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은 어떤가 모르겠지만, 아니, 지나가다 간판을 보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태권도 학원들의 경우 그들만의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다름 아닌 무슨무슨 태권도 학원 글자 밑에 ‘00대 체육학과 동문’이라든가 ‘00대 유도학과 동문’이라는 말이 꼭 있다. 아니면 ‘전 국가대표선수 출신이 운영’ 하는 학원이라는 부연설명이 꼭 있다.

반면 음악학원이나 미술학원의 경우는 학원 이름만 있지 ‘00대 출신’이라는 말이 없다. 다른 교과학원도 현수막으로 ‘00대’ 출신 선생이 있다는 말은 있어도 간판에 그것을 병기하는 곳은 별로 못 봤다. 유독 태권도 학원만이 그러한 문구를 새겨 넣는 것 같다.

물론 가끔은 그런 과시문구가 없는 태권도 학원도 있다. 그러면 ‘저 학원 사범님은 아무 대학도 안 나왔다는 말이가?’ 하면서 나도 모르게 선입견을 갖고는 화들짝 놀랄 때도 있다. 아마 그런 생각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00대’출신 이라고 노출하면 확실히 장사가 좀 더 될 것이다.

더 되다 뿐인가. 이젠 태권도 학원의 경우 그런 문구 하나 없으면 아무리 태권도를 잘 가르쳐도 학원생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아 뵌다.  아닌 게 아니라 아는 분의 형님은 몇 십 년 동안 태권도 학원을 운영했는데, 때문에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교수법은 나름대로 통달을 하였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태권도 학원들이 다들 ‘00대 동문’이라는 문구를 학원 간판에 넣으니, ‘아무’대 동문도 아니던 그 역시 할 수 없이 인근 체육대학에 편입하였다. 해서 2년 동안 배우는 척 시간을 보내고 돈을 들여 겨우 ‘00대 동문’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는 웃지 못 할 일을 연출했다.

물론 태권도 학원을 여는 분들은 자신이 ‘00대 출신’임이 너무 자랑스러운 나머지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너도 나도 나는 이 대학 출신 너는 저 대학 출신 대한민국 태권도 학원모두 각자 자기 출신 대학을 밝히면 희소가치가 없지 않나?

태권도 힘 있게 잘 가르치고 아이들에게 호연지기를 심어주면 되지 ‘00대’ 간판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혹 실력이나 사범으로서의 소양이 부족하다보니 간판에 의지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00대 출신’이나 각종 대회 수상 상장이나 상패 등은 학원 사무실에 비치해 두고서도 얼마든지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태권도를 좋아한다. 외국인들이 태권도를 배울 때 ‘원, 투, 쓰리’가 아닌 ‘하나, 둘, 셋’ 을 말하며 동작을 하는 것이 신기하고도 뿌듯했다. 하여간, ‘00대 동문’ 간판을 달지 않고도 태권도를 ‘빛나게’ 가르치는 태권도 학원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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