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성숙? 아니, 그냥 노숙(老熟)인듯...
(어머! 얼마 만에 내 집에 들어와 보는 것이냐?)
시월이 왔구나했는데 어느새 십일월... 시월은 하루가 이틀씩 간 듯 흔적도 없네. ㄲㄲ..
십일월도 시월 못지않게 쏜살같이 흐를 것은 물으나 마나.
2002년이 엊그제 같은데 하모 10년도 더 지난 옛날이었다니...
문제는,(아니 문제 아닌가?)
세월의 빠름만큼이나 내 마음도 늙어가는 듯.
처음엔 성숙인가 했다. ㅎㅎ.
그러나 가만 들여다보니 그냥 단순한 노숙(老熟)인듯...ㅠㅠ
노안증상은 아무래도 돋보기를 써야 할듯하다.
이젠 초점 맞추기 싫어 슬슬 무언가를 읽는 일이 귀찮아 진다.
바늘을 꿸 때는 팔을 완전히 뻗어야 귀가 보이고
밥 먹고나면 늘 졸리고...ㅋㅋ
그런가 하면 피부노화, 주름걱정 같은 것은 전혀 안되고
오히려 그냥 세월이 확! 더 흘러 버렸으면 싶기도 하다.
삼십대 중반까진 마음이 항상 이십대 기분이었고 사십 초중반은
그냥 사십대가 편안했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이제, 사십보다 오십에 더 가까우니
실지 내 나이보다 십년을 후딱 더 늙어지는 기분이다.
즉, 내 마음엔 50대 중후반의 아짐이 도사리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 했으나
그렇지도 않은듯, 마음도 분명 늙는것 같다.
글쎄...좋게 생각하면 갈수록 뭐든 이해할 것 같고,
특별히 사람과 척지기 싫고,
담담하고 담담하게 살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일시적 현상일지 쭈욱일지 시간이 더 지나보면 알겠지.
아니 단순 2013년의 가을을 타고 있는 것일까나.
낙엽이 나를 꼬신 것인가..
2.최진석, 스노든
인상적이었던 사람들이다. 최진석 교수는 올봄 교육방송의 노자도덕경 강의에서
알게 되었다. 노자하면 도올인가 했는데 최교수도 있었다.
그 특유의 살짝 베여있는 남도 억양이며 조목조목 쉬운 설명, 무엇보다, 스스로를 쪼아가며
다들 너무 열심히 사는데, 제발 그렇게 살지 말라는 외침, 아흐, 위로되었다.ㅎ~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든 기준이 되면, 그것은 곳 폭력이 된다’는 말이었다.
기준=폭력이라는 설정에 엥? 했는데 강의를 듣고 보니, 아하! 그렇구나.
세상 모든 기준들이 다수에겐 편하지만 때로는 그 기준들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이 있기에 기준은 폭력이 될 수 있다고...^^
그 기준이란 것은 시대에 따라 180도 뒤집어 지기도 하는데,
쉬운 예로, 결혼한 신부가 도저히 못살아 친정으로 되돌아 왔을 때,
시집가면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며 도로 내 쫓던 것이 불과 2,30년 전의
우리나라 결혼양식의 기준이었다. ㅉ.
스노든은 이시대의 성자 같다. 독일 저명인사들이 스노든의
망명을 허할 것을 촉구했다는데 아무렴.. 인류에게 이로운 일을 했는데 노벨 평화상은
못줄망정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들다니.
시절이 하도 테러가 횡횡하기도 하거니와, 스노든의 경우는 적보다 ‘아’쪽에서
테러를 할까 걱정.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어쩌면 어정쩡하게 놓아두는
이 자체도 이미 형벌이다. 의인은 왜 늘 핍박을 받는지...
3. 빅피쳐, 언어의 정원, 투 마더스, 그래비티, 파우스트, 길위에서
블루 재스민, 아이엠러브...아흐, 생각이 안나...ㅠㅠ(확실히 기억력 고갈)
<언어의 정원>과 <아이엠러브>는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대박.
<언어의 정원>은 투 마더스 보는김에 덤으로 본 영화였는데
기대이상 짠했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순수’‘소년,소녀(알고보니 숙녀)’의
느낌이 묻어나는 만화영화를 볼 게재냐? 했는데
아흐, 보면서 똑, 똑 여러 번 울쩍했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과 주인공들의 간절한 목소리, 그를 대변하는 주제가..
영화가 그쯤에서 끝나지 말고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일었... ㅠ.
<아이엠 러브>는 뜬금없이 ‘이탈리아어’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이즈음이라
언어가 이탈리아어란 이유하나만으로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VOD로 보게 되었는데
세상에 틸다 스윈튼이 섹쉬하다니! <설국열차>의 메이슨이?
<케빈에 대하여>의 그 엄마가?
게다가 틸다의 나이를 검색해보니 60년생 53세 아닌가.
정말, 정말 배우의 변신은 놀라워~~영화는 2009년작인데 나이 오십줄에
늘 중성적이라 생각했던 배우가 그토록 여성스런 면모를 보이다니.
그것을 뽑아낸 감독도 대단하고....^^
4. 드라마, 드라마..
아이엠에프 언저리였나? 그때는 온통 시트콤이란게 활개를 치더니
요새는 온통 드라마 천지다.
여기를 틀어도 드라마, 저기를 틀어도 드라마
일일드라마, 아침드라마,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채널은 좀 많은가.
하도 많으니 지난해 <시크릿 가든>이후 보는 드라마가 없었는데
우연히 제주 올레길에 혹해서 <결혼의 여신>을 보게 되었고
조성하씨가 택배를 하도 진짜처럼 하기에 그 노고에 넘어가
<왕가네...>를, 이승환의 노래가 흘러나오기에 그에 빠져 들었다가 <...1994>를 보게 되었다.
누구는 또 <비밀>이 재밌다고 하고 또 어떤이는 <상속자>가 대세라고 하고...
드라마, 드라마, 드라마, 드라마....끝이없네.ㅎㅎ
그 많은 드라마 누가 다 보고, 배우들은 제때 출연료 챙기는지..
춘추전국도 이보다 북적대지는 않았을듯~
아무튼 사사분기는 드라마보다 쫑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