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주식’이란 두 글자는 마약, 패가망신, 알코올 중독, 도박, 늪 등과 이음동의어였다.

 

그것을 증명할 사례들은 열 가지도 넘게 읊을 수 있다. 한 친구의 남편은 “코스닥이 뭐예요?” 시절, 묻지마 투자 열풍에 실려 7천 만 원인가 날리고서 주식에 손 씻었다고 하였다. 십여 년 전 7천 만 원이면 지방에선 집한 채 값이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한 지인 역시 애써 장만한 넓은 새 아파트를 겨우 일 년 살고 전세를 줘야 했다. 이유는? 역시 남편의 주식투자 실패 때문이었다.

 

크게는 집한 채, 작게는 1~2천 만 원 등 주식해서 잃었으면 잃었지 덕본사람 못 봤다. 때문에 나는 아무리 주식 값이 오르고 그것이 대세라 해도 주식엔 절대 발을 담가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확고했다. 스스로 다잡는 것으로는 부족해서 가끔 남편이 예금이자 낮은 것을 투덜거리며 ‘나도 한번 주식을?’ 하며 말을 꺼내면 손사래부터 쳤다.

 

“정 그럴 돈 있으면 땅을 사라. 땅을 사면 나무 몇 그루 심어놓고 잊고 지낼 수 있지만 주식은 오르면 올라서 내리면 내려서 늘 마음을 써야 되니, 우직하게 땅을 사라.”

“땅 살 돈이 어디 있어?”

“땅 살 만큼의 돈도 안 되면서 그 돈으로 주식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돼. 우리 같은 새가슴, 콩알 간 들은 주식 신경 쓰다 필경 ‘위산과다’ 되기 십상이니 그냥 생긴 대로 삽시다.”

 

아무튼, 주식은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이고 ‘마약’일 뿐이니 아예 주식 근처엔 얼씬도 말자가 내 신조였다. 뿐만 아니라 누가 주식투자를 한다면 내가 아는 실패 사례들을 열거하며 하지 말 것을 권하곤 하였다.

 

 

그랬는데.... 어! 주식을 사고 보니 마음이 달라져....

 

하여간 주식의 ‘주’자만 봐도 거부감이 일던 내가 요 근래 난생 처음 주식을 사게 되었다. 장안의 화제가 된 ‘ㅅ’ 식품의 주식을 산 것이었다.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20주를 50만원주고 샀다. 막상 사고 나니 별것 아니었는데 그것을 사기까지 며칠을 고민했다.

 

‘남편에게 말할 경우, 우씨, 니도 하는데 나도 하자고 하면 어쩌지? 나는 딱 20주만 사고 만다는 전제하에서 사지만,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대로 정말 주식이 마약이라면, 20주만 사고 싶은 원래의 마음은 도망가고 내 마음이 휘리릭 변해버리면 어떡하지?’

 

기껏 20주 살 거면서 걱정은 2000주만큼을 하였다. 어쨌든, 마음을 먹었으니 50만원 없다셈치고 증권회사부터 무작정 찾아갔다. 주식을 사고 싶은데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친절하게 상담해 주었다.

“통장 개설하고 통장에 돈 있으면 언제든 사고 팔수 있어요.”

“그럼 통장을 개설해야 되겠네요. 하나 만들어 주세요.”

 

말은 통장이었으나 직사각형의 종이 통장은 없고 카드만 주었다. 왜 그렇죠 물었더니 뭐라뭐라 설명하는데 다 까먹었다. ‘나만 안 주는 게 아니고 남들도 다 없다면야’(웃음)

 

통장을 개설하고 수수료를 감안에 50만원 조금 넘게 입금하니 명함을 한 장 주면서 명함에 적힌 직원에게로 가서 사라고 하였다. 직원에게 가서 ‘ㅅ’ 식품 주식 사고 싶다고 하니 그래프와 숫자들이 빽빽한 화면을 보여주며 약간의 설명 후,

 

“사시겠습니까?”

(설명을 해도 잘 못 알아들었지만 사는 게 목적이라)

“예. 20주 주세요.”

 

내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증권사 직원은 ‘도도도도’ 능숙하게 자판을 몇 번 두드렸고, 거래는 성립되었다.

 

“앞으로 사거나 팔일이 있으시면 전화주세요. 제가 대신 매수 매도도 해드립니다.”

“그래요? 저는 직접 올게요. 아니 이것으로 끝입니다.”

 

이렇게 하여 나도 주주가 되었다. 정말 주식이 마약인지 아니면 내가 주식에 대해 너무 배타적이었는지, 뭐, 둘 다겠지만, 여하간 주주가 되니 세상이 달라보였다. 참여연대에서 삼성을 상대로 소액주주운동 할 때 뭔 소린가 했는데 이제 이해가 되었다.

 

주식, 비호감에서 급(?)호감

 

‘이래서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 되는구나.’

 

그렇다고 해서 당장 주식에 몰두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식에 대한 필요이상의 비 호감 고정관념을 깼다는 것이다. ‘주식도 건전하게 하면 좋을 수도 있구나.’ 자신의 예금에서 10분의 1이나 2정도는 주식으로 갖는 것도 괜찮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주식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깊은 내막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아주 기본 적인 몇 가지는 이해했다는 것이다. 즉, 나는 모든 주식의 1주가 5000원 인줄 알았다.(풋) 그런데 알고 보니 삼성전자는 1주가 66만원이 넘고, 포스코는 54만원, 현대차 7만 원대, 국민은행 6만 원대, 현대건설 7만 원대 등 해당기업의 정도에 따라 1주의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1주에 5000원 이하의 주식도 있다는 것이었다. 2000원대 3000원대의 주식을 보니 견물생심. 복권 사는 셈치고 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1주에 2000원 하는 주식이라면 100주를 사도 20만원 밖에 안하니 망할 일은 없고 망해도 그만이고 조금이라도 잘되면 은행이자 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결론은, 주식은 신중히....

 

스스로 생각할 때 매사에 충동적인 사람은, 주식은 안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런 사람은 , 아니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쩌다 한 번 온 행운에 발목 잡힐 수도 있다. 돈이 좀 있어 여유 있는 사람의 경우도 투자 상담사들의 말만 믿고 홀랑 넘어갔다가 정말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때문에 정녕 주식을 하려면 하기 전에 먼저 나름의 원칙을 정해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무리 시세가 좋아보여도 절대, 적금 해약하거나 남의 돈 빌려서 투자하는 등의 행위는 하지 말자 등 말이다.

 

아무튼, 향후 나의 계획은 2000원짜리 주식 100주 즉, 20만원어치 사서 푹 묻어둘 생각이다. 20만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망해도 그만.(웃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