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과 함께 읽는 유럽문화이야기 2 -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유시민 옮겨 엮음 / 푸른나무 / 1998년 9월
평점 :
절판


견물생심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때론 '생심'이 '견물'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요 근래 여행에 대한 생각으로 공상을 하다보니 자연히 여행서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자주 가는 이웃 대학의 한 서점에서 평소 늘 지나치기만 했던 여행서 서가가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유시민과 함께 읽는 유럽문화이야기1, 2> 도서출판 푸른나무.

제목을 뽑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암튼 제목 때문에 이 책에 눈이 갔다. 그냥 유럽 문화 이야기였다면 지나쳤을 텐데 '유시민'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 책이 눈에 들어왔다. 어, 국회의원이 여행서를? 하지만 출판 연도를 보니 의원이 되기 훨씬 전인 지난 99년에 출판된 책이었다. 그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생각이 나서 구경이나 하자 싶어 펼쳐 보니 건성으로 읽어 내려가는데도 무척 재미있었다. 알고 보니 유시민이 직접 쓴 여행기가 아니라 영국의 한 출판사의 <제노포브스 가이드>시리즈를 편역한 것이었다.

유시민에 의하면, 출판사로부터 여행서 제안을 받고 고민하던 중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를 다룬 이 시리즈에 반해서, 자신이 여행기를 직접 쓰는 것보다 이 책을 편역하는 것이 더 독자에게 이로우리라 생각하였다고 했다. 정말이지 몇 쪽 읽지 않아서 이 책의 진가가 느껴졌다.

이 책의 시각은 그 동안 서구 문명에 대한 내 사대주의적 생각과는 너무도 달랐다. 장점과 단점은 보는 각도에 따라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고 또 단점은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서구 문명 혹은 문화에 대해서 무조건 좋게만 생각하고 동경했다.

<제노포브스 가이드>의 저자들은 그 나라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내부 고발자'이거나 '후천적 인사이더'라고 했다. 그런데, 이들은 어찌나 지독한지 나무랄 데 없는 장점조차도 단점으로 꼬아서 신랄하게 냉소했다. 때론 너무하다 싶어 읽는 내 마음에 동정이 일어날 정도였다. 물론, 사대주의자의 내면에 흐르던 열등감을 치유하는 데는 더없이 좋은 약이었다.

유럽 사람은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같은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마치 한국, 일본, 중국이 한자 문화권으로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이 많듯이 말이다. 그 다름이 너무 재미있었다.

악수만 해도 그렇다. 영국 사람들은 함부로 손을 내밀지 않고 악수를 할 때에는 손을 살짝 잡았나 싶을 때 금방 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불쾌해진다나. 반면 독일 사람들은 악수하는데 손을 아끼지 않으며 마음껏 쥐고 흔들며 호감을 표시한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유럽 국가들의 적은 인구였다. 영국은 4천8백만. 덴마크는 5백만, 스위스 7백만, 오스트리아 8백만, 스웨덴은 8백50만, 히딩크의 네덜란드는 1천5백만, 스페인은 3천9백만, 프랑스 5천8백, 독일은 8천백만 등이라고 하였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고 국제 사회에 이름을 떨치는 나라들이니 못되어도 다들 오천에서 1억은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독일이 우리보다 좀 많을 뿐이었다.

<유럽 문화이야기1, 2>뿐만 아니라, <제노포브스 가이드> 시리즈 즉, 신대륙, 일본, 동유럽 문화 이야기까지 모두 다 읽으면 그야말로 '안방에서 세계 여행' 하는 기분을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혹여 그동안 서구 문화에 대해서 나처럼 사대주의적 시각을 가졌다면 이책은 그 시각을 '상대주의적'으로 교정해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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