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난 성공하고 말았다
김어준 외 지음, 김창남 엮음, 현태준 그림 / 학이시습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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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신방과의 2009년 봄 매스컴특강에 초대된 열 분 강사들의 열강이 한권의 책으로 나왔다. 제목 한번 요란하다. <아뿔싸, 난 성공하고 말았다>(학이시습). '아뿔사'라는 감탄사가 말해주듯 본시 이 책에 나온 주인공들은 성공을 염두에 두고 살지는 않은 것 같다.

다들 자기 분야에서 열정을 쏟으며 살다보니 저도 모르게 아뿔싸 성공하고 말은 듯하다. 성공이란 거창한 말보다 자신의 일과 삶에 만족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각기 저마다의 신선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매력도 매력이지만 속이 알차도 다들 참 '개성' 있게 알차다. 이런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성공회대 신방과 학생들은 참 행복할 것 같다. 

먼저 김어준. 이 분처럼 신선도를 유지하기는 참 어려울 것인데, 그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그가 하는 말들은 귀에 속속 박힌다. 어쩜! 지난번 헌재의 미디어 법 판결문에 날린 그의 촌철살인은 그 어느 비유보다 압권이었다. 빤스에 묻은 얼룩이 똥이면 벗어야 하니 기다 아니다 판별해 달라니 헌재왈 '똥은 똥이로되 빤스를 벗진 말거라'라고 했다나. 

이 책에 소개된 김어준의 얘기는 한겨레를 보는 독자라면 한번쯤 들어본 얘기일 것이나 처음 읽는 것처럼 재미있다. 젊은 날 50여 개국 이상을 돌아다닌 사람답게 자기객관화를 확실히 하고 있는 같다. 그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구분 할 것을 주문하는데 자신감은 '특정 능력이 타인과 비교해서 우월'할 때 나타나는 거라면 자존감은 '내가 나를 승인'해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자기 객관화가 돼야 자존감의 토대가 만들어 지는 거예요. 그 자존감이 만들어 지면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 나를 보호하려고 쓰는 에너지를 아끼게 되고, 비로소 남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요. 이기적인 사람은, 정확히 말하면 '자기 객관화가 안 된 사람'이라 할 수 있어요. 변변치 않은 자신을 보호하려고 여념이 없죠. 그런 사람들은 자기애를 가진 게 아니라 실제로는 자기방어에 여념이 없는 사람인 겁니다. 정신 에너지가 남아야 비로소 다른 사람이 보여요. 그래야 남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고, 이러한 감정 이입이 바로 지성의 출발점이고, 어른의 출발점인 것입니다. 이러한 사이클은 다시 자기객관화를 강화하고, 점점 자존감도 강화시키죠. -29쪽>

한편, 헤어진 여친 들의 성으로 이름을 만들었다는 반이정씨. 현대미술 보는 것도 어려운데 그것을 보고 평을 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느 경지에 올라야 할까. 대중들은 '미술을 난해하고 골치 아프게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고급한 문화적 교양일거라며 자기 주문을 걸어, 미술이 위기에 빠지는 것 모면시켜'준다고라? 속이 다 시원했다. 

늘 깔끔하고 적절한 맺음말로 주위를 환기시키던 신경민 앵커는 우리가 익히 기억하듯 새해 벽두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고 말하였었다. 무사할까 싶었는데 역시나. 이제 뉴스에서는 그를 볼 수 없지만 이 책에서 보니 그는 여전히 명징한 이성으로 우리사회를 고민하며 살고 있었다.   

블로그의 고수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황해문화 전성원 편집장과 시사인 고재열기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표정훈씨의 독서비법을 훔쳐 볼 일이다. 밴드 음악에 관심 있는 젊은이라면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씨의 '뻥'으로 시작했으나 열정으로 마무리한 그의 노력을 본받을 일이다. 

 배우 뺨치게 일과 미모 두루 갖춘 아나운서들 틈새에서 참 존재감 없어(?) 보이던 고민정 아나운서. 나는 이분이 이토록 가슴 따뜻한 사람인줄 몰랐다. 이분 새로 봤다. 성남훈씨는 누군가 했더니 '카메라 한 대 메고 세상을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할까?'로 시작해 장장 15년 만에 <유민의 땅>이라는 다큐멘터리 사진집을 낸 사진작가였다. 

그는  전쟁과 분쟁, 기아, 자연 재해 속에서 소외되고 불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의 70%는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라고. 때문에 이제는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가 아닌 '어떻게 재해석'하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소비자에게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광고 쟁이 이용찬. 창의력은 교육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원래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것이 발휘되는 것이라고. 그러면 어떻게 하면 창의력이 샘솟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창의력은 자동적으로 '발현' 된다고 하였다. 때문에 창의력을 교육한다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이라고.

역설적이게도 그의 일이란게,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광고를 만들어,  다시 소비자를 고정관념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니 재미있었다. 오리온 초코파이 하면 '정(情)'이 딱 떠오르는데 이런 고정관념을 나에게 심어준 사람이 바로 이분이었네.

이렇듯 이 책에는 열 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향기를 뿜어주어, 좋다. 획일화된 생각과 행동 속에서 튀기보다 그냥 묻어가는 것이 미덕인줄 아는 우리 사회에서 자기만의 색을 갖고 재미있게 혹은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보기 좋다. 이 땅의 젊은이라면 아뿔싸, 이 책을 놓치면 후회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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