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떡을 뺐다. 매년 이맘때면 한번 씩 하는 행사이다. 맨 처음 가래떡을 뺐던 몇 년 전에는 한석봉 어머니가 한번 되어보겠다고 방앗간에다 썰어 달라하지 않고 몽땅 집에 들고 왔었다. 그러나, 적당한 때 썰지 않아서 가래떡이 너무 굳어버려 칼도 대어 보지 못하고 죄다 가위를 이용해 떡볶이용으로 잘랐다. 

그러나 가족들이 떡볶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양이 너무 많으니 더 줄지 않아 혼났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방앗간에 쌀을 맡길 때 무조건 썰어 달라 했는데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시 한석봉 어머니에 도전하고 싶었다.

쌀 너 되 중 둘은 방앗간에 썰어 달라하고 둘은 내가 직접 썰어보기로 하였다. 안되면 또 떡볶이나 해먹지 하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웬만큼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한석봉 어머니 떡국 썰기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 줄 욕심이 있었기에 아주 마음의 준비까지 하였다. 

수시로 떡의 굳기 정도를 관찰하면서, 한번 임시로 썰어보기도 하면서 예의 가장 알맞은 때를 기다렸는데… 아뿔싸, 또 어쩌다 보니 때를 넘기고 말았다. 요즘은 날씨가 건조하다보니 내가 생각하던 때보다 더 빨리 굳어버렸던 것이다. 이 일을 어쩔까나, 궁리를 하다가 또 가위로 잘라보았다.

가위로 자르니 나름대로 잘라졌다. 그러나 떡국 본연의 타원형이 칼로 자른 것 마냥 예쁘지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고정관념을 깨자. 떡국이라고 만날 타원형으로 썰라는 법이 있나' 하면서 일자로 한번 잘라보았다.

 





어머나! 일자로 자르니 일단 자르기도 쉬웠을 뿐더러 떡국이 귀엽고 앙증맞았다. 무엇보다 아이들 먹기에 알맞은 크기란 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전통적인 타원형 모양을 무시하고 원형모양으로 죄다 잘랐다. 

그런 다음 타원형과 원형을 동시에 넣고 끓여 아이들에게 어느 것이 먹기에 좋으냐고 물으니 약속이나 한 듯 원형이 먹기 좋다고 하였다. 내가 먹어보아도 나름대로 매력 있었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다고, 석봉엄니 흉내 한번 내려다 떡국이 꼭 타원형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면 '자뻑'이 너무 심한 걸까?

그나저나, 방앗간 떡국은 방앗간 주인아주머니가 써는 줄 알았는데 오늘 우연히 지나치다 보니 주인아주머니가 아니고 떡국 기계가 써는 것이 아닌가. 적당히 굳은 가래떡을 기계에다 밀어 넣으니 떡국이 저절로 잘려서 하나씩 톡톡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긴, 파 써는 기계도 있고 마늘 찧어주는 전용기계도 있는데 떡국 써는 기계가 없을쏘냐. 그것도 모르고 떡국을 빼는 요 몇 년 동안 방앗간 아주머니를 현대의 석봉엄니라 우러러 보았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요? 뭐 그냥. 바쁘지 않으면 떡국 사먹지 말고 한번쯤은 직접 빼 먹어 보면 어떨까싶네요. 쌀 소비도 늘게 겸사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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