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퇴행’. 이수광 이우학교 교감은 어느 글에서 ‘배움의 퇴행’이라는 말을 했는데 몹시 공감이 갔다. 그는 배움의 퇴행을 일러 ‘쓸데없는 것을 과잉 학습하는 과정에서 정작 배워야 할 내용들을 등한시한 나머지 자신의 성장 동기를 상실하는 부조리’라며 깔끔하게 정의하였다.

 

더 보탤 것도 덜 보탤 것도 없이 정곡을 찌르는 정의다. 요즘 아이들이 아침 일찍부터 밤늦도록 하고 있는 반복학습이야말로 ‘배움의 퇴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동, 청소년들이 우리 어른들 보다 기억력이 좋은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렇게 기억력이 좋을 때 공통으로 배우는 것은 정규 수업시간에만 하고, 집에 돌아와 나머지 시간엔 각자 몰입 할 수 있는 곳에 시간을 쓰도록 해야 될 텐데 너무 안타깝다.

 

나는 지금 초등 3년인 내 아이가 고등학교 갈 때면 이런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하며 걱정 없이 살았다. 그런데 내 기대와는 달리 입시교육의 문제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만약 후일 내 아이도 ‘야자’를 하게 된다면 어차피 하는 것 그 시간을 최대한 슬기롭게 ‘견디다’ 오라며 나름 조언할 생각이었다. 예를 들면, 잠을 허용하는 선생님이 감독이라면 그냥 ‘엎드려’ 자고, 책을 보게 하는 선생님이라면 책을 보고, 문제만 풀어야 된다면 피할 수 없으면 그 자체를 즐기는 방법도 있다, 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되어가는 양을 보니, 부모인 우리만 성적에 목매지 마라 해서는 아이가 완전히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일을 우쩌? 계속 이런 식이면 고교 3년 다 못하고 검정고시로 건너뛰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 아이 스스로 부모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변에 동화되어 줏대 없이 경쟁에 ‘불붙어’ 버릴까 그게 더 두렵기도 하다. 그리하여, 점수 몇 점에 울고 웃는 마음이 된다면 그것은 ‘배움의 퇴행’이라는 지름길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때문에, 주장하노니, 우리 학생들이 ‘배움의 퇴행’으로 접어들지 않게 교육당국은 한시바삐 아침 자율학습과 저녁 ‘야자’를 없애 주길 바란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해서 7시 30분 까지 학교 도착하고, 밤 10시에 마치고 11시 다 되어 집에 돌아온다는데. 이게 도대체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이 권 할 짓인가 말이다. 이는 명백한 학대다.

 

그리고 부모들이여! 눈 있고 귀 있으면 다른 나라의 교육 풍습도 좀 보고 배웁시다. 우리식이 아닌 다른 교육 선진국 식으로 해야 아이들의 창의력이 솟구친다는데 왜 그러한 것들은 본받으려 하지 않는지. 다른 것은 잘도 따라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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