는 차를 둘러싸면서 차 유리를 몽둥이로 깨부수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달리는 차로에서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석신으로서는 속수무책인데 차는 공교롭게도 난간을 들이받고 지하차로로 굴러 떨어진다.

너무도 어이없는 젊은 부하 직원의 죽음과 한상우의 악랄함에 치를 떨며 강철중 검사는 자신의 직속상관 부장검사를 찾아가서 울부짖는다.

“아무리 치~즈 해도 웃어지지가 않아요.”

정계의 거물급으로 나온 박근형(부총재)씨는 느글느글하고 유들유들한 개기름 쫙쫙 흐르는 국회의원 역을 어쩜 그리도 잘 소화하는지 경탄스러웠다. 또 영화 내내 한상우가 미웠는데 그렇다면 정준호씨 또한 연기를 잘 한 것인가.

설경구씨의 경우는, 똑똑한 검찰 연기 하느라 무지 힘들었다는 인터뷰를 본적이 있는데 그는 똑똑하기보다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검사였다. 비록 화면이었지만 내가 대한민국 검사들을 떼거지로 본 것은 대통령과의 평검사 대 토론회에서였는데 강철중 검사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니었기에 어쩜 현실과 영화를 구분 못하고 강철중 검사에게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당연히 영화 속 검사가, 검찰청의 풍경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강력한 권력기관으로 시민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발이 되고 지팡이가 되는 그런 따뜻한 검찰 말이다. 경험속의 검찰과 영화 속 검찰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서글프지만 ‘나쁜 놈’은 물론이고 ‘공공의 적’을 물리치기 위하여 그래도 우리가 기댈 곳은 검찰 뿐이다.

강철중 같은 검사 현실에서 많이 볼 날은 언제 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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