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내, 내가 무슨 드라마 속 재벌 2세 후계자도 아니면서….'

 

매일 빼놓지 않고 하는 일과 중 하나가 오늘의 코스피지수와 내가 산 주식의 등락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이전에 없던 일이다. 고작 몇 십 주이나마 주주가 되고나서 생긴 버릇이다. 따져보니 오늘이 내가 주주가 되고 그럭저럭 두 달 쯤 되는 날이다.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경제에 대한 생각은 주주 이전과 이후 많이 달라졌다.

 

물론 아직도 모르긴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관심 또한 처음보단 시들해지고 있다. 그러나 예전과 비교했을 때 일취월장한 부분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신문에서 드디어 경제면도 읽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주간지의 경우 어떨 땐 형광색으로 줄까지 쳐가면서 보게 된다. '어쩜 이분은 이리도 명확한 분석을 하실까' 감탄을 하면서 말이다.

 

이렇듯 주식을 알기 전에는 경제면은 무조건 뛰어 넘었다. 봐도 글자만 보일뿐 이해도 안 되고 관심도 없었기에 경제가 어떻게 된다 해도 내 알 바 아니었다. 그런데 주주가 되고나니 저절로 관심도 가지고 관심이 가니 그토록 어렵게 느껴지던 경제 분석 기사도 쉬이 읽혔다. 주주가 되고 난 첫 번째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누가 만들든 무슨 상관이야, 물건만 사면되지?

 

주주가 되기 전에는 소비를 함에 있어 그 소비재를 만든 회사에 대해 별 관심없었다.

 

'누가 만든 게 무슨 상관인가. 그냥 내가 원하는 제품 돈 주고 사먹으면 되지.'

 

물론 아주 간혹은 회사 이름 보고 안 사먹은 적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 그냥 샀다. 그냥 눈이 가는 대로 TV광고에서 좀 더 많이 본 듯한 것, 익숙한 느낌의 것, 그리고 제품의 질보다 제품의 포장이 마음에 들면 그냥 손이 갔다.

 

그런데 주주가 되고 보니 모든 게 달라보였다. 슈퍼에 가서 물건을 사려고 하면 일단 그것을 만든 회사가 눈에 들어왔다. '어, 이 회사가 이것도 만들고 저것도 만들었네' 등과 같은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뿐인가. 이 제품과 저 제품이 한 가족이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은 그 회사의 주식 값을 확인하게 되었다.

 

'오오, 이 과자 나부랭이들이 효자 인가 보네. 과자 팔아서 뭔 이익을 보나 했는데….'

'어머, 이 회사는 이 부분에선 거의 절대 강자 지존, 아니 독점이네.'

 

만년 2등 제품도 자꾸 사줘야 1등 한번 되지.

 

아무튼 그간의 내 소비 행태를 돌아보니 나 같은 소비자야 말로 '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나는 아무런 판촉선물 없이 인지도 낮은 모 대학 우유를 8년쯤 받아먹었다. 이웃들이 매년 새 우유 받으면서 집안 살림 마련해도 공짜신문이 나쁘듯이 우유팔면서 사은품 주는 것도 마냥 나쁘게 생각하고 나름 사은품 없는 것을 고수했다(우유와 신문은 다소 경우가 다르기도 한데 신문 판촉행태가 너무 싫어서 '판촉' 자체를 경원했던).

 

하여간, 우유야 나름 사연이 있어서 그랬다지만 돌이켜보니, 일반 식품이나 과자 껌 등의 경우도 우유를 받아먹던 것과 같이 한 번 산 제품을 습관적으로 늘 산 것이 아닌가. 때문에 뒤늦게나마, 내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회사의 제품들이 그간 섭섭했을 것을 생각하니 이자까지 쳐서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해서 이제 부터는 같은 제품이라면 익숙하지 않은 것에도 손길을 보내야지 생각했다. 제품에 별 차이가 없으면 만년 2등 제품을 더 사 주어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야 만년 2등도 의욕이 생기고 또 1등은 1등대로 자기점검을 할 것이니 말이다.

 

오늘(22일) 코스피지수가 1500 이하로 떨어졌다. 두 달 전만 해도 내리든 오르든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주주가 되어 줄줄이 파란불인 것을 보니 기업하는 사람들의 막막한 심정이 내게도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다들 어떻게 이 난관들을 뚫고 나아갈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