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년(이제는 소년도 아닌 청년)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이름만 들었었다.
형제가 아주 피아노에 재능이 있다고. 있거나 말거나 ... 그때는 애들 키우는 일이 바빠서
별 관심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유일하게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서 큰애는 지난 겨울 방학때
소위 콩쿨인가 하는 것엘 처음 나가게 되었다.  이제 막 체르니 30번을 배운지 몇달 안되었는지라
당연히 소나티네에서 곡목을  고르는줄 알았는데,

'베토벤의 6개의 변주곡'으로 정해졌다.  하여 연습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검색해 보니
워매, 알프레드 브렌델 할배도 이 작은 소곡을 치셨고나.. 그런데 같은 곡인데
알프레드 할배와 큰애의 곡해석 차이는 천양지차 라고나 할까. ㅎㅎ
피아노의 차이도 천양 지차 만양지차 ....ㅋㅋ

그저, 비슷한 속도를 내는 것 만으로도 만족해야지 어디 비교를? 땍!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쳇, 이 분이랑 나랑 무슨 차이야' 하면서
기고만장 인데 저또한 같은 속도를 낸게 신기해서 다른 것은 아무것도 눈에 안 뵈는듯~~~

그건 그렇고 , 아무튼, 콩쿨을 계기로 이제야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년에 서너차례 정도 음악회를 델꼬 가야지 하는.... 더불어 나도 어부지리를 누리고.

임동혁.
큰애에게 피아노에 대한 열망(이라 말했으나 만족감의 수준을 조금 더 높였으면 하는 정도)을
지속시켜 주기에 딱좋은 인생의 선배랄까.
이리저리 찾아보니, 이분 팬클럽도 짱짱하네. 4만. 허걱~~
명불허전. 실지로 본 임씨 총각은 앳된 얼굴(중학생 느낌)에 비해 울 나이로 27세 였나.

라벨의 파반느와 가스파르, 쇼팽마주르카들과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했는데 어느하나 쉬운곡은 없었다. 보통 피아니스트들은 기본적으로 '떡대'가 있는데
임동혁씨는 생장의 에너지가 모두 긴팔과 손가락으로만 흡수된듯,

팔과 손빼고 나머지는 피죽도 못 먹은듯 말라깽이. 때문에  강렬한 터치가 더욱 인상적.
한없이 부드럽고 고우면서도 폭풍이 몰아치는 격정도 동시에 갖고 있는 천상 천재인듯..

천재가 아니면 그 곡들을 다 어찌 외우고 또 자기 색깔을 입힐 것인가.
(천재라 해서 그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네버 아님.)

우리같은 사람들은 평생배우고 외워도 그렇게 못할 것이다. 때문에 신기했다.  하루 세끼 밥먹고
사는 것을 공통 분모로 지닌 평범속에 그런것이 되는 사람이 있다는게.... 또 200년전 태어나 30여년
짧은 삶을 살면서, 어려우면서도 아름다운 곡을 작곡해 다음세대 피아니스트에게 숙제를 내주고간,
쇼팽도 대단했다.

개인적으론, 임동혁의 연주는 대단했으나, 미리 연주곡목들을 숙지하고 가야 도움이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가서
아는 만큼 느낀다고 내가 몰라서 더 많이 느끼지 못한게 좀 아쉬웠다.

.......

팜플렛에 지난해 '제 인생에서 가장 큰별을 잃었' 다고 해도 나는 그분이
그저 존경하는 스승님인가 했는데....  그분이 그의 '어머니' 였고나. ㅠㅠ 하늘도 무심하시지...ㅠㅠ.
(임동혁 어머니, 하늘에서도 아드님 지켜 주시겠죠?  마음속에 살아있으면 삶과 죽음도 하나이지요?)

그래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얘길 듣고 나니, 임동혁의 얼굴 어딘가에 상실의 아픔이
서린듯해서 짜안했다. 마치 광야에서 길 잃은 한마리 양의 모습이라고나..

기차표 끊어놔서 30분만 사인회 한다더니 두줄의 긴 행렬이 다 없어질때 까지 하고 또 하고....
방금 연주회를 끝낸 피아니스트에게 사인이라는 잔업을 시키다니....그래도 찡그림 없이
성의껏 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인대 늘어나면 우쩌....

저번 김광석 추모콘서트에서도 느꼈듯 임연주자도 음악만을 향한 순수함이 온몸에 베여있어
보는 것 만으로도  그 순수의 기운이 내게 전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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