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조윤범. 그를 떠올리자면, 참여정부 초로 기억되는데, 모 방송에서 <학력인가? 학벌인가?>라는 주제로 다수의 출연자와 방청객이 어우러진 대 토론회가 생각난다. 그때 토론의 결론은 압도적으로, 아무리 학력(실력)이 있어도 대학(학벌)은 졸업해야 되는 것으로 났었다.

고졸 출신의 어느 잘생긴 대기업 다니는 남성은 자신이 그 기업에 입사하기까지의 성공담을 술술 매끈하게 얘기했지만 사람들은 ‘그래도 대학은...’ ‘저렇게 실력과 당당함이 있으니 더더욱 학벌 한줄 넣어주면 금상첨화 아닐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토론을 보면서 대학을 가지 않고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쪽의 의견이 형편없이 힘을 잃는 것이 안타까워 토론을 보는 내내 맥이 탁 풀렸었다. 당시 대부분의 젊은 층들이 ‘그래도 대학은...’이라고 말할 때 나이든 축의 참가자들이 ‘살아 보니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 실로 중요한 것은 이러이러한 것....’하면서 여타의 길을 제시해줄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아무튼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던 그때 긴 생머리를 도사처럼 뒤통수에 묶은 록 음악가처럼 보이는 청년이 대학 안가고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며 ‘열변’을 토했다. 자신은 대학에서 이것저것 배우며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오로지 (바이올린) 연습에만 매진하기 위하여 대학을 거부 한다고 하였었다.

에끼 이 사람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록음악이나 문학 등 여타 그와 비슷한 거라면 몰라도 클래식 기악을 스승 없이 배운다는 것이 가능한가,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전 음악계가 학벌타령이 좀 심한가. 그 같은 동네에서 밥 벌어 먹고 살자면 아니꼽고 치사해서라도 대학간판 한줄 쯤이야 그냥 넣어주고 말지 웬 고집은?,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쨌거나 그는 인상적이었다. 교육부 장관이 해야 될 말을 그가 하고 있었다.

그 후 몇 년 세월이 흘러, 예당TV에서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을 보게 되었다. 아, 저 말총머리! 그는 무대전면을 뚜벅뚜벅 왔다 갔다 하며 예의 몇 년 전 토론회 때처럼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누가 들어도 금방 호기심이 일게 그는 설명을 참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나는 몇 년 전의 ‘회의’를 버리고 그 당당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좋다. 주류에 똥침을 날리고 스스로 길을 개척해 깃대를 꽂고 새로움을 선사해주는 이런 사람들이 좋다.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살림)은 조윤범식으로 전하는 서양음악이야기다.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음악에 이르기 까지 그 특유의 화법으로 음악가들의 풍부한 일화들을 양념으로 썩어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음악 애호가들의 음악이야기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저자는 현재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현악 사중주단 <콰르텟 엑스>를 이끌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악사중주나, 피아노 오중주, 팔중주 등 현악중주에 대한 얘기들에서는 자신들의 연주와 연습 경험들을 소상히 들려준다. 이곡은 혹은 저곡은 연주자의 입장에서 막상 연주를 하거나 연습을 할 때 이런저런 점이 있다는 설명은, 현악기를 배우는 입장이라면 귀에 쏙 들어올 것 같다.

그저 음악은 아름답기만 하면 되고, 연주자들은 오랜 연습의 결과로 무슨 악보를 들이대도 그냥 저절로 손이 움직이는가 싶었는데 때론 더할 수 없는 ‘육체노동’이기도 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기야 유행가도 어려운 곡 하나 열창하고 나면 기운이 쪽 빠지는 데 쉼 없이 몇 십 분을 활을 당기고 밀고를 하자면 보통일이 아닐세.~

기교가 어려운 곡들은 연습할 때는 무지 힘들지만 연주하는 보람이 있는데 반해 청중도 좋아하고 연주하기도 쉬운 곡은 몸은 편한데 연주자의 흥은 그에 반하는가 보았다. 또, 듣는 이의 감동과 연주자의 감동이 일치하는 것만도 아닌가 보았다.

아, 윤이상.

특히 이 책에는 무엇보다 고 윤이상 선생에 대한 언급이 있어 좋았다. 끝내, 고국 땅을 다시 한 번 못 밟아보고 돌아가셨는데. 선생의 독일에서의 삶의 흔적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그는 살아생전에 4개의 오페라, 9개의 합창곡, 6개의 성악곡, 17개의 관현악곡, 5개의 교향곡, 10개의 협주곡, 9개의 실내 앙상블, 6개의 현악사중주곡 외에도 40여개의 실내악곡, 14개의 독주곡을 남겼다. -<본문 398쪽>

현대음악이라 하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한데 어쩐지 선생의 곡은 예외로 저절로 이해 될 것 같다. 광주의 아픔을 이야기한 관현악곡<광주여 영원하라>와 민주화 운동을 하다 스스로를 불태운 이들을 위한 교향시 <화염속의 천사>는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메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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