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내려놓기
법륜스님 지음 / 정토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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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즉문즉설 대구강연에서 2000석을 꽉 메운 좌중을 훑어보며 법륜스님은 말했다.

 

"여기 오신 분 중 결혼 안 한 사람 손들어 보세요."

 

앞자리에 앉았던지라 뒤를 돌아 둘러보니 수십 명의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기혼자들에 비해 적은 수였으나 나름 간절한 마음을 갖고 지혜의 한 말씀 듣고자 찾아 왔을 터인데 스님의 답변은 의외로 단 한 줄이었다.

 

"결혼하지 마세요!"

 

이에 좌중의 기혼자들은 순간 일제히 '푸핫~' 뿜었다. 비혼들은 영문을 몰라 했지만 기혼자들은 결혼 그 하나로 모든 갈등과 고민이 파생됨을 알기에 공감했던 것이다. 한차례 웃음이 멎자 스님은 어리둥절한 비혼들에게 한 소절 더 덧붙인 문장으로 말하였다.

 

"결혼 하지 마세요, 단 수행하기 전까지는, 배려하기 전까지는."

 

결혼 10년차가 넘어가니 나름 결혼생활에 대한 비법 아닌 비법을 말할 수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스님 말대로 '배려'에 있는 것 같다. '서로서로' 배려만 한다면 괴로울 일이 별로 없다. 어느 한쪽만 배려해도 안 되고 서로서로 상황 봐가며 오늘은 내가 양보하고 다음엔 상대가 양보하다 보면 싸움의 기술도 생기고 더 나아가면 '니가 다 이기세요'라며 굳이 내 방식을 고집하고 싶어지지도 않게 된다.

 

"결혼하기 전에는 결혼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 싶지만 결혼하고 나면 이제 자식만 낳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지요. 자식을 낳고 나면 이젠 우리아이 좋은 대학 갔으면, 좋은 취직자리 얻었으면, 좋은 며느리 사위 봤으면, 손자 손녀 봤으면… 욕심이 끝이 없지요. 따지고 보면 다 이 욕심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그러면 욕심은 어디에서 오나? 욕심은 어디에서 올까? 알고 나면 평범한 이 답을 나는 40여 년 동안 모르고 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이 살아가면서 욕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터무니없는 욕심이라면 몰라도 '건전한' 욕심이라면 가져도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였다. 이거나 그거나 다 욕심은 욕심일 뿐인데.

 

아무튼, 우리를 괴롭게 하는 이 욕심(욕망)은 왜 생기고 어디에서 올까. 스님(원조는부처님^^)은 '무지(無知)'에서 온다고 하였다. 즉, '참 진리'를 모르는 '무지' 때문에 욕심이 생긴다고 하였다. '무지'라굽쇼? 나는 정수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아하, 정말 그렇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처음 듣는 말도 아닐 텐데 유독 내 나이 40대에 맞춤한 듯 꽂히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러지 않고 여전히 이런저런 욕심을 부리며 살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금 이 순간 소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이 상황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백일의 약속, 백일의 기도

 

그러면, 지금 이 순간,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스님은 거창 할 것 없이 우선 백일동안 기도를 해보자고 한다. '이치를 깨치고, 습관을 거슬러 이겨, 꾸준히 정진'하기 위해 우선 백일 동안 먼저 해 보자고. 그 형식은 하루 세 가지를 하는데, 즉, 다음과 같다.

 

1. 108배와 명상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한 시간의 마음 챙김

2. 고통 받는 이웃을 살리는 천원의 나눔

3. 하루 한 가지 세상을 밝히는 선행

 

108배는 불교 신자가 아니라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무슨 댄스나 에어로빅에 비하면 동작이 어려운 것도 아니니 마음만 먹는다면 운동하는 셈치고 해봐도 손해 볼일은 없을 것이다. 천원의 나눔 역시 하자면 쉽고, 한 가지 선행은 거창 할 것 없이 만약 선생님이라면 아이들에게 칭찬 하나, 이름 한번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세 가지를 행하면서 백일을 기도하면 자신의 '꼴을 알게' 된다고 하는데 자신의 꼴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으신가. 나아가 이렇게 3년을 기도하면? 자신의 '업'을 알게 되고, 사람이 (좋게)변하니 운명을 (능히) 바꾸고,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하니 가다 쉬어도 본전을 넘을 테니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터.

 

법륜 스님은 <기도>(정토출판)라는 신간을 내고 현재 즉문즉설 순회 강연중이시다. 9월 5일 (9시 40분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즉문즉설과 더불어 백일기도 '입재식'을 한다니 지금 괴로운 사람은 피서 가는 셈치고 한번 가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어보라. 그 어떤 청량음료보다 시원한 순간을 맞을 것이다.

 

굳이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매일 아침 불교TV에서 9시 30분에 시작하여 15분 정도 하는 스님의 즉문즉설 녹화방송을 꾸준히 보는 것도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고….(웃음) 이러니 다른 종교를 가지신 분들이 오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개인적으로) 정기적으로 절에 다니는 불교 신자는 아니다. 종교에 대해서라면 리처드도킨스에 혹하는 편.

 

그렇다 해도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 등은 인류의 무지를 밝혀주는 아주 큰 등불이자 스승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저 감탄 할 뿐이다. 2500년, 2000년 전에 어쩜 그리 모두에게 자비롭고 평등하고 사랑이 가득한 설법들을 하셨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들의 말씀을 잘 못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자들에 대한 경고도 어쩜!

 

마지막으로 법륜스님의 한 말씀.

    

"이치를 모르고 길을 가는 것은 길을 모르고 길을 가는 것과 같고, 이치를 알고도 가지 않는 것은 길을 알고도 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위의 말을 4대강과 언론에 비추면 4대강 사업은 이치를 모르고 길을 가는 것과 같고, 언론은 이치를 알고도 길을 가지 않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PD수첩>이 있어 우리는 간신히 숨을 쉴 수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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