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6월 6일) 금요일 12시 처음 방송된, XTM의 토론 프로그램 <끝장토론>을 보게 되었다. 나는 ‘끝장토론’이래서 여차하면 밤새도록, 어떤 결론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하는 밤샘 토론인줄 알았다. 그런데 제목만 그렇고 토론시간은 달랑 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토론의 진행방식과 카메라의 빙글빙글 춤추며 돌아가는 상황은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꼭 무도장에 온 것처럼 카메라가 상하, 종횡무진 춤을 출 때마다 내 심장도 덩달아 흥분이 되었다.
‘이런 걸 두고 발상의 전환이라고 하는 것일 게다, 암만.’
기존의 <백분토론>이나 한국방송 <시청자 토론>의 경우 토론자들을 잘 섭외하면 볼 만하고 유익하다. 반면, 토론자들이 초보이거나 말을 매끄럽게 잘하지 못하고 한마디로, 철학도 없이 죽을 쑤면, 재미는 고사하고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지겹다 뿐인가. 토론이 끝나도 알맹이 없는 토론을 지켜본 시간이 아까워 울화통이 터질 때도 있다.
<백분토론>의 경우 객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시민논객’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주긴 하지만 토론의 전반부 내내 그들이 하는 일이란 지루한 듯, 답답한 듯 토론을 지켜보는 것이 전부이다. 이 때문에 그 물을 끼얹은 듯한 침묵이 때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에 반해 <끝장토론>의 경우, 앞에 앉은 주 토론자들보다 뒤에 앉은 ‘시민토론단’ 토론자들이 더 난리였다. 지난 첫 방송의 경우 노회찬, 진중권은 물론 제성호(뉴라이트 공동대표)김정호(자유기업원원장)도 시비는 ‘몰라’도 말발에서는 지지 않는 사람들이었지만 시민토론단의 거침없는 토로에 비하자면 때론 한 수 밀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중간에 두 번인가 전국의 민심을 찾아가 직접 마이크를 들이대고 날것 그대로의 민심을 보여주었는데. 이 부분 또한 격한 토론의 열기를 잠시 식히는 의미는 물론 바닥 민심의 ‘직설’이 토론자들 못지않게 개운했다.
사회자의 여유 있는 진행도 돋보여
무엇보다 사회자 백지연씨의 여유만만 우아 능숙한 진행 또한 시장바닥 같은 토론장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함으로 순간순간 전환해주는 데 한몫 하였다. 다만 곁가지기는 하나, 우아함까지는 좋았는데 높은 굽의 구두가 괜히 보는 이를 불안하게 하였다. 마치 드라마에서 운전 중인 사람이 앞은 보지 않고 자꾸 옆 사람만 보고 이야기할 때처럼 말이다.
마냥 앉아서 하는 토론이라면 짧은 치마든 굽 높은 신발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토론의 경우 카메라가 워낙 정신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카메라와 사회자 사이에는 간극이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카메라에 걸려 후다닥 넘어질 것 같은 착시 현상이 일어났다.
그것이 나만의 착시라면 상관없겠지만 혹 다른 시청자들도 그러한 불안을 느꼈다면 높은 굽, 멋진 의상을 떠나 과감하게 청바지에 단화를 신고 나와도 되지 않을까. 미스코리아 뺨치는 늘씬한 외모에는 뭐를 입어도 손색없을 것이다.
아무튼 첫 회 첫 토론을 단 한번 봤을 뿐이지만 노회찬 전 의원 말마따나 <끝장토론>은 단번에 ‘대박예감’이 들었다. 토론 내내 너무 많이 흥분하고 너무 많이 웃어서 그런지 토론이 한 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아쉽다 뿐인가. 잠까지 확 달아나게 만들었다.
오늘(12일) 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